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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계2024.03] 다양한 시각 실험을 통해 새로운 질감의 유니크한 폰트를 선보일 것 - 코스모프타입 이주현 대표

_인터뷰_/Fonts & People

by 월간인쇄계 2024. 5.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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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링과 폰트 제작, 워크샵 등 다양한 폰트 관련 작업을 폭 넓게 진행하고 계신데요, 코스모프타입 폰트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은 어떻게 설정하고 계십니까. 

우주처럼 넓고 깊은 세상의 지식을 아름다운 활자와 함께 탐험하길 바라는 마음을 Cosmos와 Scope의 합성 단어인 코스모프라는 사명에 담은 것처럼,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 보다는 차별화된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항상 뭔가 한 스푼이라도 더 특이하고 유니크한, 좀 새롭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을 폰트와 레터링 작업을 통해서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레터링과 폰트 관련 워크샵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와 참가자들의 피드백이 궁금합니다. 

2019년부터 비정기적으로 시작한 워크숍은 디자이너 모임인 ‘슭’과 함께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에서부터 였습니다.

이후 2020년 이태원의 독립 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2022년 지금의 스튜디오를 마련한 뒤에는 4주(레터링)에서 5주(폰트) 기간 동안 진행하는 워크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로 디자이너 분들이 많이 참여해 주시는데, 진로를 찾고자 하는 학생들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최대 9명을 기준으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는데, 참가자들마다 다양한 니즈를 갖고 있기 때문에 레터링 워크숍은 너무 무겁지 않게 좀 재미있게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또 어떤 분은 영화 제목 같이 서정적인 작업을 하고 싶어 하시고, 슬로건 같이 어떤 아이덴티티를 담은 작업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있어서 주제별로 의도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폰트 워크숍의 경우에는 같은 디자인 전공이라고 해도 레벨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급적 개별 맞춤형 지도를 하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글자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기초적인 것부터 시각 보정, 본인이 원하는 주제를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 분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보는 것이 저에게 기분 좋은 자극이 됩니다. 

포치니 [이미지 제공_코스모프타입]

워크숍이 마무리 되면 완성된 작품들을 모아서 전시회를 하시기도 하나요.

개인적으로는 전시회도 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워크숍에 오시는 분들 가운데에는 포트폴리오 제목이나 책 표지에 사용해 보고 싶다는 목적을 가지신 분들이 있는데, 본인 작업 과정에 대해 보람을 느끼실 수 있도록 꼭 활용해 보시라고 권해 드립니다.    

최근 워크숍에 참여하신 분은 칼을 판매하는 간판에서 영감을 받아서 신명나게 칼춤을 추는 느낌을 담아 레터링 작업을 진행하셨는데, 제가 붓글씨 쓰는 것을 알려드리고 추천해드린 책을 보고 응용하는 과정을 거쳐서 신명나는 칼의 느낌을 레터링으로 표현하시기도 했습니다.

1인 스튜디오를 운영하시면서 폰트 제작 뿐 아니라 폰트 관련 기고와 정기 워크숍까지 다양한 작업을 함께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개인 성향이기도 한데, 저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다 해보고 나서 더 집중할 부분을 결정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워크숍도 참여하시는 분들과 함께 하는 과정이 즐겁고 너무 좋았기 때문에 계속하고 있고, 플립폰트는 외주 작업으로 한글도 해 봤지만 제가 더 잘 할 수 있는 라틴에 집중하고 있으며, 범나비 폰트는 예전부터 본문용 폰트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3년 여의 기간 동안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타입 디자인이라는 제 일을 오래 하고 싶기 때문에, 관심이 가는 분야는 다 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범나비 [이미지 제공_코스모프타입]

한글 본문용 글꼴 디자인을 전문으로 후원하는 국내 유일의 공모전인 방일영문화재단 한글 글꼴 창작 공모전에서 수상하신(7회, 2021) 범나비 서체는 고전적이면서 현대적인 세련된 느낌을 전달받게 됩니다.  

예전에 서예를 배우러 갔을 때, 여러 명필들의 글을 볼 수 있었는데 단연 눈에 띄었던 것이 화려한 필기감을 자랑하는 흘림체였습니다. 기존에 폰트에서 볼 수 없었던 낱글자들을 흘려 쓴 연결이 독특해 보였는데, 이렇게 흘림체에 매료되면서 덕온공주가 필사한 <자경전기>의 이어쓰기 형태를 살펴보고 역동성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세로쓰기 반흘림체로 만들어지는 지면의 텍스처에서 영감을 받아 범나비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반흘림체에서 반복되는 사선 요소를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 반흘림체의 분위기를 가로쓰기로 옮겨오면서 안정적인 판독성과 새로운 질감을 가진 현대적인 폰트로 재해석했습니다. 

