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인쇄계2022.11] 좋은 폰트가 만들어지고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 - 계원예술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이용제 교수

_인터뷰_/Fonts & People

by 월간인쇄계 2023. 1. 26. 09:00

본문

한글타이포그라피학교가 올해 10년째를 맞이했습니다.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설명과 평가를 부탁 드립니다.

이전에도 한글타이포그라피학교라는 이름으로 사람들과 함께 워크숍을 했었던 적이 있었지만, 한글과 다른 문자들의 차이를 배우고 이들을 섬세하게 다루어 조화롭게 표현하는 방법을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보고자, 2011년 가을 조그만 공간을 빌려서 학교 문을 열었고, 이듬해에 정식 인가를 받았습니다. 

제도권 교육에서 10여 년 동안 제가 하고 싶어했던 활자 관련 교육을 했었지만 생각했던 것과 차이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디자인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교육 철학과 내용 그리고 방법을 연구하고 교육에 반영하고 싶어서 행동으로 옮긴 거죠.

당시 이미 글자를 그린 경험이 20년 정도 쌓인 시점이었기 때문에 대략적인 커리큘럼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로 하다 보니까 활자 디자인 수업은 계속 세분화되면서 지금은 기획과 이론, 실습, 실무, 작품 전시까지 5단계로 나눠졌습니다.

현재 활자 기획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활자와 관련된 역사와 쓰임새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눕니다. 그 다음 활자 디자인 이론 수업에서는 글자의 균형과 비례 등에 관한 기초적인 조형 원리를 가르칩니다. 그 다음 단계는 자신이 기획한 활자를 그리면서 균형과 비례 등을 조율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렇게 제가 가진 생각을 학생들과 나누고 있는데, 매년 30명에서 35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그 가운데 10여 명이 작품 전시까지 함께 하게 됩니다. 활자 디자인한 결과가 폰트로 발표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제는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활자를 만드는 것에 대한 제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만 학교에 오게 되었습니다. 학교를 시작하고 10여 년이 지나게 되면서, 이제는 저와 생각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게 되고, 이들이 새로운 학생들을 또 가르치게 되고,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잡아가는 것을 보면서 생각했던 방향으로 변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활자를 만드는 것을 배워서 만들게 되는 결과물은 혼자만 만족하는 것이 아닌 문화와 역사, 혹은 어떤 측면에서라도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디자이너라면 개인의 가치보다는 공동의 가치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사회적 맥락 안에서 사람들과 어떤 매개물로서 존재하는 게 디자인이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시작하고 5년 정도 지났을 때부터 이런 교육을 계속 지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이제는 활자 디자인을 넘어 한글로 어떤 시각 문화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관련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상 매체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여러 종류의 폰트가 사용되고 있지만, 인쇄 매체 디자이너들은 대부분의 작업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폰트들을 다시 사용하게 되고, 새로운 폰트를 사용해 보려고 해도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방법들을 권해주실 수 있을까요.

새로운 폰트를 사용해 보기 위해서는 우선 과거에 본인이 작업했던 디자인을 새로운 폰트로 대체해서 보는 것 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감을 잡을 수 있게 됩니다.

거기에 더해서 본문의 경우 8, 10, 12 포인트 등 크기별로 출력해보면 어느 정도 경력을 가진 디자이너라면 해당 폰트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는 고객 요청이나 사내 결정으로 폰트를 교체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때 바로 제시할 수 있도록, 조금 한가한 시기에 관심 있었던 새로운 폰트들이 있다면 화면으로만 보지 말고, 모두 출력해보라고 자주 이야기합니다. 

또 하나는 폰트 관련 기본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참고하는 것입니다.

