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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계2019.09] 씨앗이 잘 자라려면 좋은 흙이 있어야 한다.

_인쇄기술정보_/기술기고

by 월간인쇄계 2020. 2. 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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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업에 미래가 있습니까?”

나는 매년 인쇄관련학과 고등학생들과 가업을 승계하려는 2세들을 대상으로 해외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학생들은 물론 가업을 승계하려는 2세들을 만난 자리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인쇄업의 미래에 대한 것이다. 당돌한 질문이 아니다. 자신의 직업과 인생이 걸린 일이고, 보다 나은 미래를 꿈꿔야 하는 의무를 지닌 학생들인 만큼 당연한 질문이다.

이는 나 역시 최근 들어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미래에는 대다수 의견처럼 인쇄업이 쇠퇴 일로를 거듭해 몇몇 큰 기업만 살아남을 수도 있다. 아니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겨나 다시 전성기를 맞이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공정은 또 어떤가. 최근에 거론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ICT기술과 결합해 놀라운 발전을 할 수도 있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미래는 만들어 가는 것이지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아버지에게 가업으로 인쇄업을 물려받은 1983년부터 지금까지 인쇄업에 종사하는 동안 세상은 빠른 속도로 몇 번이나 바뀌었다. 특히 IT기술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해 인터넷을 통해 세계를 하나로 묶어냈다. 이에 따라 문자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인쇄물 이외에도 엄청나게 다양해졌다.

책이 지식의 보고라면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이다. 이제 검색어만 입력하면 너무나도 간단하게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간단한 정보나 뉴스를 찾는 일은 책이나 인쇄물이 인터넷의 속도와 양을 절대 따라갈 수 없다. 작은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세상을 만날 수 있는데 누가 불편한 인쇄물을 들고 다니면서 읽으려고 할까. 공공기관과 대기업마저 편리한 전자결재로 바꾸어 나가면서 인쇄물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 하다못해 관리비 영수증까지 인터넷으로 받아 보는 시대이다. 

인쇄업계 밖에서 보는 시각은 대체로 위와 같다. 사양산업이고 앞으로도 점점 사업영역이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미래 먹거리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발전 가능성이 적다 등등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하지만 인쇄업계 안에 잔뼈가 굵은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매년 Frankfurt Book Fair, New York Book Fair, 오스트리아 빈 국제 도서전, 동경 국제 도서전 등 국제적인 도서전을 참가해보면 인쇄기술이 점점 발전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인쇄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인쇄물 수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3년 연속 증가하면서 수출액 1억 불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한국 인쇄업의 미래를 수출에서 찾았다고 할 수 있다.

인쇄물수출진흥협의회 회장으로 시장개척단을 운영할 때 외국 바이어들의 문의는 많았지만 정작 우리 인쇄물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나는 이 점이 너무 아쉬웠는데 이제 세계 시장에서 우리 인쇄술이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쁘다.

국내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남다른 서비스와 경영전략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인쇄인들도 생겨나고 있다. 한 업체는 인쇄물은 대량으로 주문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1장만 주문해도 생산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놀랍게도 이들은 처음부터 인쇄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아니다. 인쇄업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가 인쇄업에서 가능성을 찾고 새롭게 도전한 사람들이다. 남다른 시각과 생각으로 인쇄업을 바라보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사람들이다. 10년, 20년씩 종사한 사람들도 찾지 못한 인쇄술의 미래에 대한 답을 새로운 시각으로 얻은 것이다. 이처럼 기존의 시각으로 보면 발전가능성이 적은 분야일 수도 있지만 새로운 시각과 상상력으로 접근하면 또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인쇄업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나처럼 가업을 승계해 인쇄업을 시작한 사람도 있는 반면, 예로 든 것처럼 새로 인쇄업을 시작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인쇄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큰 것이 아니다. 기존 인쇄인들이 보지 못한 변화 가능성을 찾아주는 것이다. 시스템을 바꾸고 조직을 뒤집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아주 작은 것에서 인쇄업계의 미래를 찾을 수도 있다. 인류의 위대한 발명은 대부분 사소한 것에서 시작했다는 점을 명심하자. 이런 작은 변화만으로도 인쇄업계는 활력을 얻고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기존 인쇄인들도 마냥 기다려서는 안 된다. 씨앗이 자라려면 좋은 흙과 적당한 물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말고 새로운 의견과 미래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인쇄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차세대 인쇄인들에게 미래 가능성과 비전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차세대 인쇄인들이 인쇄업에서 꿈을 찾아낼 수 있고 의욕적으로 도전할 것이다.


글_㈜청아디앤피 김남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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