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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계2023.05] 2023년에는 출판물 어떻게 제작할 것인가? - 제 3화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기, 출판인들의 Check Point

_인쇄기술정보_/기술기고

by 월간인쇄계 2023. 7.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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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은 트로트 열풍으로 뜨겁다. 돌리는 채널마다 트로트 방송이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남이 된다...’ 라며 열창을 한다. 

점 하나를 잘못 찍어서 패가 망신할 뻔한 사건이 생각난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충청도의 모 신문사가 대통령의 한자 표기 ‘大統領’에 실수로 점 하나를 더 찍었다. 큰 대 자가 개 견 자가 되면서 ‘犬統領’이라고 신문이 발간된 일이 있었다. 점 하나를 잘못 찍어 신문사가 폐간당할 뻔 했다.

신문사에서는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집배신 시스템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여러 기자들과 통신사에서 수신 받은 기사들을 편집장이 선별하여 면 별로 배정하고, 배정된 기사는 교정/교열 작업을 거쳐 오타를 수정한 후 신문에 실린다. 이때 오타가 발생하면 교열을 담당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즉 집배신 시스템의 사용은 잘못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준다. 

과거에는 이런 프로그램 설치에 수억 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중 하나는 ‘GitHub’이라는 서비스다.

사실 GitHub는 원래 개발자들의 협업과 코드 버전 관리를 위한 도구이다. GitHub을 사용하면 원거리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공동으로 작업할 수 있다. 그리고 전체 공정이 수정된 단계별로 정리되어 과거의 어느 특정 단계로 돌아갈 수도 있다. 전 공정에 누가 언제 어느 부분을 수정했는지 알 수 있다. 애플, 구글 개발자들은 물론 전세계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GitHub을 사용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요즘은 대학생들의 숙제도 GitHub으로 제출한다고 한다.

그런데 개발자를 위한 도구인 GitHub은 사실상 작가들에게도 매우 효율적인 도구이다.

GitHub는 작가와 교열자들이 쉽게 원거리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내용물이 변경될 경우 이전 버전들로 손쉽게 복구할 수도 있다. 이미 외국에서는 출판사와 작가들이 GitHub를 출판 도구로 많이 이용하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아 잘 사용하지 않고 있다.

몇 년 전 이 회사를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약 8조에 인수했다. 인수 후 더 많은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이 좋은 프로그램의 무상배포가 의아했으나 지금은 그들의 전략을 이해할 것 같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매년 MS오피스의 판매로 10조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수익이 점점 줄어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차세대 먹거리로 GitHub와 OpenAI사에 각각 10조원 정도를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GitHub을 무상으로 서비스하면서 전세계 프로그래머들의 소스코드를 자신들의 AI 학습자료로 사용했던 것이다. 얼마 전에는 코파일럿(copilot)이라는 개발자용 AI상품을 출시했다. ChatGPT와 유사하게 개발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유료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를 사용하면 개발 관련 서적을 볼 필요가 없어질 것 같다. 

이는 구글에서 이메일을 무료로 사용하게 하고 이메일의 내용을 분석해서 광고에 사용하던 방식과 유사하다. 곧 우리들이 무상으로 사용하는 자료가 그들의 돈벌이가 되는 것이다. 어쨌든 공짜로 문서를 관리 할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도 괜찮은 거래라고 생각된다. 

우리 주변에는 우리들이 잘 몰라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기술들이 널려 있는데 기존에 사용하는 방식들만을 고집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옵시디언(Obsidian) 

최근 사용하기 시작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옵시디언이라는 노트/메모 작성 프로그램이다. 기존의 많은 메모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그 기능면에서 단연 탁월하다. 특히 책이나 논문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적극 권장하고 싶다. 맥과 윈도우, 스마트폰 등에서 모두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는 정보가 너무 많다. 그러나 정작 필요할 때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어디엔가 적어 놓았는데 잘 찾을 수가 없다. 주로 폴더 방식으로 자료를 정리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는 찾기가 어렵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제2의 두뇌(Second Brain)라고 옵시디언 개발자들은 말하고 있다. 단순한 폴더 구조에 자료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파일에 양방향 연결고리를 만들어 저장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저장하면 마치 우리 두뇌에서 연결고리를 지어 기억하듯이 좀더 효율적으로 자료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1998년 작고한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은 자신만의 자료저장 방식을 사용해서 엄청난 양의 논문을 쓸 수 있었다고 하는데, 그 비결은 자텔케스텐(독일어로 카드 정리서랍이란 뜻) 방식이었다. 그것은 작성된 메모에 연결된 다른 카드를 쉽게 찾을 수 있게 정리해서 컴퓨터 도입 전임에도 방대한 양의 논문 자료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옵시디언에선 이런 방식을 사용하면서 획기적으로 효율적인 문서 관리가 가능하게 하였다. 여기에 수많은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오픈소스로 다양한 멋진 기능들을 추가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웬만한 웹사이트를 외부에 의뢰하지 않고도 구축할 수 있다. 즉 기존의 페이스북이나 네이버 카페 블로그 등을 이용했던 개인들이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웹에 쉽게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작가들은 자신의 전자책을 쉽게 제작 할 수 있다. 더불어 마크다운이라는 표준 입력 방식이 사용되고 있고 수학 공식도 쉽게 입력 할 수 있어 교육 시장에서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이 프로그램이 기존의 아래한글이나 워드를 대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obsidian.md 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음). 초보자들을 위한 유튜브 동영상들이 많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The Catheral and bazzar(대성당과 장터) 

