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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계2024.08] 폰트 제작 과정을 단축해 보다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지원 도구 만들 것

_인터뷰_/Fonts & People

by 월간인쇄계 2024. 10.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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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연구 개발자이나 서체 디자이너라는 직함이 독특합니다. 간단한 개인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저는 대학에서 시스템소프트웨어를 전공하고, 1997년부터 한글/한자 윤곽선폰트 압축기술 및 글립편집기 개발(산업자원부, 2000~2001)과 트루타입 내장 비트맵 폰트 압축(중소기업청, 2003~2003), TV출력용 폰트 래스터라이저 및 폰트경량화(ETRI, 2004~2004), 선거정보 모바일 웹서비스 구축(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11), 클라우드 기반 미디어 서비스를 위한 저작권보호기술 연동 및 서비스 플랫폼 개발(문화체육관광부 2015~2017), 문서처리 시스템 구축 자동화 플랫폼 개발(중소벤처기업부 2018~2020) 등 다수의 전자문서와 디지털 폰트 관련 SW개발과 연구 사업을 수행했으며, 현재는 법제업무 자동화 기업 ㈜젠솔소프트에서 연구소 이사로 재직하면서 SW 연구 개발과 서체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한글타이포그라피학교 히읗에서 서체디자인을 공부하고 전각서체 ‘단주’를 만들어 오늘폰트 사이트를 통해 사용자들과 만나고 있으며, 한국과 스위스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한글 폰트인 ‘쓔이써60’ 디자인에 참여했습니다. 앞으로도 서체 디자인과 이를 위한 SW의 개발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서체 디자인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배우시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5~6학년 때 우리나라에 애플 컴퓨터가 들어오면서 학원에서 처음 컴퓨터를 배웠습니다.

인문계 학교를 다녔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어서 계속 배웠고, 고등학교 때방학중에는 덕수상고 가서 배우고 대학교 들어가서 처음 폰트 소프트웨어 관련 작업들을 하게 될 때까지, 80년대까지 국내에서는 컴퓨터에서 한글이 제대로 구현이 안 될 때여서 굉장히 답답했습니다. 

그런 현상들을 보면서, 한글 관련된 프로그램들이나 문서 작업을 출력하는 일들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 시절까지 붓글씨를 배우고 서예반 활동을 하면서 관심을 키우다 대학교 2, 3학년 때 메타폰트 관련 자료들을 구입해 보면서 서체 디자인과 관련된 분야가 굉장히 좋아 보였습니다. 

이후 시스템소프트웨어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2008년 젠솔소프트에 입사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여러가지 폰트와 문서시스템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이어오던 가운데, 메타 폰트 기반으로 가변 폰트 처리하는 기술 사업을 진행하던 과정에서 폰트 관련 지식 부족으로 작업이 계획만큼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5년 작업 과정 가운데 3년 차에 접어들었을때인 2019년, 윤디자인에서 12주 과정으로 주말에 진행했던 폰트 디자인 강좌를 들었는데, 스쳐가는 느낌이 들었고 온전히 하나의 서체를 만드는 작업을 마무리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2020년 한글타이포그라피학교 히읗을 찾아가서 서체디자인을 공부하고 전각서체 ‘단주’를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독특한 느낌을 갖게 되는 ‘단주’ 폰트에 대해 설명 부탁 드립니다.

‘단주(丹朱)’는 중세에 사용됐던 장식 머리글자와 옛 꽃담의 장식에서 영감을 받고, 도장(인장)의 글자체를 참고해서 전각 안에 그린 폰트입니다. 

낱글자마다 상당히 다른 수의 가로 획과 세로 획을 전각 공간에 고르게 채우고, 인장 글자체처럼 획을 접고 꺾는 표현을 했습니다. ‘단주’는 나쁜 기운을 막는데 쓰이는 ‘붉은 색’을 의미하며, 한글을 이용한 그래픽 작업에서 기원과 약속을 상징하는 장식 요소나 신비한 문자로 쓰이길 기대합니다.

‘단주’는 오늘폰트 사이트에서 사용자들과 만나고 있으며, 미완폰트 출시 당시, 완성도 높은 도장 글씨체 폰트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직선과 곡선이 적절히 어우러져 현대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인감도장이나, 전각 등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꼭 도장이 아니더라도, 도장 효과를 낼 수 있는 그래픽에 사용할 수 있으며 변형하기에 따라, 레이아웃에 따라 무궁무진한 표현이 가능한 재미있는 폰트입니다.

