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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계2024.06] 폭 넓은 경험을 토대로 글자에 관한 모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글자의지’ 이찬솔 디자이너

_인터뷰_/Fonts & People

by 월간인쇄계 2024. 9.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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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개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저는 글자의지 스튜디오를 운영중인 디자이너 이찬솔입니다.

13년째 캘리그라퍼로서 글씨를 쓰고 있고, 5년간 폰트디자이너로서 40여종 폰트를 만들었으며 지금도 폰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현대카드 YouandiNewKR, 빙그레 붕어싸만코체, 교보문고 김혜남체, 윤디자인 개항로서체 등을 개발했고, 산림청과 공주시, 아임웹, 넥슨 등 다양한 공공기관과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캘리그라피와 타이포그라피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현 세태에 관심이 많아서 생각을 서술하고 글자로 표현하는 것을 습관처럼 하고 있고, 강연도 종종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개인서체 개발도 하고 있습니다.

‘글자의지’에 담긴 의미가 궁금합니다.

글자의지는 ‘예술의지’, ‘글자를 통해 집단, 사회, 문화가 직면한 흐름을 표현하고자 하는 창조적 노력’을 뜻합니다.

독일의 미술학자 알로이스 리글(Alois Riegl)이 미술사에 도입한 ‘예술의지(Kunstwollen)’를 ‘글자’로 탈바꿈시킨 말입니다.

신(神) 중심 문화가 주(主)를 이뤘던 이집트에선 표준이 강조되고, 인간 중심인 그리스 시절엔 인체 비례가, 야만과 황금이 주(主)였던 중세 시대엔 물질이, 재부흥한 르네상스땐 다시 인간이 강조됩니다. 그 시절 사람들이 갖고 있던 흐름에 의해 예술 작품이 탄생하게 됩니다.

글자의지 스튜디오는 ‘글자’라는 소스를 통해 이 흐름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글자’는 ‘기록’을 위해 발달해서 ‘읽을 수 있다’라는 특성으로 그 어떤 예술보다 사회적 규범이 강합니다. 한 문장, 한 단어, 한 음절까지 읽히는 순간, 더 가열찬 힘을 갖게 되구요.

그래서 더 신중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캘리그라피와 타이포그라피, 폰트 제작 등 다양한 작업을 하고 계신데요. 글자 관련 작업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야, 너 글씨 좀 쓴다. 한번 계속 해 봐”

대학시절 은사님이신 박기열 교수님의 한마디로 시작된 캘리그라피였습니다. 

말씀 한마디로 하루도 빠짐없이 수 년간 책의 문장을 글씨로 썼습니다. 그러다보니 감사하게도 글씨를 알아봐주시고 이 곳 저 곳에서 연락을 주셔서 외주 작업을 진행했구요.

글씨를 쓰다보니 폰트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맡으며 변수를 고려해 플랜A, B를 세우는 계획형이지만, 당시엔 호기심이 일면 부딪혀보는 성격이라 폰트를 배울 수 있는 모든 곳을 다 수강했던 것 같아요.

디노마드와 마켓히읗, 윤디자인 타이포아트스쿨, 그 외 단기과정까지 당시에 열려있던 모든 수업과 강연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연이 닿아 윤디자인에 입사해서 5년간 근무하면서 팀원으로 시작해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까지 수행했고, 지금은 글자의지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맡겨주신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수님 말씀 한마디로 여기까지 오게 되서 저도 새삼 신기하네요.

폰트, 타이포그래피, 캘리그래피 등 글자와 관련된 다양한 작업을 진행해 오셨는데요, 각 작업별로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폰트 작업에서는 캘리그라퍼와 폰트 디자이너로 첫 번째 작업이었던 빙그레 붕어싸만코체가 있습니다. 처음 기획 과정에서 기존 포장지에 있던 캘리그라피 서체 모양새로 따라해서 파생을 할지, 조금 더 재해석한 캘리그라피 서체로 파생을 할지에 대해서 꽤 긴 시간 동안 논의를 거쳤고, 보통 캘리그라피 작가들과 달리 다양한 글씨를 표현할 수 있는 저의 강점을 살려 각각 다른 느낌의 7개 컨셉을 글씨로 쓴 시안을 전달해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일반적인 한글 폰트는 기본적인 2,350자부터 현대 한글 11,172자를 지원하게 됩니다. 

