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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계2023.07] 새로운 해석과 다양한 실험을 통해, 글꼴 디자인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연구, 개발 전문가 집단 - ㈜티랩 박성민 CEO

_인터뷰_/Fonts & People

by 월간인쇄계 2023. 9.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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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랩의 폰트들을 처음 봤을 때 떠올랐던 느낌은 확연하게 차별화된 독창적인 디자인과 함께 각각의 폰트가 가진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티랩 홈페이지에서 이야기하신 새로운 해석과 다양한 실험, 글꼴 디자인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겠다는 의미가 궁금해집니다.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기존에 개발된 유사한 폰트들과의 차별성에 주안점을 두고 디자인을 하는 경우를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타 회사에서 전혀 시도하지 않은 컨셉추얼한 디자인의 인라인 폰트의 경우 새로운 실험과 시도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시대가 원하고 필요한 컨템포러리 타입 페이스의 개발’이라는 티랩이 추구하는 명제와도 부합하는 부분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여러 명의 디자이너들이 함께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유로운 의사 소통으로 디자이너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을 살리는 방향의 디렉팅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이 차별화된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나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티랩 홈페이지를 살펴보시면, 디자이너는 동일한데 확연하게 다른 느낌의 폰트들을 다수 발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김진평 선생님께서 추구하시고자 했던 것들은 티랩에서 폰트를 제작하시는데 있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뛰어난 디자이너이며 한글 디자인 연구가, 교육자였던 김진평 선생님은 한글 디자인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시절, 모눈종이와 곡선자를 사용해서 한글 레터링의 세계를 소개한, 한글 디자인의 ‘시작’을 열었던 분입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와 ‘행복이 가득한 집’ 등 잡지 제호 디자인 외에도 한글 활자 디자인의 이론적 토대를 정립, ‘한글의 글자표현’과 같이 오늘날까지 한글 디자인의 교본이라고 불리는 서적을 저술하셨습니다. 

티랩의 창업자인 박윤정 교수 스스로 ‘영원한 스승’이라고 표현하는 분이기 때문에 티랩 폰트디자인에 있어 많은 부분 그 분의 말씀과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김진평 선생님께서는 생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타이포그래피의 표현의 기본 목적은 활자로 표현된 내용을 읽고 보는 사람들에게 심미적 공감을 줌과 동시에 정보 전달자의 뜻을 충실히 전달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말씀처럼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 심미성과 가독성 모두를 충족하는 디자인을 추구하셨습니다. 이는 곧 티랩의 폰트디자인에 있어 근간을 이루는 DNA라고 보시면 됩니다. 글꼴 디자인에 미려한 곡선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치밀한 각도로 구성된 곡선을 활용하게 되면 탄탄하게 밑그림을 그리게 되어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창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조형감을 글꼴 디자인에 표현하게 되면 독창적인 폰트 디자인이 형성됩니다. 이것은 티랩에서 개발한 독창적인 폰트디자인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티랩의 모든 폰트 디렉팅과 자문 역할도 겸하고 있는 박윤정 교수는 디렉팅 과정에서 항상 김 선생님의 말씀을 되새겨 보고 있습니다.

폰트 하나하나가 확연하게 차별화된 독창적인 느낌을 들게 하는 만큼 제작과정도 궁금합니다.

일반적으로 폰트를 개발할 때에는 아래와 같은 단계를 거쳐 작업하게 됩니다.

기획·리서치-시안 작업-확정안 도출(수정·보완)-빈출자 파생(수정·보완)-전체 영역 파생-조판테스트·오탈자검수(수정·보완)-코드테스트·설치테스트·프로그램 테스트(수정·보완)-완료

우선 글자의 용도와 인상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잡아 기획하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시안을 제작합니다. 시안 단계에서는 굵기, 비례, 크기감, 자소의 형태와 디테일 등에 대한 폭 넓은 테스트를 진행하며, 기존 폰트와의 유사성 검토를 통해 독창성을 확보합니다. 여러 시안 중 한 가지 방향성으로 정리해서 최종 디자인을 확정하고, 약 250여 자()의 빈출자를 제작하게 됩니다. 

최종 시안과 빈출자 작업은 향후 폰트의 전체적인 인상을 결정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작된 기본 빈출자를 지면으로 검토한 이후 전체 영역을 파생합니다. 일반적으로 한 종의 폰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글 2,780자, 영문(Basic Latin) 94자, 특수 문자 986자를 디자인합니다. 

조판 테스트와 오탈자 검수를 통해 작업 시 놓친 부분이 없는지 체크하고 전체적인 폰트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에 들어갑니다.

