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폰트’는 다른 폰트 플랫폼과는 방향성과 선보이는 폰트 등에서 달라 보입니다. ‘오늘폰트’에 대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조재훈 디자이너 폰트 구독형 플랫폼 오늘폰트를 운영하는 활자공간은 수익성보다는 세로쓰기와 같이 폰트 관련된 여러가지 이슈를 이야기하면서 이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기술적인 부분을 세미나를 통해 설명하고, 한글타이포그라피학교를 통해 젊은 폰트 창작자들을 길러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폰트를 만들어내고 소개하는데 치중하기보다는 사용자들이 분명한 쓰임이 있고, 계속 보완해 나가는 ‘좋은 폰트’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원본성’이 있는 폰트를 공급하는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폰트 기업들과는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오늘폰트에서 이야기하는 ‘좋은 폰트’는 원본성이 있는 폰트를 말합니다. 오늘폰트 디자이너들은 원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폰트의 쓰임을 생각하면서 창작하게 되는데 이 폰트가 어떤 매체에서 쓰일 것인지, 어떤 크기에서 쓰일 것인지를 미리 구상하고 거기에 맞는 폰트의 구조와 표현을 생각하면서 창작을 진행을 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원본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폰트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폰트를 ‘좋은 폰트’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폰트가 한글 폰트 기준으로는 한글이 2,780자 내지는 11,172자까지 사람의 손으로 다 그려야 되는데, 이런 작업이 100%의 완성도를 가질 수 없고 지속적인 개선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좋은 폰트’를 창작을 하려다 보면, 창작자 혼자 독립적으로 진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굉장히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런 문제를 겪고 있는 창작자들의 폰트 창작 활동을 돕기 위해 오늘폰트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생산과 유통에 있어서 좀 더 좋은 방식을 찾고, 폰트 사용자들을 더 신뢰해보자는 것이 오늘폰트를 시작하면서 생각한 방향성이었습니다.
이전보다 폰트 사용과 관련된 저작권 의식이 많이 나아졌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무단 복제를 막기 위해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기보다는 이를 폰트 창작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원본성 있는 폰트 개발을 위해서는 기획, 디자인부터 검수까지 1~2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사용자가 최소한 사용할 수 있는 어떤 폰트의 세트가 구성되면 오늘폰트 플랫폼을 통해 구독자들이 사용해 볼 수 있도록 ‘미완폰트’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조금 더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오늘폰트에서 소개하는 폰트를 적절한 쓰임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알고 있어야 되는 배경 지식들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폰치원’과 같이 폰트 사용과 관련된 교육이나 세미나와 컨퍼런스를 통한 지식 공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폰치원은 디자인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주니어 디자이너들이나 디자인을 새로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폰트 역사부터 폰트에 숨겨져 있는 어떤 기능이나 문장 부호, 폰트를 잘 선택하는 방법 등을 공유하고 있으며, 지난해는 온오프라인으로 일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올해는 성신여대 산업디자인과와 경희대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번씩 진행했습니다.
폰치원에는 활동을 통해 활자공간의 창작자들이 함께 해서 폰트 생산자와 사용자가 만나는 자리가 만들어져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앞으로도 보다 다양한 곳에서 이러한 자리를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최근 진행하신 ‘세로쓰기의 현재’ 세미나가 큰 호응을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세로쓰기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이유와 앞으로 시장 방향성이 어떻게 갈 것이라고 보시는지 말씀 부탁 드립니다.
