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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계2022.09] 인쇄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이어나갈 계획 - 30년 6개월. 신구대학교 인쇄과 교수직을 마무리 한 오성상 교수

_인터뷰_/Special Interview

by 월간인쇄계 2023. 1.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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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의 인쇄과 교수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하시는 소감이 궁금합니다.

최근에 연구실을 정리하면서 생각해보니,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10년을 제외한 56년이라는 시간을 제가 배우고 가르치면서 학교에서 보냈습니다. 

오늘 오전에는 처음 신구대학교에 왔던 1992년 3월, 지금처럼 개발되기 이전의 성남 모습도 생각 나더군요. 30년 6개월 동안 인쇄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힘든 일들도 있었지만, 저의 가장 든든한 재산이라 할 수 있는 여러 제자들과 함께 하면서 쌓아 온 많은 행복한 기억들과 함께 건강한 모습으로 정년퇴임을 하게 되어 참 복이 많은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인쇄산업이 기술과 시스템 측면에서 혁신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트렌드에 맞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인쇄과 교수로 재임하는 동안 인쇄와 관련해서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할 정도로 인쇄업계에서 저를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함께 하면서 최선을 다 해왔고, 여러 인쇄인들과 함께 크고 작은 성취를 이뤄왔기 때문에 정년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주어진 역할을 만족스럽게 해 냈다는 뿌듯함이 더 큰 요즈음입니다.  

국내 인쇄분야 인력 양성을 위한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고, 90년대 초반부터 인쇄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는데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인쇄과에서 교편생활을 하면서 힘들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새로운 인쇄기술이 빠르게 선보이고 이전 기술을 대체하게 되면서, 이를 빠르게 습득하고 거기에 맞는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독일과 일본, 중국에서 개최되는 주요 인쇄 전시회는 빠지지 않고 참석해서 인쇄 관련 주요 국가의 현황과 기술을 살펴보고, 이를 효과적으로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인쇄분야를 이루고 있는 여러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학부에서 인쇄공학을 전공한 뒤에 석사는 디자인, 박사는 화학공학을 했지만, 신구대 부임 초기에는 현장을 경험한 학생들과 서로 배움을 주고 받기도 하고 필름 기반 인쇄공정의 터잡기와 제판 실습을 위해서 감광액도 직접 만들어서 사용했죠. 

88년 올림픽 이후 국내 인쇄업계에 매킨도시가 도입되면서 이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새벽 학원을 다니면서 수업을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고가의 레이저 출력장비를 갖추고 대기업 사외보 제작 실습을 했는데, 이때 배웠던 학생이 지금은 디자인 실장으로 일하고 있지요.

육군인쇄창(현 국방출판지원단) 현장 근로자들을 위한 32명의 교외 학급을 만들어서 주 2회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수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20년 전 학교로 출퇴근 하기에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눈비가 많이 내리면 올라오지도 못했죠. 힘들었지만 학과장을 맡았던 시기에 받은 요청에 책임을 졌고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보람도 컸습니다.  

40 여 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쳐 오면서 모은 가장 큰 재산은 제자들입니다. 

고등학교 10년, 신구대학교 인쇄과 30년, 동국대학교 인쇄화상전공 대학원 20여 년, 중부대 대학원까지, 인쇄 각 분야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 하고 있는 학교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제자들을 생각하면 큰 기업을 운영하면서 부를 이룬 사람이 그리 부럽지 않습니다.

인쇄산업 발전을 위해서 산학은 각각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전체적으로 학령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에 학교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제가 항상 업계 분들에게 말씀 드렸던 것이 앞으로는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점점 더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이 때문에 문을 닫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우선 가장 필요한 것은 산학이 서로 더 관심을 갖고 인력 양성과 관련된 대화를 보다 자주 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지역별로 있었던 인쇄 관련 학과들이 거의 없어지고, 신구대학교만 남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현실적이면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바로 하나씩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제 보다 젊은 세대들로 채워진 신구대학교 교수진들과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고, 업계와 현장 맞춤형 커리큘럼을 늘려가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업계에서 신구대 졸업생들에 대한 기대가 크신 것은 알고 있지만 2년 혹은 심화 과정까지 인쇄를 배우고 현장에 나간 학생들에게 조금 더 나은 대우도 해 주시고, 단순 수주산업이 아닌 기술적인 비전을 갖고 이들을 함께 키워 나간다고 생각하시면 지금보다는 조금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구대학교 그래픽커뮤니케이션과 차원에서는 2학기부터 인쇄 관련 기업들의 도움으로 현장 실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렇게 학생들이 실제 현장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보다 많아지길 바랍니다.

