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산업의 트렌드는 충분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러한 트렌드를 만들고 이끌어 나가는 트렌드 메이커들이 있다. drupa 2024는 이러한 트렌드 메이커들이 총 집결된 무대였다. AI와 산업용 로봇을 위시한 자동화 솔루션, 숙련된 노동력 부족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과 기기,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한 최첨단 기술과 장비, 그리고, 글로벌 산업으로서 인쇄 산업이 이행해 나가야 할 지속 가능성에 대한 책임과 기여 방안 등 인쇄 산업의 글로벌 트렌드들이 적극 반영된 전시 테마를 중심으로 트렌드 메이커들은 지난 8년 동안 갈고 닦은 기술과 기자재의 마케팅과 영업을 유감없이 전개해 보였다.
한편, drupa 2024를 방문하기 위해 독일 메쎄 뒤셀도르프를 찾은 이들은 저마다의 미션을 갖고 8년 만에 개최된 전시회장을 활보했다. 전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에게는 글로벌 트렌드를 면밀히 살피고 빠르게 따라 잡는 일만큼, 지금보다 더 높은 수익성과 뚜렷한 비전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새로운 어플리케이션과 미래의 먹거리를 찾는 일이 시급했다. 현재 몸담고 있는 인쇄 산업이 향후 십 년, 이 십년 후에도 지속적인 운영과 투자 가치가 있는 산업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에 대한 명확한 확신이 필요했고, 산업 전반에 걸쳐 변환기와 전환기를 맞고 있는 현 시점에서 현재 가고 있는 방향이 최종 목표를 향한 올바른 길인가에 대한 재확인이 필요했다. drupa 2024는 이들에게 미래 인쇄 산업의 비전에 대한 확신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네비게이션을 제시했으며, 인쇄 산업 트렌드의 실태 조사에 최적화 된 테스트 필드가 되었다.
그럼 이제부터 인쇄 산업의 다채롭고 다양한 글로벌 트랜드가 drupa 2024라는 무대를 통해 어떻게 투영되었는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패키징 및 라벨, 인쇄 부문의 대세임이 확인되다.
오늘날 인쇄 산업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부문이라면 단연 라벨과 패키징 산업 부문이다.
전 세계 유수한 리서치 기관들은 인쇄 산업과 관련된 조사와 지표를 통해 이들 부문의 성장세가 앞으로 인쇄 산업의 미래가 될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들 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년, 아니 2050년까지 라벨과 패키징 인쇄 산업 부문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이, 삼 십년은 족히 라벨과 패키징 부문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얘기다. 이번 drupa 2024에는 이러한 시장 트렌드가 그대로 반영되었다. 패키징 관련 출품 업체 수만 헤아려 보더라도 지난 drupa 2016과 비교해 50% 이상의 성장세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방문객들로 붐비는 부스는 어김없이 패키징 관련 기자재를 전시하거나 패키징 산업과 관련된 전문가들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었다. 소비자와 브랜드가 견인하고 자본주의라는 시장 경제가 떠받치며 촉진하고 있는 패키징과 라벨 산업 부문이 인쇄산업의 대세임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하이브리드 솔루션, 기술과 성능, 장점만을 모아 탑재하다.
하이브리드, 동물이나 식물의 잡종, 혼종 또는 이종을 뜻하는 용어가 이제는 두가지 이상의 이질적인 기능이 합쳐진 것을 뜻하는 용어로 널리 쓰여지고 있다. 어느 한쪽의 기술력이나 단점을 보완해 완성도를 높인다는 의미로 비춰질 수 있는 용어이기도 하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만을 모아 보다 스마트하게 기술과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제품의 조합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번 drupa 2024에서는 유독 하이브리드 기술과 인쇄 기기가 많이 전시되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기들을 하나로 묶어 컨트롤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워크플로우, 오프셋과 디지털, 플렉소와 잉크젯, 스크린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인쇄기, 다양한 피인쇄체를 핸들링 할 수 있어 생산하고자 하는 제품에 따라 사양과 운영을 달리할 수 있는 시스템 등등 인쇄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롭게 선보인 기술과 기기들은 저마다의 장점만을 취해 새롭게 단장하고 있었다. 어느 한 것에 치우친 것이 아닌, 각 제품이 갖고 있는 특장점을 최적화해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보다 시너지 있는 생산과 운영을 가능케 하는 기술과 기기들이 대거 선보인 것이다.
