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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계2019.04] 디자이너와의 원활한 소통을 기반으로 1회용이 아닌, 소장할 수 있는 ‘인쇄 작품’을 만들어 나갈 것

_기업탐방_/비즈니스포커스

by 월간인쇄계 2019. 7. 2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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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쥬얼 봄이라는 회사이름이 주는 느낌이 독특합니다.

저를 포함, 실험적인 디자인과 인쇄를 해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는 비쥬얼 봄은 가치를 가진 인쇄물 제작을 가장 우선으로 하고 있는 상업인쇄 전문 기업입니다. 비쥬얼 봄이라는 사명의 봄은 바라봄, 마주봄, 들여다 봄, 해봄,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비쥬얼을 바라보고, 자세히 들여다 보고, 해보는 과정을 통해서 그 가치를 증명하고자 하는 저희의 의지를 담았습니다.  

인쇄라는 공정을 진행하는데 있어, 주문하는 사람의 아이디어와 그 사람이 생각하는 품질 등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생각하는 것들을 공유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100%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그 근사치까지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이름에도 함께 고민해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가 있습니다.

비쥬얼 봄은 충무로에 자리하고 있지만 가장 충무로답지 않은 회사입니다.

충무로는 분업화가 굉장히 잘 되어 있고, 하청 위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분업을 거의 안하고 있고, 하청은 거의 없이 원청 위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쇄 경험보다는 디자인 분야에 있던 분들이 많을 것이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와 반대로 저 개인적으로는 1988년에 인쇄사에 막내로 입사해서 활자 조판을 하고 활판기계에 걸어서 봉투와 명함을 찍으면서 인쇄를 배운 인쇄인입니다.

저에게 인쇄를 가르쳐주신 많은 선배들이 인쇄는 문화사업이라고 강조하셨고, 저는 그게 저의 천직이라 생각하고 오늘까지 생활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보게 된 활판인쇄기의 작동 모습이 너무 멋있게 보여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길로 무작정 그 인쇄업체에 들어가서 배우고 싶다고 해서 소개를 받아 인쇄 엔지니어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인쇄현장 생활을 하다 보니, 디자이너들과 인쇄작업에 대해 소통하려고 할 때마다 언어와 생각이 달라서 그들이 디자인해 온 것을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습니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제가 디자인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낮엔 인쇄현장에서 일하고 밤에 디자인 학원을 다니는 생활을 하면서도 디자이너들의 생각을 제작물에 녹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디자인을 배우고 인쇄작업에 대한 소통을 이어 오다가 이를 보다 확실하게 구현할 수 있는 비쥬얼 봄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고객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서 원하는 바를 인쇄물에 표현해 주고, 고객이 원하는 부분을 어떤 방법으로라도 구현해 주었기 때문에 고객이 고객을 소개해 주어 지금까지 별다른 영업이나 광고 없이도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통 인쇄인들은 컬러 매칭과 관련해서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는 하는데요, 고객과 소통이 어려울 때는 언제이신가요.

거의 힘든 부분은 용지 재질 선택이나 효과를 결정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쇄가 가지는 물성적인 한계로 인해 용지와 컬러, 효과를 어우르는데 있어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보통 인쇄사에서는 사고 발생을 우려해서 해보지 않았거나 어렵다고 생각할 때는 ‘그런 디자인은 인쇄가 안된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안된다’는 개념이 없습니다. 무조건 해보는 거죠. 처음 보는 용지에 생소한 디자인이 있더라도 최대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해 보는 거죠. 그리고 고객과 소통하는 거에요. 아마 이렇게 ‘소통할 수 있고’, 최대한 원하는 방향의 인쇄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고객분들이 비쥬얼 봄을 인정하고 찾아주신다고 생각합니다.


