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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계2024.04] 서체 제작과 함께 창의적으로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것이 도시브랜드연구소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 - ㈜도시브랜드연구소 강병호 대표이사

_인터뷰_/Fonts & People

by 월간인쇄계 2024. 6. 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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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에 있는 ‘독일에서 만났던 소셜 임팩트 랩(Social Impact Lab) 처럼 사회 곳곳의 아픔, 눈물과 고통, 상처, 결핍, 욕구 문제를 깊게 통찰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가도록 설립되었다’는 문구가 독특합니다. 소셜 임팩트 랩은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제가 2016년 7월, 경영 컨설팅과 투자/창업보육 기업 MCA 이주열 대표님과 함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여행 갔다가 우연히 소셜 임팩트 랩이라는 기관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JP 모건의 지원을 받고 있는 독일의 소셜 임팩트 랩에서는 8개 팀을 인큐베이팅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인권과 여성, 환경 문제 등을 다루는 8개의 팀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해 주고, 이를 좀 더 규모 있게 스케일업하게 해주는 창업 지원 기관이었던 거죠.

여기에서 모티브를 얻었고 사회적인 어떤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을 창업하고자 2017년 8월, 이타적 사고라는 뜻을 가진 카리타스씽킹(Caritas Thinking Inc.)을 설립하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과 기관, 협동조합, 비영리단체 등 소셜 영역의 브랜드를 디자인하고,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지원하는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설립 7주년을 맞아 ㈜도시브랜드연구소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재정비의 원년이라 할 수 있는 올해, 경북 문경을 상징하는 문경 사과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2013년 윤디자인그룹 소속으로 작업한 국립한글박물관 상징물 및 브랜드 전용서체를 시작으로 굉장히 많은 기업과 지자체, 기관들의 브랜드 관련 작업 경력을 가지고 계신데요. 특히 전국의 여러 도시들의 브랜드 작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100여 곳이 넘는 지자체와 작업해 왔는데요, 해마다 크고 작은 40여 건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제가 다녔던 경남대학교가 서울 남산체로 쓰여져 있는 것을 보고, 창원만의 서체를 만들어 보겠다고 서울 남산체를 만든 윤디자인연구소에 입사했기 때문에, 입사 후 처음 맡은 산업기술통상자원부에서 4억원의 예산을 받아서 어떻게 하면 고령화되는 시대에 서체가 잘 보이고 읽힐 수 있도록 하는 유니버셜 디자인 폰트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지자체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전국 240여 지자체 가운데 60여 곳이 자체 서체를 가지고 있지만 2011년에는 11곳의 지자체만이 서체를 개발했을 정도로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막걸리가 유명한 포천시 타이포브랜딩 가치 제고 사업과 고양시 서체 등을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2018년부터 1년 동안 직접 서체 만드는 작업을 배워, 서체를 처음으로 만들어보게 되고 강원문화재단 평창대관령음악제 서체, 금천 G밸리산스체와 정림사지 서체, 신동엽 손글씨 서체 등의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충남 부여의 도시재생 지역 기업 지음을 통해 참여한 정림사지 서체, 신동엽 손글씨 서체 작업은 다른 지자체들과 다르게 서체 개발 뿐 아니라 지역 주민 아카데미를 열어서 서체를 제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외에 굿즈 상품도 만들고 서체가 어떻게 지역의 골목 재생과 지역 활성화 사업에 기여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정림사지체, 고객사 : 부여군 지역공동체활성화재단 ┃ 용역사 : 지음(이혜선 대표) ┃ 강병호는 지음 소속으로 정림사지, 신동엽손글씨체 개발

수행하고 계신 활동을 보면 폰트 디자이너나 마케터가 아닌 도시 브랜딩 활동가라는 호칭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관심을 가지고 수행해 왔던 활동이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었고, 국내 폰트 업계가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서체 디자이너들이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문화 증진을 통해서 폰트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지를 더 높여야 하기 때문에 ‘활동가’로서의 활동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체를 활용한 문화 증진은 어떤 것들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제가 하고 있는 활동 가운데 문화 증진을 위한 것들은 도시 브랜드 측면에서 문화 정책을 수립하거나 처음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해서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일들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제안하기도 하고요.

서체를 활용한 도시 브랜딩의 차이점이 뭐냐면 서체는 한 30년 이상 지속 됩니다.

각 지자체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로고나 슬로건은 계속 바뀌고 색깔도 바뀌는데, 서체는 함부로 건드리지 않습니다. 

이미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본인들이 지식재산권도 등록해 놓고, 정치 성향에도 잘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오래 사용됩니다. 

