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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계2014.03] Special Report-좋은글씨

_인터뷰_/Fonts & People

by 월간인쇄계 2014. 5. 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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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쇄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제품 차별화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개발로 이를 위해 다양한 미디어와 후가공 장비가 개발,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분야는 바로 디자인이다. 그 중 글자의 모양인 서체는 일찍부터 조형미가 추구되어 각종 장식서체나 필체가 아름다운 서체, 폰트로 만들어지고 현재 디자인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 폰트 시장의 이슈 중 하나는 바로 폰트의 제한적인 사용이다. 장기간에 걸쳐 개발된 높은 완성도의 폰트 구매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어 국내폰트업계의 발전에도 저해가 되고 신선하고 차별화된 디자인을 구상하는 소비자들 역시 제한적인 폰트 사용으로 이를 구현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월간 인쇄계는 2014년 기획으로 폰트 디자이너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각 폰트사의 특징을 알아보고 국내 폰트 산업 트렌트를 함께 살펴본 후, 인쇄와 웹, 싸인,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성공적으로 활용된 폰트 활용 사례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세번째 폰트 디자이너 릴레이 인터뷰에는 좋은글씨(www.goodfont.co.kr) 이경배 서체연구소 소장이 좋은글씨를 소개하고 국내폰트업계의 트렌드와 현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밝혔다. 

 

좋은글씨 이경배 서체연구소 소장


Q 먼저 인쇄계 독자 분들에게 좋은글씨에 대한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A 저는 1980년대 말부터 폰트 제작을 시작, 지금까지 약 25년간 폰트 디자인과 디자인 디렉팅을 진행해 왔습니다. 초창기 폰트 제작 환경을 돌이켜 생각하면 제작 환경은 매우 열악했지만 한 자 한 자 레터링을 직접 써서 스캔, 아웃라인을 따는 등 오랜 시간 정성을 다해 제작했습니다. 지금은 제작 소프트웨어가 많은 부분에서 향상되어 단기간에도 폰트가 제작되고 있죠. 이를 모두 경험한 저는 개인적으로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해 제작하고 컨셉에 맞추어 장시간 다듬은 폰트가 생명력을 오래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저 역시 이전에 폰트 제작을 처음 시작했을 때를 비롯해 좋은글씨를 설립했을 때 가졌던 생각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근본적으로 오래 쓸 수 있는 폰트를 제작하자’였습니다. 우리가 대표적으로 알고 있는 ‘헬베티카’와 같이 몇백년이 가도 사용되어지는 폰트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가지고 있는 것이죠.


Q 다수의 디자이너들이 차별화된 디자인을 위해 새로운 폰트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맞추어 추천하는 좋은글씨의 폰트는 무엇입니까.
A 먼저 지난 25여년간 폰트를 제작하고 있지만 제 예상에 맞았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네요. 오히려 개발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의외의 폰트들이 더 반응이 좋고 소비자가 많이 찾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즉 소비자들의 취향은 개발자의 예상과는 다른 것이죠. 때문에 개발 과정에서 소비자의 취향과 요구를 받아들이고 수렴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에 제작 전 샘플을 만들어 충분한 자료 조사와 설문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질문에 답변을 드리자면 좋은글씨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폰트로는 로맨틱 명작 로마의 휴일을 떠올리며 제작한 아기자기하고 부드러운 서정&감성 폰트
‘로마의휴일’을 비롯해 어렸을 때 본 시집에 쓰여진 장난스러운 손글씨를 모티브로 동적인 느낌을 담은 ‘별꼴이반쪽’, 차분하고 안정적이며 평온한 느낌의 ‘마리마리아’, 명조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꽃사슴’, 기하학적이면서 자유분방한 느낌의 프리지아 꽃을 모티브로 꽃망울의 모습, 길쭉한 프리지아의 모습을 디자인에 담은 ‘프리지아’ 등이 있습니다.


▲ 꽃사슴 - 기존 명조의 정적이고 획일화된 분위기에서 벋어나, 자유로움을 컨셉으로 제작 되었다.불규칙한 모듈(Module)과 시각중심선, 통일되지 않은 자음과 모음 속에서 타이포그래피의 재미와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다.

