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북페어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프랑크푸르트 북페어가 지난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전시장에서 열렸다. 30만에 가까운 인파로 북적거렸던 닷새간의 책 잔치에는 작년 대비 0.6%나 더 많은 관람객들이 모여들었으며, 전시장 어느 곳에서도 유로존 경제 위기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 세계 100여 개 국에서 참가한 내노라 하는 출판사들은 저마다의 신간을 내세우며 라이센스 계약을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방문객들을 맞이하기에 분주했으며, 주빈국 역할을 훌륭히 한 뉴질랜드 관은 ‘While You Were Sleeping’ 이라는 주제로 퍼포먼스를 진행, 뉴질랜드의 역사와 문화를 책이라는 테마 속에 담아 전달했다. 앤티크 서적 전시로부터 시작해 태블릿 PC를 통한 e-book에 이르기까지,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는 책이라는 미디어를 각기 다른 툴 속에 담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세계를 멋지게 담아냈다. 물론 출판산업이 살아있다는 것, 이는 인쇄산업이 건재할 수 있다는 청신호이기에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의 대성황이 반갑기 그지 없었던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6홀에 위치했던 저작권 에이전트 및 스카우트 센터는 2011년 보다 4.4% 더 넓은 면적에서 전시를 치렀다. 이곳에서는 100개 이상의 에이전트들이 하루 1,300여 에 달하는 미팅을 매일 소화해 냈다. 저작권 미팅을 위해 모여든 바이어들은 각기 다른 국가에서 각기 다른 언어로 다양한 서적들을 출간하기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는 글로벌 베스트셀러 탄생을 위한 모태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프랑크푸르트를 찾은 젊고 현대적인 출판인들은 새로운 세대로서 그들만의 특유한 개성을 마음껏 발휘했다. 풍부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역량, 그리고 보다 폭 넓은 네트워크를 통해 기존 종이 책 이상의 ‘책’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선보였다. 책을 표현해 드러낼 수 있는 툴에 있어 다양한 기술적 접목은 물론, 필름과 게임으로 보다 인터액티브한 재미를 더해 출판사와 독자간의 거리를 한 층 좁혀 나가는데 일조했다. 서적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디지털화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재에 존재하고 있었다.
출판산업에 있어 주요 플레이어들을 중심으로 진행 된 프랑크푸르트 아카데미에는 3,300여명의 참가자들이 모여들었으며, 현 출판업계의 비즈니스 모델과 트렌드, 그리고 모범적인 경영 실례를 나누며 국제적인 지적 네트워크를 마련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이번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의 주빈국인 뉴질랜드는 동화 속의 판타지 공간 속으로 방문객들을 이끌었다. 잔잔한 호수가 연상되는 무대 한편에 높게 뜬 보름달 밑으로 한 남자가 책을 손에 펼쳐 든 채 누워있다. 그리고 그는 웅장한 음악이 이끄는 내레이션과 함께 서서히 일어서며, 뉴질랜드의 광활한 자연을 넓게 드리워진 대형 스크린들 속에 펼쳐 보였다. 컬러풀한 디스플레이와 퍼포먼스, 그리고 춤과 문학작품의 낭독을 통해 책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판타지아를 선보인 것이다. ‘While You Were Sleeping’ 이란 주제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뉴질랜드 관을 찾은 많은 이들로부터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주빈국으로서 뉴질랜드가 펼쳐 보인 또 다른 퍼포먼스는 뉴질랜드 원주민족인 마우리족이 신명 나게 흔들어 보인 하카춤이었다. 13도를 웃도는 제법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우리족의 전통 춤에 흥겨워하는 방문객들은 음악에 맞춘 박수와 함께 전시장 밖에 마련된 오픈 무대를 마음껏 즐겼으며, 연속되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마우리족은 정겨운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홀 4에 위치했던 한국관에는 국내 출판사들의 출품외에도 대한인쇄문화협회 지원으로 출품한 국내 인쇄사 및 인쇄에이전시, 그리고 해마다 해외 인쇄시장 개척을 위해 다양한 북페어에 참여하고 있는 팩컴코리아가 국내 출품업체로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한국학술정보를 비롯해 일본의 다이니폰프린팅 등 고객사 4곳과 함께 공동 전시를 전개한 HP는 디지털 인쇄가 출판산업 전반에 걸쳐 폭 넓고 다양하게 접목된 실례들을 전시해 보였다. 셀프퍼블리싱(self publishing/자가출판)와 웹투프린트(web to print), 증강현실 플랫폼(Augmented Reality platform), 디지털인쇄사업의 글로벌 네트워크화 등은 출판산업계에 있어 기존 소량 다품종 출판 이상의 무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디지털 인쇄의 현 주소를 조명해 보이는데 충분했다.
고서들이 풍기는 위풍당당함은 베스트셀러가 뿜어내는 대중적 인기 이상의 매력을 발산한다. 프랑크푸르트 고서전시관을 메운 그야말로 앤티크 서적들은 한 장 한 장 담고 있는 고풍스런 그림들이 옛스러운 폰트들과 아름답게 어우러져 그 옛날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었다.
영국의 피어슨과 프랑스의 아셰트, 독일의 랜덤하우스, 미국의 존윌리앤선스 등 세계 출판산업을 주름잡고 있는 출판사들로 구성된 전시관은 많은 인파로 북적이기도 했지만, 그 이상의 풍부한 내용들이 담긴 서적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들 부스는 저작권 계약을 얻기 위해 찾아 든 이들만큼이나 신간 서적을 원하는 일반인들의 발길 또한 끊이지 않았다.
전시 홀 곳곳에 마련된 이벤트 무대는 저자와의 대화와 출판업계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어린 꼬마 연사들로 구성된 독서 토론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사들로 가득했다. 열 살이나 되었을까, 독일어로 열띤 토론을 리드하고 있는 어린 연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을 위해 서적을 출판하고 있는 아동서적 전문 출판사들은 책 또한 놀이문화의 한 범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피력하며, 다양한 콘텐츠와 더불어 여러가지 장난감들을 선보였다.
평상시 좋아하는 저자를 직접 만나 저자의 친필사인이 담긴 책을 사 들고 갈 수 있다는 것 또한 북페어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이벤트다. 참가자들에게 책의 저자와 글이 아닌 말로써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또한 길게 늘어선 줄도 큰 즐거움이자 아름다운 기억이 될 것이다.
디지털퍼블리싱은 이제 페이퍼 북을 대치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로 출판의 한 주류로 자리잡아 나가고 있었다. 저마다의 콘텐츠를 보다 멀티미디어하게 제공하는 것, 이는 대형 출판사는 물론 출판업계에 있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자 툴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고유의 기술로 디지털퍼블리싱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성도솔루윈의 K-Books는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를 통해 전 세계 출판업계에 데뷔하는 무대를 가졌다.
화훼와 원예, 자수, 요리 등등 취미생활을 리드하며 그 새로운 세계를 탐구해 나갈 수 있는 훌륭한 툴 또한 서적이 아닐 수 없다. 윈도우 익스플로우를 이용한 웹서핑이 대세라지만 아직까지도 종이책이 가져다 주는 즐거움은 취미생활 이상의 기쁨으로 우리 일상에 함께하고 있다.
내년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는 10월 9일에서 13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올해 뜨거웠던 출판산업의 열기를 아직 체험해 보지 못했다면, 내년 10월 프랑크푸르트 행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출판산업의 생동감이 넘치는 현장이 인쇄산업의 내일을 밝게 조명하고 있음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체험현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취재_글_안혜정 기자 / 사진제공_buchmesse.d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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