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방식으로 점자 인쇄물을 제작하기 시작하신 이후 10여 년이 지났는데요, 그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9년까지는 대부분 전통적인 타공 방식으로 점자 도서를 제작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2010년도에 달력과 지도, 평면도, 리플렛 등을 제작하는데 있어 점자와 묵자를 혼용해서 만든 점묵자 혼용 인쇄물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디지털 인쇄기를 도입, 이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일본 시장에서 정보를 알아보던 중에 후지제록스의 클리어토너와 UV잉크를 활용해서 효율적으로 점묵자 인쇄물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점자를 입히고 싶은 부분에 클리어 토너를 먼저 인쇄하고 에폭시 성분의 UV잉크를 올려 점자를 표현하는 거죠. 이를 실용화하기 위해 후지제록스 국내 담당자들과 여러 차례의 테스트를 거쳤고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후지제록스 장비를 활용해서 점묵자 인쇄물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2017년 이리데스 프로덕션 프레스를 도입해서 물량을 늘려나갔고, 최근 후지필름비즈니스이노베이션의 레보리아 프레스 PC1120을 도입해서 점묵자 혼용도서 뿐 아니라 고령층과 같은 저시력자들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큰 글씨 도서인 빅북 등의 제작에도 이를 활용하면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실 디지털 방식을 통한 점묵자 혼용 인쇄물 제작이 본격화되기까지는 과도기도 필요했습니다. 제가 2015년 도서출판 점자 대표이사를 맡았을 당시에는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된 점묵자 혼용 인쇄물에 대해 비장애인들이나 젊은 시각 장애인들은 좋은 반응을 보였지만 전통 방식 점자 인쇄물에 익숙한 40~50대 시각장애인들은 불만이 있었습니다.
일반 그래픽이 있으면서 점묵자가 혼용되어 있는 명함과 달력, 지도와 같은 인쇄물은 문제 없지만, 점묵자 도서의 경우에는 손 감촉이 밀리는 느낌과 오래 읽으면 땀이 차게 되는 단점 때문에 기능적인 만족도가 낮았던 거죠.
이러한 과도기는 점묵자 인쇄물 제작 현장에 맞게 클리어 토너 조절, 용지 교체, 스코딕스 장비의 점자 모드 업데이트와 인쇄 속도 조정 등을 통해 자체 기술 수준을 높였고, 고객들의 만족도 역시 이전보다 큰 폭으로 높일 수 있었습니다.
점묵자 혼용 인쇄물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같이 보는 유니버셜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 것인 데 2017년도를 기점으로 2020년부터는 유니버셜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점자 명함과 같은 점묵자 혼용 인쇄물의 물량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자체적으로 지속적인 관련 기술 개발을 통해 천공 방식으로 도서 안의 사물을 식별할 수 있도록 하고 QR코드 테두리를 UV인쇄를 통해 식별하도록 해서, 장애인들이 사물을 식별하면서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점묵자 혼용 인쇄물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인쇄기와 UV장비를 통해 점묵자 혼용 도서를 제작하면서 규격화된 천공 방식의 점자 도서와 달리 고객 니즈에 따라 도서 크기를 다양화 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방식을 통해 주로 점묵자 혼용 도서를 제작하셨던 초기와 비교해서 인쇄물 종류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초기와 비교하면 도서 외에 점자 항균 필름과 기타 생활용품 등 제품군의 다양화가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이전에 점자 도서들은 크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링제본 방식으로 제작할 수 밖에 없었는데 디지털 인쇄방식으로는 인쇄 사이즈에서 자유로워지게 되면서 표지제작에 있어 책등까지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링제본된 책들을 책장에서 하나하나 꺼내서 내용을 확인해야 했던 것과 비교해서 편의성이 크게 강화된 거죠.
전체적으로 점자 도서나 점묵자 혼용도서의 제작 공정 효율도 이전보다 크게 높아졌습니다. 아연판 제판 인쇄기로 도서를 제작할 때는 잘못 작업된 경우 수정도 어렵고 소량 도서 물량에 대응하기 어려웠는데, 디지털 방식을 통해서는 이런 문제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도서를 포함한 인쇄물 제작 공정에서 품질과 효율이 큰 폭으로 개선될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방식으로 점자 인쇄물을 제작하는데 선명도와 해상도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시각장애인 가운데에는 점자를 보면서도 저시력인들이 많습니다.
국내 26만 여명의 시각장애인 가운데 10만 명 정도 되는 중중장애인 중에서도 전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30% 미만으로 70% 이상이 저시력인입니다.
그래서 저시력인들을 중심으로 묵점자 혼용 인쇄물에 대한 수요가 많은 거죠.
이들이 보다 원활하게 내용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색대비를 크게 했을 때, 보다 선명하고 화사한 컬러 표현이 가능한 인쇄 품질을 구현할 수 있는 인쇄 장비가 필요하고, 최근 도입한 레보리아 프레스 PC1120을 통해 이 부분에서 크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을 본격화하면서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점묵자 혼용 인쇄물 품목을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예전에는 단순히 1도 인쇄로만 처리했던 부분들을 다양한 컬러를 활용해서 유니버설 디자인의 철학을 구현할 수 있는 인쇄물 시장 확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레보리아 프레스 PC1120을 활용해서 선명하고 높은 해상도의 인쇄물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지속적으로 후지필름비즈니스이노베이션과의 파트너십을 이어오면서 어떤 좋은 점이 있습니까.
우선 소량 물량에 적극 대응할 수 있으면서 공정 효율을 높이고 재고 부담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게 된 거죠.
인쇄물 제작에 있어 전체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클리어 토너 작업을 진행하는데, 안정적으로 이를 구현할 수 있으면서 클리어 토너로 점자를 고정시키는데 있어 높은 만족도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파트너십을 이어가는데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 외에 신속한 AS 관련 대응을 통해 저희 작업 일정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해 주고 있는 것과 점묵자 혼용 인쇄물의 특성상 재질과 크기에 따라서 굉장히 많은 테스트를 진행해야 했는데, 이러한 부분도 적극 지원해 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후지필름BI와는 단순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신뢰하는 파트너 관계가 되었습니다.
디지털로의 제작 방식 전환 이후 지속 성장을 이어 오셨는데요, 2023년에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사업을 유지하고 버티는 것도 쉽지 않은 시기이지만, 디지털 변환 시대라는 것은 분명하잖아요. 점자도 출판 인쇄 시장에 더해 디지털 e점자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한 거죠.
도서출판 점자가 코로나 기간을 견디면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2019년부터 디지털점자를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점자와 함께 음성 AI도 준비 해왔기 때문에 출판 인쇄를 맡기더라도 융합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진정한 유니버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는 거죠.
2023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점자와 묵자, 음성까지 결합된 유니버설 디자인 철학을 구현할 수 있는 인쇄물 시장을 확대해 나가면서 디지털 시대를 주도해 가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 드립니다.
가끔 KTX나 SRT를 타서 비치된 잡지를 보면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보이스 서비스인 보이스아이를 형식적으로 넣어져 있는 걸 보게 됩니다. 간혹 텍스트 양이 많은 경우는 다 담기지 않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부분들이 개선될 수 있도록 인쇄와 출판 분야 중견 기업들이 사회적 기업인 도서출판점자와 협업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서 같이 도서와 같은 인쇄물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길 바랍니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서 저희가 보다 많은 콘텐츠의 점묵자 혼용 인쇄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사회적 기업의 가치를 보다 충실하게 구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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