각 글립(글자)의 형태를 디자인하면서도 문장으로 쓰였을 때의 조형감과 균형감을 체크해야 하는 폰트 작업의 특성 상, 개발 과정의 전 단계에서 수정과 보완이 계속 이루어지며 품질을 높여갑니다.

디자인이 완료된 이후에 기술 변환을 거쳐 OS설치와 프로그램 사용상의 문제 여부를 확인하고 베타버전을 거쳐 최종적으로 폰트를 완성하게 됩니다.

하나의 폰트를 완성하기 위해 중요하지 않은 과정이 없지만, 티랩에서 특히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글자의 용도와 인상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잡아 기획하고, 기존 폰트와의 유사성 검토를 통해 독창성을 확보하는 과정입니다.

윤동주 시인과 신영복 선생님, 정치인 노회찬까지, 작가 폰트와 CDR프로젝트는 쉽게 잊혀질 수 있는 역사를 지속적으로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작가 폰트와 CDR프로젝트에 대한 작업 선정기준, 작업과정, 에피소드에 대해 말씀 부탁 드립니다.

CDR프로젝트는 7080시절의 로고타입을 현대적 분위기와 사용 환경에 맞게 복원해서 과거를 재조명하는 역사적 의미를 가짐과 동시에 현재의 디자인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작업입니다. 기본 뿌리를 찾는 것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글디자인의 헤리티지를 찾는 뜻 깊은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게 되어 티랩에게도 소중한 작업입니다.

티랩 디자이너들에게 가장 의미 있는 프로젝트는 경기천년체입니다.

경기천년체는 지자체 최초로 정명(定名) 1000년을 상징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이음’의 의미를 글자꼴에 부여한 사례입니다. 그래서 서체명 또한 직관적으로 인식되는 경기천년체로 붙이게 되었구요, 경기천년제목체의 경우는 중성 모음획과 종성 자음이 최대한 이어지는 획의 형태를 가집니다. ㅏ에서 ㄱ으로 이어지는 획이나 ㅕ에서 ㄹ 꼴로 이어지는 획 등 많은 자소들이 이어집니다. 추상적인 의미의 이음을 한글 자소 안에서 최대한 이어지게 형상화한 디자인적 의미가 있는 제목체입니다.

반면 경기천년본문체는 실학자 정약용의 필체로 추측되는 고문서의 형태를 기반으로 현대적인 미감을 글꼴에 부여해서 재탄생한 글꼴입니다. 과거 실용주의의 의미와 정신을 현재로 잇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제목과 본문체 두 가지 모두 이음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다르게 디자인이 구현된 사례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같은 노력의 결실로 경기천년체는 ‘iF디자인어워드 2018’에서 커뮤니케이션(타이포그라피부문)에서 본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황미디엄체로 알려진 황부용 선생의 대표적인 네모꼴 헤드라인 글꼴과 티랩의 가치관과 어우러진 새로운 황부용미디엄체를 개발 중에 있습니다. 올 하반기에 발표될 예정입니다.

유명인 폰트는 위에서 언급된 분들 외에도 천상병 시인, 김훈 작가, 김환기 화백, 임권택 감독, 안중근 의사, 최근에는 마라토너 손기정 선생님까지... 참 많이 했네요. 

그만큼 제작 과정에서 에피소드도 많았습니다.

KCC안중근체의 경우는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쓰신 <장부가> 손글씨 원도를 토대로 폰트화한 사례입니다. 안중근 의사의 한글 손글씨 자료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장부가> 원본의 경우에도 한글은 많지 않아 어려움이 컸습니다. 손으로 쓰신 한자 손글씨에서 한글을 유추해서 필력감을 살리기도 했구요, <장부가> 원본의 사실적 형태를 기반으로 한 자소 형태를 축으로 섬세한 질감, 절제된 미감과 획 처리에 집중해서 디자인했습니다. 

손글씨 자료가 많지 않다보니, 안중근 의사의 그 당시 마음가짐, 투사로써의 열정, 강한 기개와 의지를 폰트에 담아보려 노력했습니다. 안중근의사 기념관에서도 아주 만족스러워 하시고, 행사 때 활용하시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특히, 폰트가 완성된 후에 대전 현충원에서 현판을 안중근체로 교체한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현판글씨체로 라이선스 제약이 없는 공유 폰트들 중에 선별하게 되었고, 여러 전문가분들의 의견이 저희가 작업한 안중근체로 선택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워낙 긴박한 일정 속에서 진행이 된 부분이라 짧은 기간이지만 대전 현충원으로 여러 번 방문하고 실측팀과 조율하면서 현판인 ‘현충문’ 세 글자에 집중했습니다. 나무 위에 레이저 기기로 새기는 부분 때문에 실제 안중근체의 폰트보다 두께감을 더 많이 보강했고, 낱자의 크기감, 질감도 단순화해서 실제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돌에 새겨진 헌시비 또한 안중근체로 교체가 되었습니다.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뿌듯한 경험이었습니다. 