인쇄물과 디지털 콘텐츠, QR 및 보안 기능으로 하나가 되다.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그리고 이를 혼합한 MR(혼합현실), 이 모두가 인쇄물과 결합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한 솔루션들이 이미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AR 기술이 실물 카드에, 동화책에, 패키지에, 브로슈어에, 그리고 보안 인쇄물에 여기 저기 촘촘하게 접목되어 있었고, 이러한 인쇄물들은 보다 부가가치 높은 인쇄물로 재탄생 되어 있었다. 패키지 하나만 보더라도 디지털에 익숙해져 있는 MZ에게는 QR코드에 핸드폰의 카메라를 켜 들이대는 일은 일상이다. 이들에게는 핸드폰 카메라 기능을 실행하기 위한 번거로움조차 아날로그 패키지 이면에 펼쳐질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궁금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감수해야 할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인쇄물을 매개로 한 디지털 콘텐츠에 더한 익숙함과 더한 관심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하튼 인쇄물은 분명 디지털 콘텐츠로의 관문이 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솔루션들이 drupa 2024를 통해 전시되었으며, 인쇄 산업의 영역을 보다 크게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구독 경제의 확산, 인쇄 산업 솔루션도 구독으로 가자.
일시불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매달 일정한 사용료를 지불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구독 경제의 정의이다. 신문을 구독해 보던 시대를 거쳐 넷플릭스나 디즈니, 유튜브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를 구독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구독 경제는 그리 낯선 개념이 아니다. 그리고 이미 인쇄 산업은 편집 툴의 기본인 어도비 인디자인과 포토샵,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 등이 하나로 통합된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를 사용하며 구독 경제에 입문해 있다. 비단 편집 디자인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PDF 변환용, RIP용, 워크플로우용, ERP 및 MIS용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리모트 설치 및 수리 서비스, 유지보수 서비스, 그리고 신기술과 제품을 익히기 위한 학습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이미 우리 인쇄 산업은 구독 경제에 충분히 익숙해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drupa 2024에 선보인 많은 기자재들은 구독 경제에 기반을 둔 서비스를 포함하고 있었다. 분명, 구독 경제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에는 장단점이 있다. 이를 소비하는 인쇄사들 또한 선택의 여지를 확보해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되는 이유이다.
디지털 인쇄기, 품질은 기본, 인쇄 포맷과 생산성까지 모두 잡았다.
drupa 2016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화로 가는 과도기를 투영하고 있었다면, drupa 2024는 한층 더 성숙 단계에 접어든 디지털 인쇄기들이 대거 출현, 더욱 더 가속화되고 있는 디지털 솔루션의 발전상을 담고 있었다.
디지털 장비의 데뷔가 시작된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품질, 인쇄 포맷, 그리고 생산성, 그 어느 하나도 오프셋 인쇄물이나 인쇄기에 눈과 손이 익은 인쇄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없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품질은 이만하면 됐는데 싶으며, 속도가, 속도는 이만하면 됐는데 싶으면 인쇄 포맷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고자 하는 인쇄사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이번 drupa 2024에서 선보인 다양한 디지털 인쇄기들은 품질은 기본으로 장착, 인쇄 포맷과 생산성까지 아날로그 인쇄기를 대체할 만한 전투 태세를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B2사이즈를 기본으로 하는 토너 기반의 디지털 인쇄기는 물론, B1 사이즈의 잉크젯 인쇄기는 더욱 안정된 운영 시스템과 생산성으로 인쇄산업의 디지털화를 리드하는 대표주자로 부상하고 있었다.
오프셋 인쇄 제조사와 디지털 인쇄사, 서로 손을 맞잡다.
지난 2004년 하이델베르그는 넥스프레스 디지털 사업을 코닥에 인수시키며 디지털 사업보다는 오프셋 기술 개발에 전념하겠다는 듯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2016년 후지필름의 삼바 잉크젯 헤드를 탑재한 프라임파이어106(Primefile106)을 비롯해 리코의 토너 기술이 탑재된 라벨 전용 디지털 인쇄기인 버사파이어(Versafire), 그리고 4D 인쇄를 위한 옴니파이어(Omnifilre)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련의 디지털 장비를 선보이며 디지털 인쇄 부문에서의 리더십을 발휘해 보였다.
2020년, 프라임파이어106의 단종을 발표로 하이델베르그는 주력 제품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내세웠으나, 이번 drupa 2024에서는 캐논과의 전격 파트너십을 발표하며 다시금 디지털 인쇄 부문에 투자를 감행했다. 하이델베르그 뿐만 아니라 코닉앤바우어 또한 더스트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접이식 상자용 패키지 인쇄를 위한 베리젯 106(VeriJET 106)을 비롯해 골판지용 델타 SPC130(Delta SPC130)과 코루젯 170(CorruJET 170) 디지털 인쇄 장비를 공개, 디지털 인쇄기 부문에 적극적인 진출을 알렸다. 전통적인 아날로그 인쇄기 제조사의 디지털 인쇄 부문으로의 진출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으나 본격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는 인쇄 산업에 있어서는 지금이 바로 최적의 타이밍이 아닐까?