 


Q 추천해 주신 폰트들의 이름이 독특합니다.
A 사람의 이름이 중요하듯이 폰트 역시 네이밍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를 지을 때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합니다. 소비자들이 폰트를 접할 때 폰트명을 보는 것과 그냥 보는 것에는 차이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죠. 또한 폰트 각각의 역사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제가 설명드린 대표 폰트들이 저의 유년기 시절을 비롯해 영화, 자연 등 각각의 배경 스토리가 있었듯이 말이죠. 이러한 점이 없다면 마치 영혼이 없다고나 할까요. 때문에 기획 작업을 할 때 이를 중점적으로 생각합니다.
 
Q 새로운 폰트 제작에 있어 어떠한 점에 주의를 기울이고 계십니까.
A 현재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본문용 서체 개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폰트를 개발하는데 있어 고심하는 부분은 명조, 고딕과 같이 기본 폰트를 오랫동안 사용한 고객들이 새로운 폰트가 개발, 출시되는 것에 있어 반기는 반면 사용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새로움만을 강조하며 크게 변화되고 화려하게 장식을 다는 것이 좋은 폰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자 한자의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글자가 조판이 되었을 때 전체적인 조형미와 판독성, 가독성이 좋은 폰트가 좋은 폰트이지요.
지금 폰트 디자이너들이 많이 저지르고 있는 실수가 바로 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자를 꾸미는 타이포그라피에 대해서는 다수가 모르고 있다는 것이죠. 글줄을 비롯해 자간, 맞춤표 등을 고려하지 못한 디자인을 안하다 보니 글씨 한 자 한 자의 완성도는 높아도 조판이 안 좋은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죠.
 

▲ 로마의휴일 - 로마의휴일 폰트는 서정적인 이미지의 글꼴로서 약간 밑선에 맞추어진 중심선과 적당한 크기의 정원으로 제작 되었다. 직선과 곡선으로 잘 조화된 로마의휴일체는 정직하고 친근함을 느껴지며 부드럽고 정갈한 자소들이 읽기에 편하며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글꼴로 표지제목, 헤드라인, 광고용카피등 인쇄용으로 제작 되었으나 영상자막, 로고타입 사인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Q 폰트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현 국내 폰트 트렌드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A 트렌드라기 보다는 현 시점은 폰트의 다양성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폰트의 활용처가 인쇄와 출판으로 국한되었다면 지금은 영상을 비롯해 모바일, 간판, 플랜카드 등 적용되는 분야의 폭이 확장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폰트 디자이너들은 폰트가 사용되는 분야를 정확히 파악, 이에 최적화된 폰트를 제작해야 하며 소비자 역시 이를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한 것이죠.
즉, 어느 특정 폰트가 유행한다기 보다는 각각의 컨셉에 맞추어 개발된 폰트를 파악하고 이를 사용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맞추어 폰트 디자이너들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사명감입니다. 최근 제작 환경이 개선되며 단기간에 많은 폰트들이 제작, 시장에 출시되고 있지만 고객들은 막상 사용을 할려면 선택할 폰트가 없다고 의견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국내 폰트 산업의 과도기라 생각하며 지금은 이러한 과도기를 지나 안정화되고 있는 단계라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정리의 말씀 부탁 드립니다.
A 국내 폰트 시장은 메이저 회사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영세업체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가 매우 힘듭니다. 영세업체는 틈새 시장을 공략하거나 차별화된 고퀄리티의 폰트를 내놓지 않는 이상 판도의 변화는 힘든 것이지요. 앞서 말씀 드렸듯 고퀄리티의 좋은 폰트는 아무리 시장이 열악해도 사용이 되고 오랜 생명력을 가집니다.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더라도 정확한 컨셉 파악과 완성도 향상을 위해 수정 등 후작업이 필요합니다.
저 역시 이 점을 유념하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분야에 적합하게 사용되는 고퀄리티 폰트를 제작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취재_글_이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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