대외적으로는 인쇄 관련 단체들과 함께 일반인들에게 보여지는 인쇄산업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활동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전공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그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와 이미지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제 인쇄산업은 빠르게 디지털화가 이뤄지고 있고 이전처럼 어둡고 더러운 현장보다는 밝고 디지털화된 장비들로 동선이 구성되어 있는 현장이 많아지고 있는데, 여전히 사회적으로 인쇄산업의 이미지는 어둡고 사양산업이라는 것들 뿐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변화한다면 훨씬 긍정적인 변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재임 기간 중 수도권 대학에 인쇄 관련 전공과 학과를 개설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올 봄 학기부터 1기 수업을 시작한 신안산대학교 스마트패키징과는 에이스기계 이철 대표이사께서 패키징 인쇄 기업 현장의 요청으로 오랜 기간 노력한 끝에 개설된 것으로, 전체적인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진행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며 1기들이 학과의 기초를 잘 다지게 되면, 보다 실무위주의 커리큘럼을 운영해서 유능한 현장 인력들을 배출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2004년도 동국대학교 인쇄화상전공 석사과정이 개설되는데 역할을 하고, 올해까지 18년 동안 이어오고 있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소재 대학에 인쇄 관련 석사 과정이 만들어지고 20여 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인쇄산업이 수도권에서 고급 연구 인력을 지속해서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을 가지고 있는 주요 산업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초기에는 워낙 여러 인쇄분야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원생들이 함께 있어서 수업의 난이도와 커리큘럼을 확정하는데 힘들었지만, 인쇄 부자재부터 장비, 제지까지 인쇄 전 분야의 대표 분들을 초빙해서 진행했던 특강을 통해 원생들이 다른 인쇄 분야를 이해하고, 서로 교류하며 이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협업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2, 3세대로의 승계가 이뤄지고 있고, 교수진들도 다음 세대로 바뀌고 있는 만큼 후배들이 어서 자리를 잡아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쇄업계와 관련된 다양한 일들을 맡아 오시면서 많은 분들과 함께 하셨는데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신구대 인쇄과 졸업 후 조교일을 했고, 동국대 인쇄화상전공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최덕진이라는 제자가 우선 기억 납니다. 워낙 성실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인정받았고, 지금은 동티모르 교육부 인쇄 분야 담당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신구대학교에 처음 부임해서 만났던 첫 제자들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겁니다. 워낙 어려서부터 봤기 때문에 아직도 40대 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첫 제자들이 50대 중반이 넘었더군요.  

개인적으로 마음 속에 큰 상처로 남아 있는 건, 함께 하셨던 오세웅 교수님께서 안타깝게 돌아가셨던 거에요. 그 분이 계셨다면 우리 인쇄 학계가 더 발전될 수 있었고, 저와 마음을 맞춰 많은 일들을 했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교수님께서 돌아가시고 학교와 업계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인쇄 단가 문제와 현장 환경 개선, 인력 양성 등은 40 여 년 동안 업계에서 반복되고 있는 문제들입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인쇄 업계의 모든 분들이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건 무엇입니까.

인쇄 업계에 계신 분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건 스스로 업계를 폄하하지 말았으면 하는 겁니다. 

어려움이 많다는 건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름부터 회사를 칭하는 ‘인쇄사’가 아니고 작은 장소를 의미하는 ‘인쇄소’라고 스스로를 낮추고 ‘인쇄 바닥은 이래서, 저래서 안돼!’라고 폄하하는 건 더 잘 해보겠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의지를 꺾을 뿐입니다.  

지금도 많은 인쇄인들이 어려움 가운데 있지만, 스스로를 폄하하기 보다는 서로 격려하고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퇴임 후 계획하시는 일들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공적인 부분을 먼저 말씀 드리면, 향후 5년 동안 동국대학교 인쇄화상전공 대학원 강의를 비롯한 기타 학교 활동들은 이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올해 40주년을 맞은 한국인쇄학회 기념행사를 관계자 분들과 함께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퇴임 이전부터 졸업한 제자들과 업계에 계신 분들께서 함께 일 해보자고 말씀 해주시기도 하고, 어떤 사업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조언해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퇴임 후에도 어려운 상황의 인쇄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학교가 가장 먼저였지만 이제는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겠죠. 곧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될 것 같습니다.

이제 인쇄 교육계의 원로로서 제 2의 인생의 막을 열어가고 있는 오성상 교수가 인쇄업계에 더욱 밝은 등불로 업계 발전을 위해 계속 기여해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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