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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계2022.07] 다국어 모바일 폰트 시장의 확대와 국내 폰트 시장의 선순환구조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 - ㈜폰트뱅크 손동원 대표이사

_인터뷰_/Fonts & People

by 월간인쇄계 2022. 9.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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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다국어 모바일 폰트와 한자 폰트를 통해 영역을 확대하고 계신데요, 처음 ㈜폰트뱅크를 시작하시던 시기에 대해 말씀 부탁 드립니다. 

1996년 폰트뱅크를 시작했을 때는 무역 업무를 했던 경험을 살려, 한글 폰트 뿐 아니라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의 다국어 폰트까지 전문적으로 여러 폰트들을 국내외 시장에 유통, 마케팅하는 활동을 주력해 보고자 했습니다. 

IMF 사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폰트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우선적으로 기존 폰트 기업들이하고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한 폰트 개발을 해 나갔습니다. 

당시 착안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아동 관련 시장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폰트의 개발이었습니다. 아무리 외부 변수가 생겨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출판물이 만들어 질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아동 시장이라고 봤던 거죠.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손글씨 개념은 없었기 때문에, 그 시장에서 수요가 생길 수 있는 팬시한 느낌의 폰트를 개발, 공급해서 성과를 거뒀고 이후에는 타 업체들의 아동 관련 서체와 함께 패키지화하는 기획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폰트뱅크가 서예가들과 함께 진행한 한자폰트 개발과, 기타 다양한 협업 작업을 해 나가는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서예가와 작가 글꼴을 서체화해서 공급하시는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항상 폰트 회사가 독자적인 영업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협업 사례들을 만들어 가고자 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작가들의 글씨체를 서예가들이 해석해서 쓴 원도를 받아 스캔해서 서체화하는 작업을 통해 한자폰트를 만들어 왔습니다. 

광개토호태왕비체

한자폰트를 만들기 시작한 계기 가운데 하나는 대만 출장에서 봤던 ‘호태왕비체’였습니다. 거래업체에 갔다가 대만 서체업체가 만들었다는 ‘호태왕비체’를 보게 되었는데,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있음에도 ‘광개토호태왕비’의 이름을 붙인 서체를 대만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이대로는 역사 속의 뛰어난 우리 한자 글꼴들을 이들에게 빼앗길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경남도청 공보관실 사무관이셨던 윤판기 선생님과 ‘광개토호태왕비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광개토호태왕비를 살펴보면 세 가지 이상의 서체 스타일이 있습니다.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폰트로 만들기 위해서는 하나의 스타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윤판기 선생님이 해석한 광개토호태왕비문의 서체를 ‘광개토호태왕비체’로 만들게 된 것입니다. 

 

추사풍

폰트뱅크의 ‘추사풍’ 한자폰트는 추사 대련에 있는 전, 예서 글자를 고산 김용환 서예가의 스타일로 작업한 것으로, 이렇게 ‘우리 한자의 재발견’ 작업을 통해 여러 종의 한자폰트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한자 문화가 5천년 문화 민족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인데, 한자의 명맥이 잘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한자폰트의 사용 빈도가 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문화 역조가 생겨날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했던 한자폰트를 개발은, 여러 가지로 어려웠지만 충분히 의미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폰트뱅크 홈페이지에는 10종의 한자 라이브러리가 있는데, 하나의 필의로 폰트 제작에 필요한 4,880자를 써낼 수 있는 서예가들과 더 많은 작업을 하고 싶지만 한글보다 비교할 수 없이 긴 제작 시간이 필요하고, 시장 여건이 충분치 않아 새 작업은 잠시 미뤄두고 있습니다.

글로벌 모바일 폰트 시장에서 우리 디자이너들이 만든 다국어 폰트가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자폰트 개발 작업을 잠시 미뤄 둔 이후 역점을 둔 건, 올해로 11년차가 된 모바일 폰트입니다. 기존 DTP용 폰트는 주 사용자가 인쇄, 출판분야의 전문가 집단이었다고 하면, 모바일 폰트 사용자는 일반인 개개인들이 많이 사용하있습니다. 기업 위주의 고객층이 개인 위주의 다수로 소비 형태가 바뀌면서 폰트 회사들의 개발, 마케팅, 판매 등에 있어 여러 가지 전환점이 생겨났습니다. 

