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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계2014.02] Special Interview-아나프레스

_인터뷰_/Special Interview

by 월간인쇄계 2014. 5. 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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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예술의 경지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출판계의 거장 거르하르트 슈타이들이 팝 아티스트 에드 루쉐와 작업한 ‘On the Road’와 일본의 그래픽 디자이너 하라 켄야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인 제18회 나가노 동계 올림픽 개회식 프로그램 디자인, 이 두 작품 사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레터프레스 방식을 통해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슈타이들은 모든 문자의 활판을 제작하고 레터프레스 기법을 통해 ‘On the Road’를 제작해 완성도를 높게 평가받았으며 이 작품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권 당 1,000만원의 가격을 호가하고 있다. 하라 켄야는 눈이 떠오르는 도톰하고 특이한 질감의 종이에 레터프레스 기법을 통해 프로그램을 제작해 동계 올림픽이 개최되는 겨울이라는 계절적 이미지를 감성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이에 활용된 레터프레스는 제작에 있어 많은 시간과 연구, 작업 노하우, 노력이 필요한 인쇄기법이지만 최근 차별화된 디자인과 감성을 찾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관심과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디자인&레터프레스 스튜디오 아나프레스(www.anapress.com)의 이해경 실장은 “자연스러운 아날로그 감성과 의미, 정성이 표현되기를 원하고 차별화된 디자인을 원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레터프레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에 아나프레스는 제작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디자인과 일러스트, 칼라 조색, 레터프레스 인쇄, 리본 및 포장 등 모든 제작과정을 디자이너들이 직접 오랜시간 정성을 다해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재석 실장은 “상담을 처음 진행할 때 다수가 생각보다 높은 가격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듣고 놀라지만, 자신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한 디자인 작업과 공이 많이 드는 작업과정을 설명하면 이를 수긍하는 편이다”고 밝히며 “앞으로도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유니크한 결과물을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연구를 계속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Q 먼저 인쇄계 독자 분들에게 아나프레스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해경 실장 - 평소에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던 저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팬시 회사에 일러스트를 그려 보내는 일과 화실에서 입시미술을 가르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제 그림이 인쇄되는 과정을 보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이 겪고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여러 공정을 걸쳐 제작된 결과물은 만족스럽기 보다는 어느 정도의 타협으로 끝이 나곤 했으니까요. 그때부터 내가 그린 그림을 직접 인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에 오랜 시간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연수 겸 여행차 간 케이프타운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던 친구의 집에 방문하던 중레터프레스를 접하게 됐는데 이는 제가 직접 구현 가능한 인쇄 방식이었죠. 이후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스테이셔너리 디자인을 진행하며 이를 레터프레스로 제작하는 아나프레스(아날로그레터프레스)를 설립했습니다.
한재석 실장 - 이 실장이 말한 것처럼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하다 보면 결과물이 기획한대로 나오지 않는 문제로 어려움이 많은데요. 저희가 디자이너다 보니 이러한 디자이너들의 요구를 깊이 이해할 수 있어 디자인&레터프레스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그 문제를 많이 보안해보고 싶었습니다. 아나프레스의 시스템은 디자인에서 인쇄, 제작 마무리까지 대부분의 작업이 저희 손을 거쳐 다소 생산성이 떨어지고 수고스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고객분들이 수공작업이 많이 들어간 저희 제작물에서 아날로그의 감성과 정성이 한 눈에 느껴진다고 평가해 주시기도 합니다.


어릴적 직접 만든 카네이션을 받으며 기뻐하시던 부모님을 떠올리며 작업한 카네이션 일러스트

 

이해경 실장 - 덧붙이자면 디자이너들은 디자인과 인쇄 기술이 잘 융합되어 하나의 작품처럼 결과물이 제작되기를 원하고 있고 저희 역시 이를 원했습니다. 판화나 그림의 경우 작가가 어떻게 찍고 그리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른데 반해 인쇄로는 이러한 느낌이 잘 표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죠.
그러나 레터프레스는 어느정도 그 느낌이 반영된다고 해야할까요? 때문에 레터프레스는 인쇄물와 예술작품의 경계선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Q 아나프레스의 제품을 보았을 때 일러스트를 비롯해 디자인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해경 실장 - 아나프레스의 주요 제작물인 청첩장 중 신부의 부케를 컨셉으로 한 제품은 신부의 부케를 직접 그려 드리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옛날 유럽에서는 결혼식이 끝나면 부케의 꽃을 하나씩 빼서 참석자들에게 나눠주어 결혼 참석자들의 행복을 기원했다고 합니다. 청첩장에 신부의 부케를 넣는 것은 모시는 하객분들께 초대와 동시에 행복을 기원하는 뜻이 있어 좋은 의미이기도 하구요. 이러한 뜻을 가져서인지 신부의 부케 일러스트가 들어간 저희 청첩장은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들의 사랑을 받고 계절별로 컬러를 바꿔가며 꾸준히 제작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주문 제작 형태로 작업을 진행하기도 하는데요. 대부분 예비 신랑과 신부의 스토리, 결혼장소 등 웨딩 컨셉에 맞추어 진행하고 필요에 따라 일러스트를 그려드리기도 합니다.
지난 2012년에는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함께 레터프레스카드를 홍대에 위치한 두성 인터페이퍼 갤러리에서 전시하며 레터프레스 시연 및 미니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한재석 실장 - 이와 함께 고객이 직접 디자인을 하여 진행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주 고객층을 보면 평소 레터프레스에 대해 관심이 많은 디자이너나 해외에서 레터프레스를 접하신 분들이 많다 보니 기존에 흔히 사용되는 스테셔너리가 아닌 독특한 디자인을 원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또한 현재 아나프레스의 제작물의 약 30~40%이상이 미국이나 호주 등 해외에서 의뢰받아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소규모, 데스티네이션 웨딩 등의 컨셉형 결혼식이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에 맞추어 고객이 직접 디자인하여 제작, 의뢰하는 경우가 그 예입니다.
 