1999년도에 나온 ‘대성당과 장터’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오픈소스라는 개발 패러다임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고 기억된다. 나아가서는 많은 스타트업 회사들이 만들어진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에릭 레이몬드는 대성당의 수도사들과 시장의 장사꾼들을 개발자들에 비유해서 이야기를 연다. 평생 갈고 닦은 기술을 가진 마에스트로, 수도사들과 대성당 앞 시장에서 장사하는 실력이 부족한 상인들. 수도사들은 대기업이 고용한 고연봉의 천재 개발자들이고 장터의 장사꾼들을 수 천명의 보통 개발자들 집단으로 비유한다. 고연봉 개발자들은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개발하지만 보통의 개발자 집단은 서로 내용을 공유하면서 공동으로 개발한다. 

이 책의 결론은 다수의 장사꾼 집단이 결국은 이긴다는 것이다. 거대 회사들은 막대한 투자 비용을 소모 해야 하는 반면, 일반 개발자들은 기꺼이 자신들의 시간과 재능을 기부하여 생긴 결과물을 공유해서 경쟁에서 이긴다는 주장이었다. 즉 오픈소스 개발 모델이 승자가 된다는 것이다. 이때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전세계를 정복하고 빌게이츠가 역사상 최대 부자로 등극한 상황이어서 과연 이렇게 될까 하는 의구심이 팽배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저자가 말한 대로 되었다. 지금은 대기업도 자신들이 모든 것을 개발하지 않는다. 오픈소스를 사용하지 않고는 경쟁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GitHub가 결정적 중요 도구가 되었다. 

소프트웨어를 잘 개발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이미 개발된 소프트웨어가 어디에 있는지를 잘 찾아내어 사용하는 것이 최선의 개발 방법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내가 개발하려고 하는 것을 잘 찾아보면 누군가가 이미 개발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여기에 합세해서 내가 원하는 기능들을 추가해나가는 방식을 채택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기존 산업 질서 파괴 

오픈소스는 우리에게 엄청난 변화를 가지고 왔다. 오픈소스의 영향을 받아 2~3명의 개발자들로 인해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스타트업 회사들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잠재되어 있던 불편함을 신기술들로 해결하면서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회사들이 여러 분야에서 생겨나고 있다. 금융, 상거래, 광고, 등등... 

에어비엔비(Airbnb)는 인터넷에서 민박집을 연결하는 기업이다. 3명의 청년들이 시작했고 창업한지 10여년 만에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힐튼호텔의 시가 총액을 추월했다. 각 지역 마다 빈방들이 널려 있지만 여행자들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100여년 동안 호텔 업종이 번창할 수 있었다. 에어비엔비가 생기면서 비싼 호텔의 대안이 생겼고 여행자들과 민박집들은 손쉽게 연결되어 새로운 시장 질서가 생겨났다.  

스타트업 회사들의 공통점은 기존 환경에서 불편한 점(Pain Point)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출판업계에서도 과연 이러한 기존 질서의 파괴가 일어날 수 있을까? 출판업계의 불편한 점들은 무엇인가? 나의 경험으로는 작가들의 편집 자동화와 종이책 제작 공정 등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작가들에게 편집, 인쇄, 판매공정이 어렵다 보니 전문가들에게 의존해야 하고, 이는 자신들의 수익 손실로 이어진다. 작가들은 스스로 책을 낼 수 없어 출판사의 채택을 기다려야만 한다. 그리고 출판을 하더라도 많은 작가들이 겨우 5% 정도의 인세를 받고 있다. 인쇄, 마케팅, 편집, 교정/교열 등등의 공정이 복잡하다 보니 많은 부분을 업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작가 스스로가 북치고 장구치고 하면서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에 출판할 수 있고 손쉽게 유통할 수 있는 솔루션만 제공된다면 출판 인쇄 편집 시장에도 기존 질서의 파괴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봉선화연정 

트로트 가수 현철이 ‘만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라며 열창을 한다. 현 출판 환경은 ‘만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상황이다. 모든 저변 환경이 지난 35여년 전과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35년 전에 머물러 있는 편집 도구만 제외한다면, 편집 자동 솔루션만 제대로 개발된다면 모든 출판 상황이 정말이지 톡하고 터질 것만 같다.

글_김민수[전 소프트매직 대표 / MIT 공대 전자공학과 졸업 / 1988년 한국에 첫 매킨토시 컴퓨터 도입 / 한국형 편집 시스템 개발 / 첫 한글 포스트 스크립 서체 개발(신명서체) / MLayout 편집프로그램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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