 

[이미지 제공_코스모프타입]


공모전 수상 후 결과물을 전시한 범나비 프리젠테이션에서는 나비의 생애와 특징에 대한 텍스트를 읽고 상상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상황들을 골라서 문장을 만들었으며, 완성된 문장을 읽으면서 기분 좋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도록 팬그램 포스터를 제작해서 선보였습니다. 긴 문장을 통해 서체의 질감을 느낄 수 있고, 복고 느낌이 나면서도 유니크한 인상을 받았다는 소감을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범나비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가장 얇은 라이트는 어느 정도 완성되었지만 보다 다양한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추가 작업을 통해 올 상반기 안에는 패밀리 형태로 출시할 계획입니다. 

이전에 인터뷰했던 여러 폰트 디자이너 분들이 일반적인 대중들은 익숙한 것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인쇄물 폰트의 다양화를 위해서는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해 가야 한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이에 대한 대표님의 의견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일반 대중들이 느끼는 본문용 폰트에 대한 변화를 느끼는 사이클이 느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도 그런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특히 본문용 폰트 디자인 작업은 다른 디자인 분야에 비해서 진짜 쉽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대중들에게 뭔가 새로움을 던져주면서 이 새로움을 받아들일 때까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취향과 해석을 표현하면서 긴 텍스트에서 만족스러운 형태를 찾기 위해서 범나비를 작업한 3년 여의 작업 기간 동안 수 없이 고민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는데, 중요한 것은 변화와 다양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새로움을 던져주면서 사용자의 상상력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곳에서 많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엘르 매거진 ‘Please Stay’ 칼럼에 들어간 레터링 작업은 ‘우주만큼 넓고 깊은 세상의 지식을, 아름다운 활자와 함께 탐험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사명이 떠오를만큼 인상적이었습니다. 작업 과정에 대한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멸종 위기 동물들과 기후 위기에 대한 내용이 담긴 컬럼에 함께 게재될 멸종 위기 동물들의 이름을 레터링 작업으로 요청하는 것이었는데, 약 열흘 정도 안에 완성해야 할 정도로 마감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엘르 2023년 4월호 칼럼 레터링 [이미지 제공_코스모프타입]

엘르 매거진에서 해당 멸종 위기 동물들 목록을 주셨고, 일단 제가 생김새를 아는 고릴라와 같은 동물 외에는 검색을 통해 사진을 보면서 생김새와 같은 특징을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작업을 진행했는데 디지털 레터링 작업을 위해서는 동물 하나를 작업하는데도 일주일 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전체를 손 스케치로 진행하면서 작업 과정을 영상으로 SNS에 업로드했을 정도로 새롭고 색다른 시도였습니다. 동물들 사진을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너무 귀여워서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고, 동물들의 이름을 그리면서 기후 위기와 관련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실천을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코스모프타입 블로그에 여행 중 거리에서 발견하신 여러 가지 폰트 사진을 업로드 해 놓으신 것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것과 작업해 보고 싶은 것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좋아하는데, 사무실이나 집 근처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옛날 간판 이나 표지판에서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직업 특성상 나중에 저기서 부분적으로 아이디어를 얻어 작업을 진행해도 좋겠다는 생각에 하나씩 사진으로 모아두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다양하면서 독특한 것들이 많았는데 시장에서 봤던 손으로 쓴 표지판과 오래된 동네에서 봤던 레트로한 느낌의 간판 등을 보면서 귀여우면서 날 것의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상아 [이미지 제공_코스모프타입]

올해 워크샵과 폰트 제작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 드립니다.

폰트 워크숍은 작업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 외에도 필요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자주 할 수 없지만 레터링 워크숍은 보다 자주 진행해 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워크샵 계획은 코스모프타입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폰트 제작은 상반기 내에 예정하고 있는 범나비 폰트의 패밀리 형태 출시 계획 외에도 잊어 버리지 않기 위해서 집 냉장고에 메모를 붙여 놓을 정도로 다양한 작업을 구상하고 있는데, 범나비 작업이 마무리 되는대로 하나씩 진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폰트 시장의 다양성에 기여하면서 지속적으로 새로움을 전달할 수 있는 유니크한 폰트를 선보이고자 합니다. 곧 출시되는 범나비체에 대해 많은 기대를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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