신유림 디자이너 ‘활자.논의’라는 것 자체가 어떤 문제에 대해서 모여서 서로 토론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용제 교수님께서는 이미 이와 관련된 거의 10년 치 계획을 다 세워두시고, 그 가운데 지금 현실에 가장 적합한 걸 하나하나씩 꺼내서 하자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이용제 교수님이 그리신 세로쓰기 폰트 ‘꽃길’은 2006년에 발표되어 20년 정도 되었고, 2014년에 발표한 바람체도 10여 년이 지났습니다. 꽃길을 발표하고 바람체가 화제가 되면서 교수님께서 여러 곳에서 세로쓰기 이야기를 하실 수 있었고, 바람체가 화제가 된 후에는 세로쓰기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를 사용하기 위한 환경 지원은 부족한 편이라, 교수님께서 꽃길을 그리실 때만 해도 폰트 응용 프로그램이나 개발 프로그램에서 세로쓰기 지원이 안 됐기 때문에 90도로 돌려서 그린 후에 다시 90도로 돌려서 봐야 하는 헤프닝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세로쓰기를 지원하게 되면서, 짧은 시나 광고 등에서 점차적으로 세로쓰기가 보여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사용에 있어서 편리한 환경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세로쓰기에 대해서 한번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겠다라는 생각에 ‘활자.논의 2023:세로쓰기의 현재’라는 세미나를 통해서 20여 년 동안 세로쓰기가 기술적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조형적으로 개발에 있어서 어떤 부분이 되고, 안 되는지 사용자들은 어떤 불편함 겪고 있는지 등에 대한 내용으로 창작자와 사용자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세로쓰기의 현재’ 세미나에는 학생과 교수님, 디자인 스튜디오의 디자이너 등 폰트와 세로쓰기에 관심 있는 100여 명이 넘는 분들이 함께 해 주셨습니다. 아마 세로쓰기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곳에 저희 활자공간 밖에 없다 보니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습니다.
세미나의 발제는 심우진 교수님께서 맡아주셔서, 세로쓰기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과 이로 인해 생겼던 논란들, 앞으로 이와 관련된 어떤 논의가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고, 박지훈 선생님께서는 동아시아의 세로쓰기를 바탕으로 매체에 따라 조판 방향이 만들어내는 성격과 문장 부호의 확보, 조판 방향이 만들어내는 판형 활용의 다양성과 문제점 등을 바탕으로 우리 문자 세로짜기의 정립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정근호 선생님께서는 세로쓰기 프로그램의 개발 과정과 디지털 환경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응용 프로그램과 웹 환경에서 세로쓰기 지원을 위해서 어떻게 방법을 확대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구자은 선생님께서는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 변환하면서 서적들에서 어떤 모습의 변화가 있었는지, 김지연 디자이너와 김민기 디자이너, 제가 세로쓰기 폰트 창작 과정의 어려움과 특징, 사용 사례 등에 대해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오늘폰트에서는 세로쓰기가 가능한 폰트들을 소개하고 폰치원과 같은 활동을 통해서 이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알리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가 발간하는 ‘한글생각’과 같은 도서의 본문 조판을 세로쓰기로 했고, 최근 출간된 ‘교수님 어떤 폰트 쓸까요?’라는 도서는 가로쓰기와 세로쓰기 둘 모두를 사용해 조판되어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가로쓰기와 세로쓰기를 혼용할 수 있는 폰트 견본집에 대한 배포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로쓰기 폰트를 만들고 소개하는 것을 넘어, 사용법과 사용처까지 보여주는 방식으로 세로쓰기 폰트의 시장성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세로쓰기를 만들고 적극 소개하고 계신 이용제 교수님께서는 지금처럼 한정적인 사용처에 부분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넘어 본문 조판 같이 긴 글에도 사용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용하고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완성폰트와 미완폰트를 나누는 기준과, ‘담소’와 같이 예전 폰트를 재해석하는 작업 진행을 결정하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박적연 디자이너 오늘폰트에서 폰트 검수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히읗 필터라는 게 있습니다. 이는 폰트를 그리는 프로그램인 글립스 내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문자를 레벨 0부터 8까지 분류하게 됩니다.
