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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계2024.01] 글꼴 원도를 재해석, 그 의도를 충실히 담아내면서 시대상을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연구를 진행

_인터뷰_/Fonts & People

by 월간인쇄계 2024. 3.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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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AG타이포그라피연구소의 주요 작업에 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주경 책임연구원 안상수 선생님 원도와 최정호 선생님 원도를 두 가지 축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저희 연구소에서 2023년에는 AG 글꼴 위주로 많이 작업을 했는데, 그 가운데 안상수 선생님의 원도를 재해석한 ‘AG마당돋보임’이 코리아디자인어워드 2023(KDA 2023) 커뮤니케이션 부문 그래픽 분야 위너로 선정되었습니다. 

연구소에서 함께 출품한 최정호 선생님의 글꼴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AG초특태명조 V1.0’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하다가 최종적으로 ‘AG마당돋보임’이 선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AG마당돋보임’은 안상수 선생님께서 잡지 ‘마당’의 아트 디텍터로 재직할 당시 그렸던 한글 원도 174자를 바탕으로 11,172자로 디지털화 작업을 거친 글꼴로서, 1995년 안상수가 설계한 <안상수체>의 전 단계인 네모틀 조합형 글꼴입니다. 워낙 특징적인 글꼴이다 보니까 ‘마당’ 잡지에서도 소제목 등으로 사용했었습니다.  

‘마당체’ 원도는 속공간이 극단적으로 작고, 글자사이도 매우 촘촘하며 닿자와 글자너비가 불규칙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주요 특징은 살리되 탈네모틀 구조를 가진 세벌식 글꼴이며 획과 속공간, 좌우 여백 등에 엄격한 그리드 규칙을 부여하여 각각 다른 수치의 9가지 자면너비를 가지되 글자사이가 고르고 빽빽한 인상은 유지하도록 그린 가변글꼴입니다. 또한, 한글은 윗선 맞춤, 라틴알파벳은 아랫선 맞춤으로 독특한 글줄을 이루는 특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계획했던 촘촘한 인상이 잘 반영된 것 같습니다.

글꼴 작업의 순서는 어떻게 정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주경 책임연구원 별도로 작업 순서를 정해 놓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AG 글꼴 중 탈네모틀 세벌체 글꼴인 안상수체 같은 경우에는 모듈화 작업이 용이한 글꼴이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워낙 친숙한 이미지라서 어떻게 다양한 인상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배리어블 글꼴처럼 특징적인 내용들을 넣어서 구조와 형태에 대해 연구하고, 작업을 진행하는 편입니다. 

최정호 원도의 경우에는, 연구소에서 보유하고 있는 최정호 선생님의 원도를 분류하여 로드맵을 만들었는데요. 로드맵에 맞춰 순차적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AG 최정호체 Std.’와 같이 1종으로 제작된 글꼴은 글자수를 확장하거나 두께를 확장하여 글꼴 가족을 늘리는 등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AG타이포그라피연구소 김주경 책임연구원, 이주희 주임연구원, 조두경 연구원, 박한솔 연구원(좌측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작업 과정에서 고객들의 반응도 고려하십니까.

김주경 책임연구원 연구소는 연구 단계인 원도 분석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작업 호흡을 길게 갖고 있는 편인데요. 글꼴 개발 기간도 단축시키는 중이며 사용자 입장에서 다양한 글꼴 두께로 사용성을 높은 글꼴을 선보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AG 초특태고딕 - 좁은 너비’ 외에도 최정호 원도 바탕의 순명조 계열과 다양한 인상 글꼴을 보여주고자 작업 중에 있으며, AG타이포그라피연구소를 대표하는 최정호 원도와 안상수 원도 외 글꼴의 이미지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책임연구원님이 생각하시는 연구 방향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김주경 책임연구원 최근 ‘AG마당돋보임’이 나온 이후 ‘안상수체’와 같은 세벌식 탈네모틀 글꼴에 대한 연구를 좀 더 지속해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AG마당돋보임’이 출시된 이후에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아서 요즘 유행 속에서 탈네모틀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중점적인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이주희 주임연구원 탈네모틀 세벌체 형식에 기반해서 안상수체가 개발되었고, 당시 세벌체를 개발하는 방식이 굉장히 센세이셔널했었잖아요.

안상수체도 굉장히 파격적이었는데 지금 저희 세대 디자이너들에게는 옛날 글꼴이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그런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번에 ‘AG마당돋보임’이 그걸 기반해서 새로 나옴으로써 네모틀에 꽉 차지 않은 저렇게 리듬감이 있는 글꼴인데도 불구하고 더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어서 사용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안상수 선생님께서 주도해서 개발하신 방법이기 때문에 연구소에서도 그런 개발 방식에 대해 굉장히 중요한 자산으로 생각을 하고 있고, 이를 응용해서 꾸준하게 새로운 개발 방식이 있을지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은 연구 방향의 한 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글꼴 소개 문장은 어떻게 선정하십니까.

