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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계2022.01] 후계자만 키우지 말고, 인쇄 기술자도 키우시죠?

_컬럼_

by 월간인쇄계 2022. 12.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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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와 울산시, 현대중공업 등 민관이 비상이 걸린 조선업계 인력난 해소를 위해 ‘K-조선 재도약, 조선업 일자리 상생협약’ 체결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일자리 부조화로 현장 인력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함에 따라 마련된 이번 협약을 통해 고용부와 울산시는 조선업 기술연수생들에게  월 100만 원의 훈련장려금과 1인 최대 연 990만 원의 청년채용장려금 확대 등을 통해 조선업 인력 수급을 지원하고, 조선업 신규취업자의 2년간 목돈 적립을 위한 조선업 내일채움공제, 청년 주거비 지원, 조선업 취업자 이주정착비 지원 등을 도입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이어 국내 3번째의 내수 규모를 가지고 있는 우리 인쇄산업의 인력난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었지만 이제는 인쇄 현장의 인력난으로 인해 인쇄기를 돌리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우리 인쇄업계 현장 기술자들 평균 나이가 50대 후반이 넘었답니다.

인쇄기장은 말할 것도 없고 재단기와 마스터 인쇄기 기술자도, 편집 디자인은 물론 모든 인쇄관련 기술자 월급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습니다.

반면, 종이와 잉크 등 모든 부자재는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데 인쇄비는 2003년도 단가에서 오히려 더 내려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인쇄업체 대표 몇 분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정말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쇄 기장 및 재단기사 하루 아르바이트 일당이 30~40만원이랍니다. 그마저도 사람이 없어 납기를 맞추지 못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인쇄 현장 기술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은퇴하는데 인쇄를 배우는 사람이 없어서 생기는 일입니다. 기장 및 재단기사, 편집 디자이너 연봉이 6,000만원이 넘으면 결코 적은 연봉이 아닌데 인쇄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좋지 않아서 생긴 일입니다.

이것은 우리 인쇄업계가, 그것도 큰 규모의 인쇄업체들이 자초한 일입니다.

체계적인 과정을 마련해서 젊은 인쇄 기술자들을 양성, 전체 인력풀을 키우는데 앞장서야 할 큰 규모의 인쇄업체들이 이를 외면하고, 중소 인쇄기업의 현장 숙련공들을 월급을 더 주면서 스카우트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인쇄현장의 인력난은 더 심해지고, 현장 인력들의 인건비는 중소규모 인쇄업체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한 가지 제안을 하려 합니다.

국내에서 인쇄를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면 해외에서 인쇄교육기관을 만드는 방법도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희망하는 업체에서 일부 비용을 부담하고 정부와 유관기관의 지원도 받아서, 1년 동안 인쇄와 한국어 교육을 시키면서 수당도 지급하면 교육생 확보는 크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비교적 노후한 인쇄기를 기증받고 교육시키는 강사는 인쇄 현장에서 은퇴한 어르신들을 모시면 저렴한 비용으로 인력 교육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요?

교육을 수료한 사람들은 후원한 업체에서 의무적으로 3년 이상 근무하게 하면 됩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중앙회와 협력하고 한글과 한국어 교육은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를 비롯해 국제 NGO 등의 단체와 협의하면 가능하리라 봅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보다 효율적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도록 기획하는 과정부터, 정부 관계기관을 설득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과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

오랜 기간 우리 인쇄업계 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왔으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오면서 인쇄인들과 함께 해 왔던 대한인쇄연합회와 대한인쇄문화협회, 각 지역 인쇄협동조합이 다같이 노력한다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 단체 회장님이나 이사장님들께서 정부 및 국회, 언론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서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노력해 주셨으면 합니다.

앞에서 소개했던 ‘K-조선 재도약, 조선업 일자리 상생협약’ 체결과 같이 우리 인쇄단체들이 적극적인 대정부 노력을 통해 인쇄업계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부분적으로라도 해소할 수 있는 인력양성사업을 시작한다면 우리 인쇄업계의 다수를 이루고 있는 중소규모 인쇄업체들은 새롭게 활로를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3세, 4세까지 자부심을 갖고 가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불과 40여 년전 활판인쇄가 다수였던 우리 인쇄산업은, 이제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기계와 함께 디지털화 되어 가고 있는데, 사장님들의 인식은 아직도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는 변화를 좇아가는 것이 아닌,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인쇄관련 단체장 여러분과 우리 인쇄업체 대표님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업계 현안 해결을 위해 행동에 나서야 우리 인쇄업계가 세대를 넘어 다시 한번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글_㈜디앤비애드 안태복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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