또한 포천의 막걸리, 창원의 단감, 문경의 사과처럼 해당 도시의 특산품을 홍보하는데 있어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툴이기 때문에 서체 제작을 시작으로 해당 도시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원시 전용서체 <창원단감체> 홍보 영상 고객사 : 창원농업기술센터 용역사 : 엉뚱상상(정미아 대표)-윤디자인 자회사 강병호는 엉뚱상상 소속으로 창원단감아삭체 개발(영업만)

사명에 ‘도시’가 들어가다 보니, 상대적으로 농촌이나 소규모 기관은 소외되는 느낌일 수 있지 않을까요. 

사명을 변경할 때 그게 양날의 검이었습니다. 도시브랜드연구소라는 사명으로 인해 ‘도시’가 아니면 업무 영역이 한정될 수 밖에 없다는 건데요. 근데 제가 그걸 선택했습니다. 

애초에 창원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제 관심 영역이 로컬 도시의 어떤 특성을 잘 살려 서체와 함께 도시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자 했기 때문에 공공 디자인 영역에서의 서체에 관심이 있지 어떤 힙하거나 젊고 트렌디한 서체는 관심 자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제가 하고자 하는 부분이 명확했기 때문에, 다른 작업은 의뢰가 오더라도 더 잘할 수 있는 곳에 연결해 드리고 ‘도시’라는 주제에 계속 집중하게 됐습니다.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든 폰트들은 공공누리 사이트에서 모든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요, 이런 폰트들은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이런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 60 여 곳의 지자체 서체가 만들어져 있는데, 그 가운데 절반 정도는 영세한 기업들이 수의계약을 통해서 적은 예산으로 작업을 맡아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3개월이라는 단시간 내에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시간에 쫓겨서 만들다보니 퀄리티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적정한 예산을 기반으로 1년 이상 제대로 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양질의 서체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공공누리 웹사이트(www.kogl.or.kr)에서 배포되고 있는 지자체 폰트

예를 들어서 포천 막걸리나 포천 오성과 한음체는 지금도 잘 쓰이고 있고, 다섯 번째 업데이트 개선 작업을 진행한 서울 남산 한강체도 퀄리티가 많이 좋아졌으며, 정선군에서 이상현 작가의 원도를 통해서 제작한 캘리그래피 정선 아리랑체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에서 사용된 완도희망체도 충분히 유료 서체 이상의 퀄리티를 가지면서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결국 서체 제작은 얼마만큼 충분한 제작 기간을 두고 만들어지고, 여러 차례의 수정 보완을 거칠 수 있는지에 따라 퀄리티가 달라질 수 있고, 이는 공공 폰트 뿐 아니라 기업폰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화 증진적인 측면에서 어떤 도시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서체를 만들고 부가적인 활동들을 통해서 일반인들이 서체에 대해서 더 친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떤 활동들이 있을까요.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은 종합 계획 수립 단계가 있고 단일 사업 단계가 있습니다.

종합 계획 수립은 어떤 도시와 연관된 스토리를 가지고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문화예술 관광 사업을 풀어내기도 하는데, 이것이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를테면, 전북 부안에서 심청이라는 인물을 소재로 심청전에 나오는 용궁 등을 모티브로 관광 사업 계획안을 만들고, 이런 스토리에 부합하면서 도시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서체를 만드는 것은 상징적이면서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도시브랜드연구소는 이러한 작업에 중점을 두고자 합니다. 

폰트 업계 관계자들의 활동 영역을 확대와 관련해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십니까.

이는 도시브랜드연구소 사명과 맞물리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도시 정책을 수립하는 브랜드 전문가, 도시재생 전문가 또는 도시 브랜드/도시 마케팅 전문가라는 타이틀로 많은 자문위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해당 도시의 서체 제작을 하고자 함이기도 하지만, 전체 사업을 관장할 수 있는 디렉터가 되어야 의도했던대로 작업을 진행하면서 더욱 활동 영역을 확대를 해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광명시 도시 브랜드 개발 작업을 진행한 브레인파크에서 많은 모티브를 얻고 있으며, 마포구청 미래성장자문단 문화관광위원과 한국표준협회의 도시혁신센터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참여하고, 서체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마포나루 서체 제작 스케치

올해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 드립니다.

충남 부여의 정림사지체 그리고 시인 신동엽 손글씨체 그리고 문경사과체 이렇게 3개의 서체 작업과, 도시 브랜드 로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수행해 왔던 경험을 살려, 서체 제작과 함께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의미 있는 작업들을 진행해 보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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