레벨 0은 기본 라틴과 숫자, 그리고 KS코드에 따른 한글 2,350자에 430자를 더한 한글 2,780자, 레벨 1은 확장 한글 즉, 한글로 조합할 수 있는 11,172자 그리고 레벨 2는 원문자나 괄호 문자 이런 식으로 레벨 8까지 분류를 합니다. 저희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정한 규칙이 레벨 0부터 5까지 포함되는 일부 특정 문자들이 그려져 있고 다 포함되어 있으면 완성 폰트, 그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것들은 미완폰트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것이 완성폰트, 이 기준에 못 미치는 것은 미완폰트로 구분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소 500자 이상부터는 오늘폰트를 통해 미완폰트로 소개하고 있으며, 구독자와의 소통을 거쳐 업로드 시점부터 1년 이내에 완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담소’는 최정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 작업으로, 최정호 프로젝트 외에도 이용제 교수님의 제안을 통해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많이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러프하게 프로젝트에 대한 구상을 하시면 한글타이포그라피학교 학생이나 디자이너들에게 이를 설명하고 관심 있는 분들이 함께 참여해서 방식의 공동 프로젝트로 진행하게 되는 거죠.
2024년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적연 디자이너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작업은 ‘활자소생’과 ‘활자번역’ 프로젝트입니다.
먼저 최근에 작업한 한국 스위스 수교 60주년 기념 프로젝트 ‘쓔이써60’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쓔이써60’은 스위스 대사관에서 한국 스위스 수교 60주년 기념으로 스위스의 대표 폰트인 헬베티카가 한글이었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가정 하에 헬베티카의 조형적 특징 뿐 아니라 폰트의 형태와 쓰임의 관계를 분석하고 헬베티카의 양식인 네오-그로테스트 산세리프의 역사적 맥락까지 파악해서 한글에 접목시켜 만들어낸 헬베티카 같은 한글 폰트를만드는 작업입니다.
‘쓔이써60’을 시작으로 라틴 폰트 분류 체계인 ‘복스 분류법’에 맞춰 한글 활자체를 개발하는 ‘활자번역’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활자번역’ 프로젝트는 복스의 분류 기준에서 라틴 글자체의 구조 공간 표현의 변화를 한글 글자체에 적용합니다.
동시에 헬베티카와 구조와 표현이 같지만, 공간이 다른 유니버스도 함께 살펴보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 넓게는 휴머니스트 양식의 시발점이 됐던 15세기 글씨와 그 이전 글씨도 살펴보았습니다. 이 활자번역 프로젝트가 끝나면, 한글 글자체의 분류에 대한 연구도 조금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활자소생’ 프로젝트는 한글 창제 이후 수 많은 한글 글자체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에 시작한 것으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한글 글자체를 지금 쓸 수 있는 폰트로 제작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과거 존재했던 한글 글자체를 꺼내어 디지털 폰트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한글 글자체의 변천을 살펴보고, 변화의 흐름을 이해해보고자 합니다. 너무 오래 잊고 있던 옛 한글 글자체라서, 사실 우리 문화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만큼 낯선 것임이 분명하지만, 당장은 옛 한글 글자체 각각의 고유한 구조를 정확히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아쉽지만 다채로운 획 모양은 표현하지 않았고, 당연하게 세로 쓰기 하던 시대의 글자체 구조를 폰트로 만드는 것이니, 세로쓰기용 폰트로 만들어 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글자체 구조를 정확히 이해한 뒤 폰트로 만들어 낸다면, 그 뒤에 가로쓰기용 폰트로 변환하고, 표현도 입힐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옛 한글 글자체를 활자로 소생시킨다면, 이를 바탕으로 이 시대에 맞는 멋과 개성을 가진 활자를 끊임없이 창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조재훈 디자이너 오늘폰트 플랫폼에서는 매월 5일마다 폰트를 업로드하고 있는데, 내년에도 차질 없이 이어질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고, 좋은 반응을 얻었던 ‘폰치원’과 같이 저희가 하고 있는 교육이나 지식 공유 활동을 지속해 나가려 합니다.
아울러 오늘폰트 구독자들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개선 작업도 진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창작자들의 목소리를 좀 더 많이 전할 수 있는 활동들을 더 많이 기획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신유림 디자이너 이전부터 진행해왔던 최종호 프로젝트의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차례대로 오늘폰트에 소개하고, ‘쓔이써60’도 6월경에는 오늘폰트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세로쓰기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2024년 ‘활자.논의’에서는 ‘획’을 중심으로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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