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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계2023.07] 인쇄인으로 지켜야 할 자긍심과 지역 사회에 대한 책무 - 서울시소상공인특화산업협회 남원호 회장

_인쇄기술정보_/기술기고

by 월간인쇄계 2023. 9.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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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에 장교동에서 ‘꼬마’라고 불리는 인쇄사 견습공으로 인쇄업계에 발을 들였던 1978년부터 오늘날까지 인쇄인으로 긍지를 가지고 살아온 입장에서 오랜 기간 너무나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던 숙원사업인 서울메이커스파크와 인쇄스마트앵커 건립이 갑작스럽게 중단되고, 서울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에 따른 세운지구 재정비사업 계획이 발표되면서 인근에서 생업을 유지해왔던 인쇄인들이 내몰리는 위기에 처한 것을 보고 참담한 마음에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충무로 인쇄골목의 역사는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제강점기 중구 삼일대로에 ‘경성인쇄공업조합’이 설립되고 일본인들의 인쇄업체들이 밀집되면서 시작되었으며, 해방후 중구와 종로에 밀집했던 인쇄업체들은 6.25 전쟁을 겪으면서 많은 시설들이 파괴되었지만 세운상가에서 진양상가로 이어지는 상가단지 개발이 진행되고 이곳 상가들을 상대로 한 상업 인쇄물 전문 기업들이 모여들면서, 본격적으로 인쇄골목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이후 70~90년대를 거치면서, 오늘날 6천 여 인쇄 관련 소공인 기업들이 밀집한 국내 대표적인 인쇄 집적지로 성장했지만 시대를 지나오면서 여러 차례의 위기를 겪어 왔습니다.

1980년 장교동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인근 인쇄 관련 업체들은 예관동이나 을지로, 충무로 등으로 옮겨 와야 했고, 그동안 재개발이나 폐수와 분진, 소음 등으로 인한 민원 이슈로 인해 여러 차례 철거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중구에서 인쇄인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으며, 3군사령부 8지구 인쇄소에서 병장으로 만기 전역후 지금까지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 삶에 있어 많은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애정이 깊은 곳이기 때문에, 중부경찰서 청소년문화발전위원회 위원장, 2대 충무아트홀 후원회장, 중구청장 인수위원회 부위원장, 서울시 중구체육회 수석부회장까지 중구 관내에서 제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주어진 역할을 맡아 왔습니다.

지금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에 따른 세운지구 재정비사업 계획의 시작은 제가 서울인쇄조합 사업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던 2009년 발표된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이었습니다. 서울인쇄조합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대책 마련과 함께 중구, 서울시와의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게 됩니다.

당시 중구청의 입장은 도심 속 대표적인 노후건축물 가운데 하나인 세운상가에서 진양상가까지 이어지는 구역에 남북 녹지축 조성과 대규모 철거 재개발을 골자로 하는 세운재정비촉진계획과 더불어 중구인쇄산업특정개발진흥지구 지정을 위해서는 서울시의 승인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진흥지구의 활성화 계획을 담은 연구 보고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서울인쇄조합에서는 한국지방발전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맡기게 되고, 제가 이사장에 취임한 이후 이를 기반으로 중구, 서울시와의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었고 2017년 12월 중구 인쇄 특정개발진흥지구 인쇄산업진흥계획 수립안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서울인쇄조합 이사장으로 오세훈 시장부터 조은희, 권영진 부시장, 최창식 중구청장과의 논의에서 줄곧 강조해왔던 주자소터가 있는 예장공원에 인쇄박물관 건립, 스마트 앵커시설과 인쇄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인쇄지원센터의 건립과 관련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인쇄산업진흥계획 수립안에 담겨졌고, 여러 사람들의 지속적인 노력을 거쳐 2021년 11월 26일 중구청 잔디광장에서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서울메이커스파크·행정복합청사 착수보고 및 인쇄클러스터 착수식’이 개최된 것입니다. 

인쇄클러스터, 스마트앵커 건립 사업은 이미 착수되어 예산이 집행된 사업입니다.