이주희 주임연구원 가장 좋은 것은 고객들이 글꼴 자체의 인상만 보도록 하는게 좋지만 해당 글꼴과 잘 어울리는 문장의 분위기가 있잖아요.

그래서 작업하면서 디자이너들이 글꼴의 인상을 더 많이 잘 보여줄 수 있는 문구들을 선정합니다. 조두경 연구원이 작업한 ‘AG초특태고딕-좁은너비’는 뭔가 좁고 강렬한 인상이 경고 문구나 그런 거에 더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해서, 공식 문서나 강렬한 느낌을 주는 문장을 선정해서 적용시켜 본 거죠. 각 글꼴마다 소개하는 문장이 다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연구소 홈페이지에서는 글꼴 사용 예시를 다양하게 볼 수 있는데요, 다양한 예시를 보면서 글꼴 사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김주경 책임연구원 작업을 할 때, 글꼴의 사용 환경을 특정하고 개발하지는 않지만 기존 원도가 사용되었던 사용 환경을 가장 기본으로 생각하는 편입니다. 원도가 있기 때문에, 원도로 사용했던 문장을 활용하거나 추가로 담당 디자이너가 글꼴을 그리며 느끼는 분위기에 따라 알맞게 문장을 고르기도 합니다.

각 글꼴에 알맞게 다양한 분위기로 구성한 대표 문장을 볼 수 있습니다. 글꼴 사용 환경에 따라 문학 구절이라든지 경고문, 다양한 곳에서 여러 문장을 찾아서 글꼴 특징을 돋보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연구소 홈페이지에는 세세하게 글꼴을 써볼 수 있게끔 자간 조절이나 행간 조절을 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별도의 트라이얼이 존재하지 않지만 글꼴의 느낌을 볼 수 있는 기능들은 제공을 하고 있습니다.

글꼴을 제작한 디자이너의 의도와 다른 쓰임새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를 보신 적은 없나요?

김주경 책임연구원 ‘AG마당돋보임’이 동화책에 사용된 사례도 신기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AG초특태고딕’이 가수 앨범 속 가사집에 사용된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AG초특태고딕’은 워낙 강렬한 이미지다 보니까 본문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파격적인 사용되었다고 생각되어서 새로웠습니다. 종종 이렇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시도들이 보일 때마다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주희 주임연구원 저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만든 종이 잡지 ‘아카이브 프리즘 #12’에서 ‘한국영화를 만든 대사 100’이라는 이름으로 영화 대사를 소개하면서 ‘AG초특태고딕’을 사용한 것을 보고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아카이브 프리즘 #12. [자료출처_한국영상자료원]

사실 사용자가 글꼴을 보고 받아들이는 느낌이나 사용처를 저희가 모두 예상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종종 예상을 뛰어넘는 그런 쓰임도 보게 됩니다. 

글꼴 사용에 있어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글꼴이 가진 인상이 변할 수 있을 정도로 임의로 장평을 50%로 줄이는 것과 같이 모양을 크게 왜곡시키는 형태가 아니라면 사용 환경에 대한 제약을 두는 것 자체가 글꼴을 한정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글꼴 사용에 있어 옳고 그름은 판단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봅니다. 

오래된 원도는 어떻게 보관하고 계십니까.

김주경 책임연구원 종이에 직접 그린 원도와 별도로 그걸 스캔 작업한 파일을 별도로 모아두고 있습니다. 

최정호 글꼴이 명조체의 기본 틀이기 때문에 최정호 글꼴을 현대화했다는 글꼴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저희 연구소는 실제 원도를 보유하고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오리지널리티가 다른 편이죠.   

이주희 주임연구원 부연해서 설명 드리면 최정호 원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최정호체나 초특태명조 같은 글꼴이 더 호응을 얻었던 것은, AG타이포그라피연구소에서 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오늘날의 명조와 고딕을 개발한 대한민국 1세대 글꼴 디자이너 최정호 선생님에 대한 가장 많은 자료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최정호 박물관에 대한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김주경 책임연구원 구글에서 최정호 선생님에 대해 많은 정보들이 검색되지만 여러가지 정보들이 정리되지 않고 퍼져 있는 상태여서 하나로 모아주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의도로 선생님 생신이신 11월 30일에 맞춰서 온라인 최정호 박물관을 열었습니다. 

2017년부터 SNS 플랫폼들을 활용해서 최정호 선생님 관련 인터뷰와 관련 내용들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플랫폼도 변화하면서, 별도의 사이트에서 박물관처럼 선생님의 삶과 원도, 글꼴, 기타 관련 내용들을 볼 수 있도록 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젊은 세대 가운데 글꼴을 그리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들이 최정호 선생님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원도들을 한데 모아서 볼 수 있는 곳이 필요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최정호 박물관은 글꼴에 관심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유용한 정보 제공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주희 주임연구원 박물관에 있는 최정호 선생님의 삶에 관한 내용을 보면, 동아출판사체와 삼화인쇄체 등 국내 활자 분야의 역사를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연구소에서 소장하고 있는 선생님의 원도 이미지들을 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만든 AG글꼴들을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박물관에 있는 최정호 선생님 관련 내용들은 2014년 안그라픽스에서 출간한 ‘한글 디자이너 최정호’라는 책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최정호 선생님의 다른 원도와 기타 자료들도 차례차례 소개할 계획입니다. 

