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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계2015.11] Visit-책과인쇄박물관

_기업탐방_

by 월간인쇄계 2016. 2. 1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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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부나 단체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이렇게 훌륭한 박물관을 만들어내셨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책과인쇄박물관>을 구상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저는 장교동에서 30년 이상 인쇄업에 종사했습니다. 인쇄인들이라면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현업에 있을 때는 인쇄업의 특성 상 앞만 보고 시간가는 것도 모른 체 달려오다 보니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할 나이가 되더군요. 주위를 둘러보니 은퇴 후에 별 의미 없이 소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젊었을 적부터 은퇴 후에는 꼭 의미 있는 또 하나의 삶을 만들어 가면서 살고 싶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저와 비슷하게 70~90년대 인쇄업을 함께 한 세대들은 다 공감하시겠지만 활판기와 청타기 등 사람 손으로 다루던 장비들이 인쇄산업에 컴퓨터가 도입되면서 모든 패러다임이 바뀌고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사진제판 관련장비들도 마찬가지였죠. 젊은 사람들은 새롭게 도입되는 장비들을 배워서 적응해갔지만 이 장비들을 다루던 중장년층들은 모두 도태되어 실업자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분들이 다루던 장비들은 골칫덩이 신세가 되었고 고철 값만 받고 팔거나 나중엔 업체에서 돈을 주고 버리기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저런 장비들은 우리 인쇄역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소중한 자료인데 너무 가치없이 버려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은퇴 후에 활판기와 수동 명함기 등을 놓고 간단한 인쇄물을 직접 만들어 주는 북카페를 수도권 근교에 하나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당연히 인쇄단체에서 잘 수집, 보존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잘 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제가 직접 박물관을 만들어 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금전적인 투자도 크게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지만 고맙게도 가족들도 흔쾌히 동의해줘서 중고장비를 잘 아는 지인을 통해 활판기를 구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주조기와 사진제판 관련 장비, 고서(古書), 미국과 일본, 영국, 독일 등지에서 지인들에게 부탁한 인쇄관련장비 등 하나하나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고 이렇게 10년 정도 시간이 흐르다 보니 어느 정도 자료가 모이게 되었습니다.
 
Q 박물관 건물 모습이 매우 독특합니다.
A 저희 박물관의 설계는 시인으로 활동하시면서 항상 책과 함께 하시는 분이 맡아 주시어 의미있는 공간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완공된 후에는 저에게 헌시(獻詩)도 지어주셨고, 이는 박물관 입구에 활판인쇄기와 함께 세워져 있습니다.
<책과인쇄박물관>은 책과 인쇄가 함께 숨 쉬는 공간이기 때문에 박물관 건축과 로고는 모두 ‘책의 시각적인 것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습니다. 박물관 전면의 모습은 책을 고르고 직접 소유하는 문화가 점점 사라져가는 현 시대에서, 종이의 촉감과 냄새를 직접 맡고 볼 수 있으며 책장에 책이 가지런히 꽂혀 있는 곳에서 책을 고르는 설렘을 연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건물의 하늘에서 본 평면도는 쪽지 편지 모양을 형상화했습니다. 고이 접어 건네주던 쪽지 편지처럼 건물 중앙에 작은 빈 공간을 두어 여백의 미를 살리면서 다양한 모양의 전시 공간과 동선을 확보하도록 했습니다. 그리하여 박물관을 방문한 모든 분들이 옛날의 소중한 추억을 되새기고 앞으로도 오래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책과 인쇄의 소중함을 느끼고 책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깃들도록 정성껏 건물 한 구석, 동선 하나까지 세심하게 준비했습니다.
 