90년대에는 디자이너들과 원활히 소통하는 인쇄사는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 대부분의 인쇄사는 물량 중심으로 빠른 납기가 가장 우선이었기 때문에 디자이너들과 원활히 소통하는 인쇄사는 흔치 않았습니다. 어찌보면 이것이 비쥬얼 봄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이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고객들이 높은 충성도를 가지고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쥬얼 봄은 인쇄가 마무리된 상품을 배송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명함 한 통을 배송할 때도 단순한 일반 플라스틱 케이스가 아니라 자체 제작한 싸바리 박스에 리본을 묶어서 보내는 거죠.

이를 받은 고객은 단순히 명함 한 통 받은 게 아닌, 뭔가 작지만 특별한 선물을 받은 느낌을 받게 되고 이는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물론 내용물도 만족스러워야 하겠죠. 이러한 부분은 지금도 항상 신경 쓰고 있는 부분입니다.



비쥬얼 봄의 주요 취급 품목은 무엇입니까.

일단 명함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고, 그 외에 고객이 원하는 것은 싸바리 박스에서 쇼핑백, 책자, 도록, 포스터 등 종이로 할 수 있는 인쇄물은 모두 작업하고 있습니다.


보유 장비와 인력구성은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비쥬얼 봄은 5명의 임직원들이 옛날 수지판 장비부터 옛날 명함 기계와 금박기, 명함 인쇄기, 플라톤, 디지털 인쇄기, 재단기, 캘린더 제책기계 등 보유하고 장비들을 직접 운용하면서 대다수의 인쇄물은 품질을 제대로, 책임 있게 관리할 수 있도록 직접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인쇄 엔지니어로서 제가 가지고 있는 자부심도 깃들어 있습니다.

충무로 인쇄업계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제가 몇 가지 가지고 있습니다.

충무로에서 UV잉크로 명함을 찍은 사람이 제가 최초입니다.

그 당시 근무하던 인쇄업체에서 최초로 UV잉크로 명함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인쇄와 차이가 있어 이를 안착시키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진행했고, 최초로 베다로 명함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전에 현장에서 인쇄작업을 할 때 여러분들에게 기술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단순히 보고 버리는 인쇄물이 아니라 하나 하나에 가치를 담고자 하시는 군요.

맞습니다. 항상 고객들과 상담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는데, 어떤 인쇄작업에도 항상 가치를 심어주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인사동에서 미술 전시회를 할 때 엽서를 제작한다고 하면, 대부분 CCCP지나 아트지에 제작해서 관람객들에게 무료 배포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엽서는 현장에 가 보면 전부 버려지게 됩니다. 하지만 해외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많은 국내 여행객들이 그곳의 인쇄물 기념품을 구매하고 소장하거나 선물하는데 사용합니다. 그런데 유독 국내에서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시회 관련 엽서 제작을 의뢰하는 고객에게 한정 수량만을 제대로 가치 있게 제작해서 반드시 판매하시라고 말씀 드립니다.

국내에서는 이런 경우가 특별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잘못된 고정관념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고객이 이와 관련된 상담을 할 경우 항상 제대로 만들어서 반드시 판매하시라고 강조해서 말씀 드립니다.