글꼴 디자이너 뿐 아니라 관심있는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해서 최정호 선생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는 만큼, 박물관을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최정호 선생님에 대해 알 수 있게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정호 박물관 Chiojeongho Museum

최정호 박물관 Chiojeongho Museum

choijeongho.com

연구소에서는 여러 가지 폰트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셨는데요, 2023년에는 어떤 것들을 진행하셨습니까. 

김주경 책임연구원 지난해에는 격년 개최로 기획된 AGTC(안그라픽스 타이포그래피 컨퍼런스)라는 큰 규모의 행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올해는 577돌 한글날을 맞아 글꼴 디자이너분들과 실제 그 글꼴을 사용하는 그래픽/북/웹 디자인 분야 종사자 몇 분을 초빙해서 한글과 글꼴을 이야기하는 차담회를 열었습니다. 

‘태도의 유형’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차담회에서는 다양한 사용 환경, 특히 지면과 화면에서 글꼴이 취할 모습이 어떠해야 할지 함께 이야기했으며, 저희가 오픈을 앞두고 있었던 ‘AG 초특태고딕-좁은 너비’ 글꼴과 박한솔 연구원이 진행 중인 ‘AG 최정호민부리 스크린’ 글꼴 등에 의견을 듣고 생각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AGTC에서 이야기 되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실질적으로 글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없어서 아쉽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작업자들의 이야기를 같은 눈높이에서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열린 이번 차담회에서는 Q&A도 생각보다 많았고, 같은 고민들을 하고 이에 대해서 답변을 찾아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주희 주임연구원 국내에서는 타이포그라피 관련 전문 컨퍼런스가 별도로 없었기 때문에 지난해 처음 개최된 AGTC에 굉장히 호응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이번 차담회에서는 진행 중이었던 화면용 글꼴 프로젝트와 관련된 조언을 듣기 위해 ‘프리텐다드’와 ‘수트’라는 글꼴을 개발하신 두 분을 모셔서 화면용 글꼴을 개발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에 대해 의견을 듣고 네트워크도 할 수 있어 의미 있었습니다. 

이번 차담회에 대한 내용은 AGTC사이트(agtc.kr)을 통해 볼 수 있으며, 앞으로 연구소에서는 이러한 기록들을 계속 정리하고 쌓아 나갈 예정입니다.

 

AGTC

‘AGTC는 글꼴 영역에서 이를 새롭게 멋지어 가는 이들을 조명합니다. 디자이너와 연구자, 교육자, 개발자 등 글꼴 디자인계, 관련 산업 및 교육 분야에 몸담고 있는 이들과 함께 글꼴 문화 산업

agtc.kr

연구소에서 작업을 작업하고 계신 화면용 글꼴에 대해 설명 부탁 드립니다. 

김주경 책임연구원 요즘에는 화면용 글꼴에도 관심이 높다 보니까 저희도 ‘AG최정호 스크린패밀리’ 글꼴을 선보였습니다. 

화면용 글꼴 작업 과정에서는 오래된 윈도우 모니터에서도 가독성 같은 부분을 체크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시리즈별 애플과 안드로이드 기기들에서 글꼴을 비교해 보기도 합니다.  

박한솔 연구원 제가 그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아이패드는 어느 정도 세대가 넘어가면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해상도가 좋은 편이기 때문에 해상도가 낮은 윈도우 모니터와 같이 낮은 해상도 환경에서 잘 보이는 걸 기준으로 해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화면용 글꼴을 사용하시는 분들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서 저희가 신경쓰고 바꿔야 할 부분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김주경 책임연구원 연구소에서 2023년부터 ‘AG 따옴표 레터’라는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는데, 연구원들이 각자 연구하고 싶었던 분야나 디자이너 인터뷰, 새로 접한 다양한 소식 등을 내용으로 매달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4년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두경 연구원 최근 작업을 마무리한 ‘AG초특태고딕-좁은 너비’ 글꼴을 정리하면서 글꼴 보기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연구소에서 글꼴 하나가 나오면 거기에 따른 글꼴보기집을 내는 게 마무리 단계라고 볼 수 있는데, 원도에 대한 분석과 세부 특징까지 보여주면서 글꼴 파일 안에 들어있는 기호 활자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보여주는 페이지와 사용 사례까지 볼 수 있습니다.

김주경 책임연구원 지금까지 연구소에서 항상 해 왔던 것처럼 연구하고 글꼴 만드는 작업을 이어가게 될 것입니다. 24년에 열리는 AGTC에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AG Font

AG Typography Institute creates a new typeface culture and trend.

agfo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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