한글 2,835자는 물론, 라틴(영문) 209자와 숫자도 지원하며, 그 외 구분기호, 문장부호, 심볼 608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주’ 폰트를 만드는 과정을 거치면서 폰트 제작 과정에서 반복 작업하면서 고민하지 않고 손이 가는 그런 의미 없는 시간들을 좀 절감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출시되는 폰트의 양도 늘어나고 다양성이나 품질이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한글 폰트 제작 지원 도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사님께서 개발하고 계신 한글 폰트 제작 지원 도구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일반적으로 11,172자나 되는 한글 폰트 제작 시간 단축을 위해서 자소 조합 방식을 사용해 왔습니다. 주로 드리거 같은 도구를 사용해서 조합규칙을 설정하여 작업 파일을 만들고 다른 폰트 에디터에서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또한, 글립스에서는 한글 조합 규칙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폰트 회사별로 이러한 기능들을 잘 정리하고 지원하는 플러그인들을 만들어서 활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독립 폰트 디자이너들에게는 이러한 지원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한글 폰트 디자인 작업을 위한 지원은 아쉬운 상황입니다.

한글 초, 중, 종성 글자 별로 각각 상황에 따라 몇 벌을 제작할지 설정하고 작업을 시작하는데, 먼저 드리거나 글립스에서 이 설정 방식이 쉽고 직관적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설정한 작업 파일로 진행하다가 벌 수를 추가하거나 합쳐야 할 때, 작업 방식도 쉽지 않습니다.

벌 수를 정하는 설정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 보면, 초성을 예로 들면, 먼저 몇 개의 그룹으로 분류하고, 각 그룹별로 중성과 종성의 조합에 따라 벌 수를 설정합니다. 중성과 종성도 마찬가지로 작업합니다. 이러한 설정으로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같은 자소를 사용하는 경우도 생기고 특정한 글자에서는 규칙에 따라 공유하는 자소의 모양과 다른 자소들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럴 때마다 조합 규칙을 조정하고 추가된 벌수에 포함된 다른 자소들을 새로 그리거나 복사하는 번로운 작업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도구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제가 구상하는 도구에는 아래 다섯가지 기능을 지원하도록 하려 합니다. 

  • 벌수를 설정하는 방식을 쉽고 편하게 할 수 있고, 작업 진행 중 추가, 병합 작업을 어렵지 않도록 지원하는 기능
  • 자소 구성 설정을 할 때, 다른 자소들과 어떻게 조합되는지(초성은 어떤 중성과 종성이 오는지) 외에도 개별 글자들을 편하게 설정할 수 있는 기능
  • 개별 자소 뿐 아니라 획 단위까지 조합과 재사용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기능(예를 들면, 모음 ㅏ를 기둥과 줄기로 분해하고 개별 획을 자소를 조합하는 것 같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
  • 조합하거나 재사용한 요소(컴포넌트)를 다시 열어서 수정하거나 모양을 확인하는 것이 아닌 사용되는 글자에서 직접 교체하면서 사용할 요소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
  • 재사용할 요소들의 교체할 때 그 요소 전체를 쉽게 볼 수 있는 정보창과 요소들의 길이, 위치, 너비, 요소 이름(번호), 유사한 조합의 글자에서 사용된 순으로 정렬하는 기능

먼저 조합 규칙을 설정하는 기능부터 시작할 계획이고, 다음으로는 요소들을 직접 교체할 수 있는 기능부터 개별 기능들을 개발하고 테스트하여 점차적으로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런 기능들이 있으면 많은 글자 수의 한글 폰트 디자인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향후 계획하고 계신 작업에 대해 말씀 부탁 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24도트 매트릭스 한글 폰트 재현 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991년 KS C 5850으로 제정되어 후에 1996년에 KS X 5011로 변경되어 2013년에 폐지된 24도트 매트릭스 한글 폰트를 OTF로 재현하는 작업입니다. 이 표준은 2,350자의 24 도트 매트릭스 한글 자형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러 도트 매트릭스 장비에 사용하기 위해 만든 표준이었지만 용도가 없어졌다고 판단해서 폐지된 상황입니다. 아직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곳이 많음에도 폐지되어 아쉽고, 레트로한 감성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먼저 표준의 2,350자를 윤곽선 방식으로 옮기고, 표준에 없는 영숫자와 부호를 JIS X 9052(24도트 매트릭스 자형 일본 표준)를 참조해서 채울 계획입니다. 다음으로 2,350자를 조금 다듬고, 자소를 분리하여 조합규칙을 만들어 11,172자로 확장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전체 글자를 확장한 후에는 각 도트의 모양을 여러 가지로 변형해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폰트로 제작하려고 합니다. 작업 준비를 어느 정도 진행하고 가을에는 진행 중인 작업을 일부 공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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