폰트 시장은 DTP에서 기업 전용 서체와 같은 OEM시장을 거쳐 모바일 시장과 여러 형태를 포괄하는 클라우드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폰트뱅크는 한글 모바일 폰트를 시작으로 라틴, 다국어 모바일 폰트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폰트뱅크의 다국어 폰트는 기업 상품의 수출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서체 디자이너들이 작업한 다국어 폰트를 해외에 수출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 디자이너가 만든 다국어 모바일 폰트가 삼성 모바일폰이라는 채널을 통해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판매되는 것은 처음으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해외에 상주하고 있는 우리 디자이너들이나 삼성에서도 해외시장에서 우리가 만든 다국어 모바일폰트의 가능성에 의구심을 가졌지만, 지난해 삼성 갤럭시 스토어에서 판매된 다국어 모바일 폰트 가운데 우리 디자이너들이 만든 라틴, 타이어, 아랍어 등의 다국어 폰트 비중이 40% 가까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역량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폰트뱅크 모바일 플립폰트 - 라틴(영어)

작년 갤럭시 스토어에서 판매된 라틴 모바일 폰트 1~50위 가운데 미국 문화권에서 만든 폰트보다 우리가 만든 폰트가 더 많을 정도로 인정 받고 있는 이유는, 모바일 환경에서 최적화된 패턴을 만드는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 디자이너들은 기존 DTP용 폰트를 모바일 용으로 옮겨 놓는 안일한 방식이 아닌, SNS를 통해 소통하면서 지속적으로 소비자 트렌드를 연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작업에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다국어 모바일 폰트 공급에 있어 폰트뱅크는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십니까.

세계 각 지역에서 모바일 폰트를 디자인하고 있는 50여 CP(Contents Provider)들이 제작한 다국어 모바일 폰트는 폰트뱅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모노타입사를 통해 삼성 갤럭시 스토어에서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폰트뱅크 모바일 플립폰트 - 러시아어

러시아어러시아어폰트뱅크는 전 세계 CP들의 MCP(Mass Contents Provider) 개념으로, CP들이 디자인 작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가이드 하면서, 삼성과 모노타입과의 조정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CP들은 작업한 서체가 플랫폼에 올라가면 다음날부터 반응을 보고 다음 작업의 방향을 정할 수 있고, 3개월 후에는 판매량에 대한 정산을 받게 됩니다.

폰트뱅크는 자체적으로 폰트를 개발하지 않고 운영, 관리만 하고 있기 때문에 MCP로 안정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폰트뱅크 모바일 플립폰트 - 베트남어

모바일과 유튜브, 인스타 등 채널별 폰트 저작권 구분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십니까.

저희가 우리 CP들과 가장 고민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입니다.

모바일 마켓에서 구매한 서체는 본인 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하는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풀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이제는 인쇄와 웹, 모바일이 각각의 분리된 별개의 분야가 아니라 서로 연동되어 사용되고 있고, 앞으로 이들의 연결 고리를 통해 하나의 큰 시장이 만들어지게 되면, 폰트는 잠깐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이 아닌 여러 종을 보유하면서 적재적소에 이를 사용해서 해당 콘텐츠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써 가치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폰트뱅크 모바일 플립폰트 - 태국어

지난해 LG가 모바일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LG스마트월드를 통해 공급되던 폰트 서비스도 종료되어 하나의 시장이 사라졌습니다. 그만큼 모바일폰트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지속성에 있어서는 불확실성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LG 모바일 시장 철수와 같은 요인으로 인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게 모바일폰트 시장입니다. 그래서 모바일폰트가 가진 가치를 높여가면서 시장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바일폰트 시장 확대를 위한 것 가운데 하나가 mms(멀티 메시징 서비스)에 본인이 구매한 폰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본인의 감정이나 아이덴티티를 모바일 폰트를 통해 전달, 표현할 수 있도록 구매한 모바일 폰트를 mms를 보낼 때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시장 확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통신사의 협조를 통해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것으로 mms에서부터 웹 영상 채널에서까지 본인이 구매한 여러 종의 모바일 폰트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여러 분야에서 폰트를 통한 혁신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폰트뱅크 모바일 플립폰트 - 아랍어

앞으로 장단기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 드립니다.

지금까지 해 왔던 것과 같이 앞으로 제가 해야 하는 역할은, 폰트시장에서 우리 CP들과 같은 창작자가 제대로 된 대우를 받고, 주변 환경 변화 요인에 관계 없이 그들의 창작물이 안정적으로 소비되는 구조를 유지시키고 확장해 나가면서, 또 새로운 걸 창작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의 폰트 제작 환경, 좀 더 안정적인 폰트 시장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폰트 업계에 종사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폰트뱅크 손동원 대표이사[사진_월간인쇄계]

지난해 발간된 ‘2011-2020 모바일 폰트 아카이브, 내 손 안에 폰트’라는 책자를 통해 시작한 폰트 업계에 종사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은 잠시 멈춰있지만 지속적으로 인터뷰 원고를 만들어 가고 있으며 DTP시장에 대한 기록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는 저희 CP들과 함께 지난해부터 12월에 하고 있는 ‘TyPO&ART LIFE’라는 전시회를 오는 12월 경 인사동 갤러리에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전시회는 CP들이 만든 폰트 외에도 이들이 작업한 그림과 사진, 캘리그라피, 도예 등 다양한 작업들을 함께 선보이는 것으로 업계 종사자들과 일반 관객들이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이미지제공_㈜폰트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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