제가 알기로는 빙그레 붕어싸만코체는 11,172자로 파생된 유일한 최초의 캘리그라피 폰트입니다. 일반적으로 몇 백자에서 천자 내외 정도로 글씨를 쓰고, 이를 수정해서 1만자로 부풀리는 작업을 진행하는데, 빙그레 붕어싸만코체는 거의 4천~5천자를 제가 직접 손이 벌벌 떨릴 정도로 많이 써서 작업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더 뜻 깊게 남아 있습니다.

타이포그래피 프로젝트에서는 게임사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와 데미지스킨 콜라보레이션 작업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한창 했던 게임을 향수에 젖어 최근 1년정도 플레이를 해오고 있었는데요, 메이플스토리 측으로부터 저와 콜라보해서 한글날 특별 아이템을 제작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전투가 일어날 때 적용되는 전투 수치(데미지)를 표기하는 아이템인데, 제 글씨로 제작이 되었어요.

직접 제가 메이플스토리를 플레이를 하고 있기에 유저들의 특성과 경험들을 녹여내 디자인할 수 있었고 덕분에 캘리그라피와 아이템을 설명해 주는 광고 영상까지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캘리그라퍼이자 폰트 디자이너로서 가장 좋아하고 즐기는 게임에 직접 제작한 아이템을 영구히 넣어둘 수 있는 것만큼 특별한 영광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최근에는 서울야외도서관 행사 가운데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개막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행사 장소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여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부채에 글씨를 써주는 행사였는데, 3시간 정도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다른 작가들의 3배 가량인 280개가 넘는 캘리그라피 작업을 해야 했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지금까지 해 오셨던 폰트 관련 강연에서 가장 강조하셨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앞으로 강연에서 추구하고자 하시는 부분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 드립니다.

‘7일이 주어진다면, 전 6일차에 펜을 듭니다. 6일 동안은 컨셉을 정리하죠’

저는 강연에 나설 때 마다 ‘컨셉이 90% 이상이다’라는 문장을 가장 강조하고 옵니다. 

건물을 지을 때도 기초 제반 작업이 튼튼해야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오래 가듯, 폰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반에 긴 시간을 들여 컨셉을 명확히 정리해 둔다면 폰트 한 벌이 완성될 때까지 흔들림없이, 불편함없이 완성할 수 있어요.

컨셉을 정리하는 것은 대상에 대한 리서치, 글자의 뼈대, 활용 목적 및 범위 등 큰 그림부터 세리프 유무, 굵기, 폭 등 작은 그림까지 끊임없이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모든 과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컨셉의 뿌리가 잘 자리 잡아져 있으면 표현되는 글자 열매나 잎은 금방 그려낼 수 있습니다.

여지껏 강의에서는 컨셉에 대한 강조만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실제 폰트를 디자인할 때, 컨셉을 어떤 방식으로 정리해 나가는지 과정을 전달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자의지가 가지는 차별화된 강점은 무엇입니까.

‘Everything about Type’

글자의지는 글자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루는 육각형 스튜디오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육각형의 크기를 키우고 있습니다. 폭 넓은 경험을 토대로 글자에 관한 모든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현대카드와 빙그레, 교보문고, 넥슨, 델(DELL) 등과 일하며 기획과 발표를, 폰트디자이너로서 40종에 가까운 폰트를 만들며 표현력과 지구력을, 캘리그라퍼로서 200건에 달하는 외주를 하며 감성과 클라이언트에 대한 이해를, 강연자로서 10곳 이상을 다니며 글자의 생태계 또한 확장시켰습니다.

디자인 영역에선, 같은 물이라도 깊은 우물 보단 넓게 퍼져있는 바다가 훨씬 좋습니다.

늘 바다같은 마음으로 글자의지 스튜디오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올해 주요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 드립니다.

‘XY축을 넘어 Z축으로’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영상을 찍어 유튜버로 데뷔를 꿈꾸고 있습니다. 

지금도 찍고 있으니 아마 내년쯤 업로드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영상으로 직접 찍으며 만들 수 있는 참여형 글자를 제작하는 것을 꿈꾸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 번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제가 아직 정복하지 못한 Everything 영역이기도 하구요. 조금 더 친근한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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