Q 여러 나라의 옛날 인쇄장비와 고서(古書)에서 근현대사에 이르는 여러 도서를 동선에 따라 짜임새 있게 전시해 놓으신 것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A 박물관을 해야 겠다고 결심하면서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인쇄박물관 관련자료를 모두 찾아보고 국내에 있는 특색 있는 박물관도 대부분 직접 찾아 소장품과 동선의 구성 등 여러 가지 특징들을 살펴봤습니다.
이후 가장 먼저 세운 원칙이 단순히 옛날 인쇄장비와 도서를 갖다 놓고 보여주는 구색만 맞추는 것은 가장 지양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박물관 1층 입구에는 제가 박물관을 세운 의도를 담은 문구와 함께 오래된 활자 수십만 자를 벽면에 전시해서 최근 스마트기기가 일상화되기 전까지 정보전달의 도구로, 정서함양을 위한 양식으로, 역사를 기록하는 매체로,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인쇄가 해 왔던 역할과 그 가치를 알 수 있도록 했으며 2층까지 전시된 옛날 인쇄장비와 도구를 직접 체험해 보고 일반 관람객들이 좀 더 가까이 인쇄를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2층에서 3층으로 이어지는 도서전시코너에서는 고대에서 근현대까지의 주요 도서를 전시하면서 각 시대를 상징하는 주요 도서들은 초판본을 전시해서 그 당시 도서를 제작할 시대상과 제작기법을 알 수 있도록 했으며 각 시대의 주요 상징물과 신문 등을 함께 전시해서 시대 별 주요 역사를 되새겨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Q 소장품 수집 과정에서 여러 에피소드도 있으셨을 듯 합니다.
A 박물관의 가치는 소장자료의 종수와 가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처음 구상부터 완공까지 걸린 10년 가운데 자료 수집에 많은 공을 들였고 그만큼 여러 가지 에피소드도 많았습니다.
활판인쇄기와 납활자 주조기는 어렵게 구했지만 청타기는 쉽게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말에 인사동을 지나다가 우연히 골동품 가게에 놓여있는 청타기를 발견하고 어렵게 주인과 연락이 닿아 구매의사를 밝히고 가격을 물었더니 제가 생각했던 가치보다 많이 낮은 가격을 부르셨습니다. 인쇄도 모르는 입장에서 수요도 없으니 가치를 몰랐던 주인입장에서는 어느정도 골칫거리였던 겁니다. 당연히 바로 대금을 치르고 차를 불러 싣고 왔습니다. 인쇄장비 수집을 위해서는 전국을 다녀야 했는데요, 수도권과 같이 인쇄관련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경우에는 중고장비들의 거래도 활발하고 처분도 빨라서 장비 구하기 쉽지 않았지만 제주도와 같은 섬이나 지방에서는 집에서 인쇄장비를 놓고 작업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강화와 제주 같은 도서지방에서 오히려 찾았던 장비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근대, 현대의 주요 도서들을 수집하기 위해서는 틈나는 대로 청계천 서점가를 찾았지만 최근엔 인터넷에서 거래되고 경매로 거래되기도 하기 때문에 관련 사이트를 수시로 검색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어떤 자료는 가품이라고 의심될 정도로 좋은 가격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바로 적금을 해지하기도 했죠. 


012


Q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A 이제 박물관의 문을 연지 두 달 남짓 되었기 때문에 많은 수의 관람객들이 다녀가시진 않았지만 대학교수님부터 유치원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들이 찾아주셨습니다.
아시다시피,예전 책들은 작업속도는 느렸을 수 있으나 화가들이 책 표지를 직접 그리는 등 책 한권, 한 권에 소중한 가치를 담아냈습니다.
오시는 분들이 원하시는 경우 제가 직접 주요 소장품에 대한 설명을 드리고, 장비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박물관을 다 둘러보시면 초등생과 유치원생을 둔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책 한 권이 나오는 과정을 알게 해줘서 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십니다.
또한 별 기대 없이 오셨던 주부 분들은 어떻게 이렇게 짜임새 있게 책과 인쇄를 담은 박물관을 사립으로 건립할 생각을 했냐며 대단하다는 평을 주셨습니다.
국문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에게 고대와 근현대 문학을 가르칠 때 이름만 가르쳤는데 이곳에서 여러 도서의 초판본과 같은 귀중한 자료를 직접 볼 수 있게 되어 너무 좋았다고 하시면서 함께 차를 나누면서 여러 이야기를 하고 가시기도 했습니다. 고서에서 근현대를 주요 도서와 함께 인쇄장비를 함께 전시하는 박물관은 국내에서 처음이고 해외에서도 드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정은 힘들었지만 찾아 주시는 분들이 박물관의 가치를 인정해주시고 존재에 대해 좋아해 주시기 때문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책과인쇄박물관>의 기본운영방침은 고정된 소장품만을 전시하는 것이 아닌 부분적으로라도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인쇄장비도 항상 수집하고 있으며 곧 유럽에서 인쇄장비가 한 대 들어올 예정입니다.
현재 전시된 도서는 소장하고 있는 분량의 1/5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근현대의 여러 작가들을 소개하고 주제 별로 다양한 기획전시를 개최해서 관련분야에 계신 분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면서 찾아주시는 관람객분들께도 항상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설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디지털기기들의 일상화로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우리의 여가생활까지 너무 자극적이고 흥미 위주로 바뀌어 가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더 많은 분들이 시간을 되돌린 듯 과거의 것들을 지금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책과인쇄박물관>을 통해 어른 세대들은 잊고 살았던 지난 날의 추억을 떠올리고, 자라나는 세대들은 과거에 힘든 과정을 거쳐 만들었던 인쇄 과정을 경험하여 책의 소중함을 알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유용한 체험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찾아가는 길
전철 - 경춘선, 김유정역에서 도보 15분 거리
시내버스 - 1번(중앙로, 남춘천역 경유), 67번(중앙로, 법원 경유)
관람시간 9시~18시(하절기), 9시 30분~17시(동절기)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5,000원(티켓 제시시 카페음료 1,000원 할인)

이메일 mbpinfo@naver.com / 블로그 http://blog.naver.com/mbp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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