노동력 절감, 아니, 숙련된 오퍼레이터의 대안을 찾다.
출품 업체 어디서도 노동력 절감이라든가 이에 따른 수익 증대에 대한 마케팅 메시지를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노동력 절감이란 말은 금기어이다시피 했으며, 모든 업체들은 숙련된 인력을 구하기 힘든 이 난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준비한 최적의 솔루션을 자신 있게 제공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저마다의 기자재가 숙련된 노동력을 구하기 힘든 시대적 상황을 적극 반영해 개발되었다는 것을 어필한 것이다. 워크플로우를 자동화하기 위한 소프트웨어가 됐든, 콘솔에서 모든 기기의 작동을 자동으로 할 수 있는 인쇄 장비가 됐든, 기존의 공정을 하나 둘 감소시켜 전체적인 작업 공정을 간소화 했든, 더 이상 노동력 절감을 기반으로 한 수익 증대의 모델이 아니다. 숙련된 노동력을 구하기 힘든 인쇄사들의 니즈를 반영한 개발 및 공급업체들의 배려이자 지원인 것이다. 자동화와 AI가 탑재된 솔루션은 인력 부족은 물론 높은 역량이나 숙련도를 보유한 오퍼레이터에 대한 의존도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인쇄의 어떤 공정이 인간이 갖고 있는 역량을 가장 잘 반영해 적용될 수 있는 공정인지에 대한 답을 찾을 때가 왔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워크플로우 솔루션, 이젠 정말 제대로 된 실력 발휘의 시대가 왔다.
워크플로우, 작업의 흐름이다. 그리고, 워크플로우 솔루션은 인쇄 작업의 흐름을 최적화 해 최적의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이다. 그 동안 인쇄 산업에 있어 워크플로우 솔루션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솔루션의 혼재로 인한 디지털화의 어려움이라든가 오픈시스템의 부재로 인한 전체적인 통합의 어려움 등으로 제대로 된 워크플로우의 실력발휘가 어려운 현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인쇄 작업을 효율적으로 통합해 관리하고자 하는 인쇄사들의 니즈는 지속적으로 증대해 왔다. 기기를 공급하는 업체들 뿐만 아니라 전문적으로 워크플로우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들에게 있어 이번 drupa 2024는 제대로 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첫 무대가 되었다. 실제 현업에 효용성을 높여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들이 인라인으로 통합된 공정에 탑재 되었거나, 그 동안 클로즈 시스템으로 각기 다른 제품이나 솔루션을 하나로 관리하는데 걸림돌이 되었던 시스템들이 오픈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 되어 선보였기 때문이다. 보다 스마트하게 생산 시스템을 통합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솔루션들이 드디어 등장한 것이다.
완성도 있는 잉크젯 기술, 인쇄산업의 주류로 디지털 인쇄의 도약을 꿈꾸게 하다.
인쇄 산업을 리드할 차세대 인쇄 기술로 대두되고 있는 잉크젯 기술은 drupa 2024를 통해 더욱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어떤 피인쇄체든 인쇄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잉크젯은 그 동안 수 많은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왔으며, 인쇄 산업 시장에서 그 가치를 키워왔다. 연속 공급지 시장을 필두로 필름, 유리, 세라믹, 가죽 등 다양한 피인쇄체에 다양한 상업용 및 산업용 인쇄물을 생산해 온 잉크젯 기술은 소량 다품종 인쇄는 물론, 이제는 산업용 라벨, 생산성을 요하는 출판 및 상용 인쇄에도 적합한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수 많은 디지털 장비 제조사들은 저마다의 속도, 포맷, 잉크젯 헤드 유형, 잉크, 건조, 피인쇄체 등을 조합, 모듈화 된 장비를 대거 소개했다. 잉크젯 기술의 혁신을 거듭하며 미국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코닥, 나노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미래 인쇄 산업의 주류는 디지털 인쇄라 공표한 란다, 자체적인 잉크젯 헤드 기술 보유로 다채로운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교세라, 더스트, 리코, 멤젯, 엡손, 자르, 코니카미놀타, 후지필름 등은 잉크젯 인쇄 산업의 파이를 더욱 크게 키워나가고 있다. 디지털 인쇄가 인쇄산업의 진정한 주류로 부상할 기반을 차곡차곡 마련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인쇄와 후가공, 통합 인라인으로 이어지다.