최근 오늘폰트(www.onulfont.com)라는 폰트 유통 플랫폼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 오늘폰트 웹사이트 갈무리

‘오늘폰트’는 좋은 폰트에 대해 같은 생각과 태도를 가진 사람들의 공동체로, 쓰임과 가치가 있는 ‘좋은 폰트’를 유통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것으로 사용자가 폰트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신뢰와 유대 위에서 폰트 생산자-사용자를 잇다.

onulfont.com

첫 번째로, 폰트 유치원을 의미하는 ‘폰치원’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9월 컬러 폰트와 베리어블 폰트와 같이 최근 주목 받고 있는 폰트에 대한 설명부터 그 안에 있는 코드와 제목용과 본문용 폰트의 구분 방법 등 폰트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을 담은 강연을 진행해서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참여하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오늘폰트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폰트 관련 Q&A를 정리해 놓았습니다. 앞으로는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의 관련 학과를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 형식적으로도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폰트’ 사이트와 관련 활동을 함께 하시면 폰트 사용과 관련된 기준과 기본적인 판단 능력은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폰트

신뢰와 유대 위에서 폰트 생산자 — 사용자를 잇다. 고집 있는 폰트 제작자들이 만든 새로운 한글 폰트를 만나보세요.

www.youtube.com

이 외에도 브런치라는 플랫폼(brunch.co.kr/magazine/goodfonts)에 ‘좋은 폰트 가이드’라는 연재 글도 올렸는데 참고하시면 입문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폰트 가이드’ 중에 무료 폰트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무료 폰트는 절대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라면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폰트에 대해서는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공짜’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약점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폰트를 선택해서 디자인했다면, 좋은 디자인을 기대하기 어렵겠죠. 

 

좋은 폰트 가이드 매거진

#폰트 #font #오늘폰트

brunch.co.kr

 

오랜 기간 폰트 관련 교육을 해 오신 입장에서 주목할 만한 젊은 폰트 디자이너들을 추천 부탁 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관행적으로 만들어지는 업체들의 폰트 보다는 사회에 필요한 무언가를 만들어 보겠다는 본인의 신념대로 폰트를 만들고 있는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 텀블벅 ‘독립 활자의 디자이너 폰트’

지금 떠오르는 이름들은 담담한 일상을 기록하는 서체 ‘구보씨’와 ‘온하루’ 등을 소개하고 있는 김윤아 디자이너와 ‘갈맷빛’ 프로젝트와 ‘최정호 프로젝트’를 진행한 박진현 독립 활자 디자이너, 젊은 디자이너들 가운데 맏형이라고 할 수 있는 ‘고딕씨’를 그린 김동관 디자이너와 ‘격동고딕’을 만든 장수영 디자이너 등이 있습니다. 텀블벅 사이트(tumblbug.com)에서 ‘활자모’를 검색하시면 앞으로 주목할 만한 젊은 디자이너들이 만든 작업들을 접하실 수 있습니다. 특히 이곳에서는 소위 ‘돈이 될 만한’ 폰트들은 아닐 수 있지만, 젊은 디자이너들이 시대 정신을 담아내면서 공들여 만든 여러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텀블벅 - 크리에이터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tumblbug.com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 드립니다.

오늘도 타이포그라피 용어 정리에 관한 책 원고를 인쇄 넘기는데요. 지금까지 문장부호와 숫자에 대한 내용이 담긴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와 근대 한글 활자의 역사를 담은 ‘활자 흔적’, ‘타이포그라피 교양지 ㅎ(히읗)’과 같은 도서를 발간해 왔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때문에 향후 몇 년 동안은 한글과 활자 디자인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관련 글을 쓰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계원예술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이용제 교수[사진_월간인쇄계]

또한 내년 5월 인천 송도에 개관하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의 전용 폰트 개발, 2023년 대한민국과 스위스 수교 60주년 기념으로 헬베티카를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는데, 그 연장선에서 한글 헬베티카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옛 한글 글자체를 바탕으로 폰트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와 알파벳 폰트와 조화로운 한글 폰트를 만드는 프로젝트 등을 곧 시작합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