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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계2012.09] Special Report-캘리그래피

_인쇄기술정보_/특집 - Special Report

by 월간인쇄계 2013. 7. 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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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성격이 매우 급하다. 그리고 이 급한 성격을 알 수 있는 단적인 예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손글씨이다. 때문에 이전에 했던 메모들을 보고 있자면 마음의 조급함을 손이 따라주지 못해 힘없이 글자들이 춤을 추고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꼼꼼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의 손글씨를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각을 맞추어 정렬되게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두고 어른들께서 ‘글씨만 보아도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라고 하는 것인가 보다. 이처럼 손글씨는 때로는 글을 쓴 이의 감정을 생생히 전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며, 개개인을 식별하는 필적감정으로 수사의 한 분야를 담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현재 손글씨는 그 이상을 넘어 디자인의 한 요소로 발전을 이루며 문화와 예술, 상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바로 캘리그래피이다.

 


문자의 표현-글씨와 활자
문자는 인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시각적인 기호 체계이다. 문자가 없기 전에 인류는 정보를 시각적으로 저장할 수 없기 때문에 ‘정보의 소멸’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기록수단의 발전과 문자의 발명으로 인해 지식은 시각적으로 저장이 가능해 졌다. 그리고 이 때부터 모든 사람들의 글자 모양이 같을 수 없기 때문에 쓴 글자의 모양인 ‘글씨’의 개념이 생겨나게 되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시대를 대표하는 명필이 탄생하게 되고, 문자를 쓰는 행위는 저장을 넘어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다.
동양에서는 문자를 소재로 한 조형예술인 서예가 회화와 함께 독립된 예술로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서양에서는 캘리그래피(Calligraphy)라는 개념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아름다운 서체란 뜻을 지닌 그리스어 ‘Kalligraphia’에서 유래된 전문적인 핸드레터링 기술로, 문자를 보다 뚜렷하고 아름답게 형성하는 것이다. 즉 전세계에 걸쳐 문자는 단순한 기호 체계를 넘어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성장을 이루어 낸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직지심체요철로 대표되는 활자의 탄생을 맞아서 문자는 ‘글씨’와 함께 ‘활자’라는 새로운 표현 방법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서면서 정치와 경제,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격변의 시기를 거치게 되며 인류는 예술에 있어서도 다른 자세를 가지게 된다. 이전에는 안정되고 정형화된 ‘아름다움’을 중심으로 다소 경직된 자세로 예술을 한정 지었다면, 점차 다양성을 추구하며 독특함과 창조성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에 이르러서는 예술을 표현하는 수단의 범위가 보다 확장하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문자의 활용이다. 
이중 활자는 활자 서체의 배열, 특히 문자 또는 활판적 기호를 중심으로 한 2차원적 표현방법인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로 발전을 이룬다. 이는 오늘날의 편집 디자인 분야에서는 활자의 서체나 글자 배치 따위를 구성하고 표현하는 일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즉 문자 배열과 문자 디자인과 문자 상형을 수정하는 기술이자 예술로, 글자의 정돈은 서체의 선택, 포인트 사이즈, 선 길이, 선 간격, 문장 사이의 간격 맞춤과 단어 사이의 간격 맞춤을 포함한다. 



캘리그래피의 활용
반면 글씨는 캘리그래피로 발전을 이루게 된다. 현재 캘리그래피는 의미전달의 수단이라는 문자의 본뜻을 떠나 유연하고 동적인 선, 글자 자체의 독특한 번짐, 살짝 스쳐가는 효과, 여백의 균형미 등 순수 조형의 관점에서 보는 것을 뜻한다. 또한 이전에는 정해진 도구와 규칙에 의해 글씨의 아름다움이 표현되었다면, 이제는 창의력의 발휘를 통해 그 제약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한편 2000년대 초부터의 한국 영화 포스터를 보고 있자면 큰 흐름이 있다. 바로 영화 타이틀을 캘리그래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한글을 사용하는 국내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감성과 성격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 본다. 이처럼 국내 캘리그래피의 활용사례는 영화 포스터와 북커버, 방송 프로그램 등 문화 영역을 넘어 다양한 제품과 포스터, 상점간판 등 상업 영역, 회사 상호, 패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활에 걸쳐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가히 캘리그래피의 전성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이러한 요인으로는 스토리텔링으로 대표되는 감성 전달과 함께 한글의 아름다움 재발견, 개성 표현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처럼 현재 캘리그래피는 디자인의 요소로 한 축을 차지하며, 다양한 인쇄제품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고부가가치를 추구하는 인쇄사에 있어서도 캘리그래피의 활용은 점차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부각 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연 캘리그래피가 효과적인 디자인을 위한 무조건적인 답일까?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 포스터를 보면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디자인을 종종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초 개봉해 국내 멜로 영화 관객수 1위를 기록한 ‘건축학개론’의 포스터를 보면 캘리그래피를 활용하지 않고, 건축의 느낌을 살리고자 도면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마치 차곡차곡 문자가 쌓인 듯한 타이포그래피를 볼 수 있다. 자유로운 캘리그래피보다는 타이포그래피가 본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기억의 정렬이라는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성격 등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해서 캘리그래피를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현 디자인 트렌드의 추세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캘리그래피 활용을 고집하는 것은 위험요소가 따르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캘리그래피의 효과적인 활용이라는 주제 아래 다음호를 시작으로 2회에 걸쳐 기획 인터뷰 기사를 기재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쇄사의 입장에서 어떻게 캘리그래피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디자인 인쇄물을 효과적으로 제작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함께 도출하고자 한다. <다음호에 계속>

글_이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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