Q 앞선 질문에 답해 주신 것처럼 고객 취향에 맞춘 차별화된 디자인이 아나프레스의 특징이라고 생각됩니다.
이해경 실장 - 기업 초대장과 비즈니스 카드, 청첩장 등 여러 형태의 의뢰가 많은데 디자인 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첫째로 소통입니다. 저희의 디자인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것은 개개인 상담에 맞추어 고객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최대한 접목시켜 진행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객이 원하는 포인트를 잘 잡아내기 위해서 다양한 방면에 있어 자료 조사도 필요하구요. 이를 위해 국내외 문화, 예술 관련자료를 많이 찾아 보고 있습니다. 트렌드를 읽어야 함도 있지만 이는 고객이 원하는 컨셉을 최대한 깊이 이해하고 이를 적용하여 제안을 드려야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최근 명품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디자인과 기능 등 제품을 튜닝하는 개별화 전략을 펼치듯이 이제는 대량 생산이 아닌 개인이 원하는 요구사항대로 제품의 형태를 일부 수정 가능케 하는것이 흐름이라 생각합니다. 이미 대중들도 주문 제작 형태에 어느정도 익숙해 있고 저희도 이에 맞추어 디자인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죠.
인쇄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소량으로 유니크한 디자인을 원하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나만의 디자인이 적용된 제품에 있어 만족감을 표현하는 것이죠.


 

한재석 실장 - 이와 같이 주문 제작을 통해 디자인과 높은 품질의 제품생산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저희가 모든 과정에 직접 관여하기에 가능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레터프레스 작업의 특성상 작업 별로 제작 포인트가 다르다보니 기계를 일일이 관리하고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힘의 차이와 기계의 컨디션에 따라 컬러 품질, 압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고객의 요구와 저희가 디자인한 제품의 특징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은 어렵더라도 직접 제작 방식인 레터프레스를 통해 인쇄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의뢰하는 다수의 고객들은 레터프레스에 대한 이해가 어느정도 있기 때문에 원하는 디자인과 높은 품질을 생산해 내기 위해서는 여유로운 시간과 비용이 필요함을 알고 이를 수긍해 주시고 기다려 주십니다.
이해경 실장 - 더불어 모든 창의 활동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 경험과 지식이 필요합니다. 현재 다양한 소재에 대한 이해와 제작스킬을 위해 패션관련 수업을 듣고 있는데, 이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종이외 다른 소재에 대한 이해와 적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입니다. 드레스와 청첩장이 깊은 관련이 있듯 상담시 입고 오시는 외투, 모자, 액세서리에서 원하시는 스테셔너리의 스타일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아날로그 감성 표현과 정성을 더하는것에는 남다른 생각과 노력,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톤 다운 된 컬러나 별색 등 독특한 컬러가 눈에 띄는데, 컬러 사용에 있어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이해경 실장 - 같은 색을 사용하더라도 어떠한 색감, 재질을 가진 종이에 찍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에 이를 유의해서 작업합니다. 모든 것의 매칭이 절묘할때 완성도를 높일 수 있으니까요. 때문에 잉크의 경우 한 회사의 제품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 독일 등 여러 회사의 제품을 두루 사용합니다. 이는 각 회사의 제품마다 같은 컬러임에도 생산되는 회사에 따라 색의 차이가 크고 사람들마다 선호하는 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컬러 배합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조색 작업은 제가 직접 진행하는데 같은 컬러도 어떻게 배치되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 아나프레스 작업 공정


Q 레터프레스 작업 특성상 용지의 선택도 중요한대 각 작업별도 용지 선택에 있어 어떠한 점에 중점을 두고 계십니까.
한재석 실장 - 종이의 경우 레터프레스 기법은 프레스되는 부분의 컬러가 동시에 입혀지는 방식으로 종이가 너무 단단하거나 얇으면 그 효과가 적게 나타납니다. 또한 판화처럼 눌리는 듯한 느낌이 잘 표현 되어야 하니 종이 자체의 두께가 어느정도 있어야 하지만 너무 단단하면 조금만 힘을 가해도 종이가 깨지는 현상이 생겨 주로 단단하지 않은 펄프나 코튼지에 작업합니다. 코튼지도 종류가 다양해 일반 종이 선택에서도 그렇듯이 디자인에 적합한 텍스쳐나 컬러에 맞추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해경 실장 - 같은 일러스트를 적용 하더라도 종이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다르게 전달되기도 합니다. 동일한 부케 일러스트를 봄과 여름에는 얇은 종이에, 겨울에는 두꺼운 종이에 작업을 하게 되면 이미지가 다르게 전달됩니다. 종이의 두께와 표면질감으로 인해 계절의 이미지가 전달되는 것이죠. 때문에 종이의 조합도 디자인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아나프레스의 2014년 계획이나 개인적인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이해경 실장 - 지난 해 새로운 카드 시안을 비롯해 다양한 제품 개발을 해 두었는데, 현재 진행되는 프로젝트 진행으로 제작되지 못한채 어느새 2014년이 되어버렸네요. 개인적으로 계획한 것을 실천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한재석 실장 - 이번 2014년은 가슴이 뛰는 일에 집중하고 또 집중할 계획입니다.

취재_글_이혜정 기자 / 이미지제공_아나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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