그렇게 물량이 적더라도 제대로 만들어서 그 자체의 가치를 키워 나가는 것이 인쇄산업의 방향성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동감하는 부분이고, 우리 인쇄업계가 가져야 할 인식의 전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인쇄는 3D 공해산업이라는 굴레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대들을 키워낼 수 있는 제대로 된 교육 시스템을 통해 바람직한 인력 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 인쇄업계가 대부분 어깨 너머로 배워 이어져 왔다면 이제라도 저와 같은 기성세대들이 의견을 모아서 이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객들과의 상담에서 가격보다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제작방법을 제안하면 어떤 선택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최근에 부산의 한 디자이너팀이 보드 게임을 제작해서 이를 담을 수 있는 패키지를 상담해 왔습니다. 처음에 이들이 의뢰한 견적은 스노우지나 아트지 300g에 무광코팅해서 일반적으로 많이 작업하는 싸바리로 작업하는 것과 함께 또 다른 방안이 있다면 제시해 달라고 상담을 해 왔습니다. 이에 저는 이제 친환경이 강조되고 보드 게임 패키지는 사람들이 많이 만지게 되기 때문에 무광라미네이팅을 하는 대신 용지 품질을 높이고, 일반인쇄를 콩기름 인쇄로 대체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더니 일반적인 제작공정에 비해 높은 견적이 나왔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으로 저의 제안과 같이 제작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렇듯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제작방안을 제시하더라도 완전히 고객 상황과 동떨어지지 않은, 충분히 할 수 있을 만한 선에서 제안해서 그 방향으로 고객을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인쇄물의 가치와 더불어 그 용도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제안을 함께 해서 고객에게 신뢰를 쌓아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인쇄업계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있지만 관련 학과 졸업생들을 포함해서 젊은 세대들이 인쇄업계를 기피하는 분위기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우선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디자인과 인쇄는 하나라는 것입니다. 서로의 부분을 잘 알고 소통해야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임에도 관련학과 현실을 보면 디자인을 가르치는 분들은 인쇄를 잘 모르고, 인쇄를 가르치시는 분들은 디자인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분야를 알고 소통할 수 있는 젊은 인쇄인들을 길러내는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해소해 나가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에 대한 국가 자격증을 신설, 강화해서 이를 취득한 젊은 인력들이 인쇄관련 업체에 들어가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고 배운 것을 펼칠 수 있는 순환구조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산·학·연 한 부분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가 ‘과연 그러한 순환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라는 부정적인 관념을 탈피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고치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제 국내 인쇄업계도 2, 3세 경영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인쇄종사자들의 평균 연령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게 되면 이제 업계에 들어오고 있는 2, 3세 경영인들이 나중에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을 때 이를 타개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젊은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서 업계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이 시급합니다.   

인쇄 종사자분들의 의식 전환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오랜 기간 충무로와 인쇄업계를 지켜 온 많은 분들이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이 분들에게도 여러 차례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자기 계발과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항상 ‘인쇄는 하청산업일 뿐’이라는 오랜 관성에 젖어 변화에 소극적이었다는 잘못이 있었습니다. 결국 이는 자기 도태를 가져올 수 밖에 없게 되는 거죠.

인쇄관련단체에서도 이전보다는 이런 부분에 대한 움직임들이 많아졌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회원들에게 이야기하고 체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웹 기반의 대형 인쇄업체들의 등장이 충무로 중소 규모 업체들의 폐업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이들 업체들로 인해서 대금 결제가 수월해지고 인쇄품질에 있어 저가와 고가 제품의 구분이 확실해졌기 때문에 규모가 작더라도 고유의 경쟁력만 있다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도 생각합니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 시작은 어려울 수 있겠지만 끈기를 가지고 지속한다면 의미 있는 싹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충무로 인근 지역의 재개발과 맞물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랜 동안 충무로에서 인쇄를 해 오신 입장에서 해당 지자체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와 관련해서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을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강조한 것과 같이 이 지역의 재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국내인쇄산업에 있어 가장 상징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충무로에 인쇄산업의 미래 세대가 커 나갈 수 있도록 인큐베이팅 역할을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젊은 세대를 위한 교육 공간이 될 수 있으면서, 기존 인력들의 재교육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기에 국내 인쇄인이 해외 시장과 교류할 수 있는 역할까지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해 왔던 것과 같이 인쇄와 디자인 분야가 서로 더 긴밀한 소통과 이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간 역할을 잘 하고, 국내 뿐 아니라 해외로도 시장을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인쇄가 좋아서 해 왔던 충무로 인쇄인의 입장에서 인쇄업계의 기성세대로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고, 거기에 맞는 목소리도 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모쪼록 많은 분들이 지혜가 모아져 더 이상 패배의식에 빠져 제 자리에서 맴도는 것이 아닌 서로를 격려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성장하는 인쇄업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길 기대합니다.



비쥬얼 봄

서울시 중구 충무로 29 아시아미디어타워 B304호

전화 02)2279-1148│팩스 0505)115-2245│www.viv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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