중구 인쇄인 여러분들에게 가장 잘못 알려진 부분이 인쇄클러스터, 스마트앵커 건립 사업이 시작되지 않고 취소되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중구청 홈페이지에는 ‘충무로 인쇄골목을 서울을 대표하는 도심 5대 특화 제조업 집적지구 중의 하나로 키우겠다는 계획과 함께 3차원 프린팅 서비스 등을 적용한 첨단서비스산업의 중심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 등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특별시 중구는 충무로 인쇄골목에 맞는 맞춤형 도심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충무로 인쇄골목의 현대화와 첨단화를 위한 노력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충무로 인쇄골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구청에서 중구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구민들의 현저히 낮은 충무아트센터 이용률로 인해 효율적인 공공시설 재배치 필요성 대두에 따라 중구청 청사를 충무아트센터로 이전하고 도심산업 밀집 지역인 현재의 구청사 부지에는 도심제조산업 지원센터인 서울메이커스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적시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서울메이커스파크·행정복합청사 건립 사업은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와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고, 인쇄클러스터, 스마트앵커 건립 사업은 시행사가 SH공사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사와 문화재 발굴 조사도 마쳤으며, 5억원이 넘는 예산이 이미 집행된 사업이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수차례의 주민 홍보와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착수식까지 진행한, 이미 시작된 사업을 새로 취임한 구청장 인수위에서 서울시 도시정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사업 방향 재검토가 필요하고, 사업성 악화에 따른 구 재정부담 증가가 예상되며 충무아트센터 재건축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들로 사업이 보류된 것은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50년 가까이 중구에서 생업을 이어온 인쇄인이면서 서울인쇄조합 상업인쇄부회 간사장과 사업분과위원장, 서울인쇄조합 이사장, 서울인쇄센터 이사장,  대한인쇄기술협회 회장 권한대행, 서울시소상공인특화산업협회 회장까지 거쳐오면서 무차별적인 폰트 단속 문제 해결 방안 마련과 서울인쇄센터 교육 TF팀장으로 인쇄인들이 뉴미디어와 디지털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그래픽아트와 편집디자인, 컬러매니지먼트, 인쇄 표준화, CEO 강좌, 해외 수출지원 컨설팅과 해외수출 비즈니스 영어회화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구성, 시행하고 인쇄소공인특화지원센터 건립을 통한 지원사업 실시, 인쇄소공인들과 연관된 환경문제 관련법 개정 노력 등을 실천해 왔고, 무엇보다 중구 인쇄소공인들이 도심산업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인쇄산업지원센터인 인쇄스마트앵커 건립이라고 생각하고 오랜 기간 많은 분들과 함께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인수위의 보류 소식을 듣고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습니다.

만시지탄의 느낌이 들었지만 새로 취임한 서울인쇄조합 김윤중 이사장께서 지난 5월 대토론회를 통해 중구 인쇄인들에게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고 적극적인 대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되어, 대토론회 현장에 가서 이사장 재임 기간부터 지금까지 서울메이커스파크 조성 사업과 중구 인쇄 특정개발진흥지구와 관련된 방대한 양의 자료들을 조합에 전달했습니다.

서울인쇄조합에서는 오랜 기간 중구 내에서 협업을 통해 도심 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생업을 이어오고 있는 인쇄 소공인들이 지속해서 사업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중구청과 서울시, 관계 기관을 대상으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행정 소송도 불사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중구 인쇄소공인들도 대토론회에서 박은선 박사가 역설한 것과 같이 인쇄기술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보다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인쇄인들이 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도심 제조업이라는 인쇄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기업인으로서 가져야 할 지역과 사회에 대한 책무입니다.

지역에 속한 구성원이자 사회의 일원으로서 기업인이라면, 스스로 자리하고 있는 지역과 사회에 대한 기여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기업인으로서 당연히 수행해야 할 의무입니다.

인쇄인들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지역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해당 지역의 지자체나 정부에 기여할 부분이 있다면 먼저 나서서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서 지역과 사회의 일원으로 의무를 다하고, 지역민들과의 유대감을 높여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소음공해를 유발하는 사양산업이 아닌 지역과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인쇄인들이 당당하게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전국의 지역 인쇄조합에서부터 앞장서서 이를 실천해 주시길 바라며, 저 역시 50년 가까이 인쇄를 하고 있는 인쇄업 종사자이자 24대 서울인쇄조합 이사장을 역임한 선배 인쇄인의 한 사람으로 지역과 사회에 대한 기여 활동을 이어가면서 서울메이커스파크 및 인쇄스마트앵커 건립 중단과 서울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에 따른 세운지구 재정비사업 관련 문제에 대한 바람직한 해결 방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역할을 해 나갈 것입니다.

글_서울시소상공인특화산업협회 남원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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