대전 현충원 헌시비에 적용된 안중근체

종이 인쇄를 주로 하고 있는 인쇄분야 디자이너와 인쇄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티랩 폰트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티랩폰트는 모두 전문가용 폰트들이구요, 인쇄인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어떤 주제의 인쇄물이냐 그리고 디자이너의 선호 성향에 따라서 폰트는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티랩의 모든 폰트에는 우리 티랩 디자이너들의 열정과 자부심이 녹아 있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래서인지 어떤 특정 폰트를 한정해서 추천하기보다는, 저희 홈페이지에 방문하신다면 다양한 사용처에 적합한 개성있는 폰트들을 살펴보시고 필요한, 맘에 쏙 드는 폰트를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7월 사명 변경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티랩은 설립 당시부터 ‘㈜박윤정앤타이포랩’이라는 사명과는 별도로 회사의 모든 개발 폰트에 티랩(Tlab)을 붙여서 Tlab이 BI로서 기능을 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Tlab을 회사명으로 오해하는 분들도 생겨났었고 또한 창업주인 박윤정 교수가 2021년 3월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시각디자인전공 교수로 부임하게 되면서 차제에 일원화를 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 사명을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올 하반기 주요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 드립니다.

올 상반기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롯데자이언츠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서 나름 보람 있었습니다. 특히 롯데가 저희가 디자인한 이름과 백넘버를 단 유니폼을 입고 시즌 초반 9연승을 달릴 때는 너무나 행복했었습니다. 부디 티랩 디자인의 힘으로 남은 시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길 바랍니다. 

롯데자이언츠체

하반기는, 상반기부터 연결해서 작업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상징적인 폰트로 대변되는 KT Y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는 것과,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고자 하는 속초시의 전용서체를 멋지게 개발하는 것입니다. 꼭 하고 싶은 중요한 타겟프로젝트가 하반기에 있는데… 그건 비밀입니다.


㈜티랩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Contemporary Typeface를 추구하는 글꼴 연구, 개발 전문가 집단’ 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맞는, 현대적인 활자체를 연구 개발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바로 ㈜티랩!

㈜티랩의 디자이너

박한솔 책임디자이너

에듀윌 전용서체 <에듀윌 합격체>, KT Y브랜드의 <Y이드스트릿체>, <Y유니버스체>와 <Tlab판테온>, <Tlab판테온테라>와 <Tlab애프터눈티>, <Tlab코끼리빵>을 디자인했다.

아직도 스치듯 지나가는 광고판, 영상 속에서 우연히 본인이 디자인했던 폰트들을 발견하는 게 신기한 사회초년생에 속하지만 Tlab에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성장해 왔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 점을 받아들이고 또 그것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게 발전하는 디자이너가 되고자 한다! 

유형진 책임디자이너

2015년에 폰트 디자인을 시작해서 롯데자이언츠, CJ비비고, 신한금융그룹, 완도군 등의 전용서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공간 안에서 글자의 균형을 찾아가는 일에 흥미를 가지고 폰트를 만든다. 지금까지 작업해왔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스타일을 디자인하는 것이 최근의 가장 큰 숙제로, 여러가지 자형을 시도해보고 있다.

최지원 선임디자이너

2021년부터 Tlab소속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으며, 작은 움직임을 통해 편안하고 아름다운 일상을 디자인하고 싶은 서체 디자이너이다.

전용 서체 [롯데캐슬 본문체], [수성혜정체]등 제작에 참여했으며, [Tlab불멸], [Tlab유월산책], [Tlab에델바이스]를 작업했다. 최근에는 타입을 기반으로 한 모션그래픽에 관심을 갖고 있다.

선연우 디자이너

티랩의 글꼴 디자이너이자 막내를 담당하고 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또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학부시절 법대생이었지만, 미대에서 시각디자인을 복수전공했고 지금은 디자이너가 되었다. 티랩에 입사하고 나서는 ‘KCC간판체’, ‘롯데 자이언츠 전용서체’ 등 기업 전용서체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현재는 45년 전 제작된 ‘황미디엄’을 리메이크한 서체 ‘황부용 미디엄’의 개발을 맡아 열심히 글자를 그리고 있다. 앞으로도 부지런히 실력을 쌓아 성장하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목표!

 

 

㈜티랩

롯데 자이언츠 전용서체 프로젝트 자이언츠체 R, B, Inline

www.tlabfo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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