지난 해 헝클러를 전격 인수해 명실공히 제일의 글로벌 후가공 기업으로 부상한 뮬러마티니를 비롯해 콜버스, 바인덱스(BindEX), 호리존, 테크나우 등 글로벌 후가공 전문 기업들은 이번 drupa 2024를 통해 니어라인에서 인라인으로 이어지는 워크플로우 완성에 큰 도약을 일궈냈다. 한층 더 스마트화 되고 한층 더 자동화 된 솔루션을 선보이는가 하면, 각기 다른 시스템을 통합해 하나로 운영할 수 있는 오픈 워크플로우 솔루션을 탑재해 인쇄사는 그 선택의 폭을 더욱 확대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한번에 처리하기 어려웠던 각기 다른 포맷의 소량 인쇄물을 손쉽게 인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가 하면, 디지털 인쇄 속도에 버금가는 접지 및 제책 속도로 더욱 높은 생산성을 확보가 가능해진 것에 이르기까지 그 동안 인쇄 공정의 병목현상으로 여겨졌던 후가공 공정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인쇄 산업의 스마트 팩토리화가 더욱 빠르게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EFI가 전격 공개한 팩사이즈 EFI X5 노조미(Packsize EFI X5 Nozomi)는 패키징 인쇄 또한 디지털 인쇄와 인라인으로 결합된 후가공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자동화를 구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해 보였다.
중국 기업들의 약진,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다.
지난 drupa 2016에서만 하더라도 중국 출품업체들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았다. 중국이라는 내수 시장에서의 큰 성장세로 굳이 해외시장 진출이란 무리수를 두지 않아도 충분히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의 인쇄 산업은 2000년 이래 지난 근 20년 동안 쉬지 않고 성장해 왔고 매년 10%를 웃도는 성장세로 기염을 토해왔다. 실제 중앙 정부의 탄탄한 지원과 함께 엄청난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내수 시장 시장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높은 수익을 실현해 오는 것이 그리 어렵진 않았다. 그러나 무소불위로 성장세를 이어가던 중국의 내수 시장은 전체적인 중국 경기의 침체로 하락세를 맞게 되었으며, 코로나19의 발현으로 중국의 인쇄 산업은 그 어느때 보다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리게 된 중국 제조사들은 그 어느때 보다도 공격적으로 drupa 2024를 준비했다. drupa 2024 전체 출품 업체 가운데 25%이상이 업체들이 중국 기업이었으며, 가장 많은 출품 업체를 낸 국가였다. 후가공 전문 기업인 바인덱스(BindEx)를 비롯해 호다(Horda), 아텍스코(ATEXCO), 한글로리(Hanglory), 크론, 리본, 파운더, 광동주롱 등 여러 중국의 기자재 업체들의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다져 새롭게 데뷔하는 무대가 되었다.
인쇄 산업 공정의 자동화, 산업용 로봇과 AI가 이끈다.
인쇄 산업의 인력 부족에 대한 잠재적인 해결책 가운데 하나는 기기의 자동화를 꼽을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해결책에 대한 답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대형 인쇄사들이 무거운 용지나 인쇄물의 이동과 적재를 위한 자동 로봇을 도입한 지는 이미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로봇으로 해결 할 수 있는 인쇄 공정을 사람이 담당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었기에 그 동안 인쇄 산업 공정의 자동화를 위한 로봇 개발이 빠르게 전개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수요가 많지 않았기에 이에 대한 투자도 미미했을 뿐더러 개발도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 더디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쇄사의 대형화와 인쇄 공정의 디지털화, 그리고 인력 수급의 어려움 등은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높였으며, 산업용 로봇의 도입을 가속화 하고 있다.
비단, 사람이 하기 힘든 공정에 국한되었던 로봇 공학의 적용은 이제 인쇄 전 공정의 자동화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물리적인 힘이 필요하기 보다는 사람의 인지 능력을 요하는 자동 조색이나 자동 검수에 이어 이제는 디자인과 컬러매니지먼트, 그리고 최적 생산 방식의 자동화 또한 AI기술에 힘입어 가속화 되고 있다.
국내 제조사,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재확인하다.
국내 제일의 디지털 잉크젯 장비 제조사인 딜리와 DGI로부터 시작해 국내 양대 잉크 제조사인 대한잉크와 동양잉크, 그리고 후가공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일찌감치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한 에이스기계와 대호기계에 이르기까지 drupa 2024에서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을 누비고 있는 국내 제조사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한편, 종이컵 생산장비 전문 제조사인 현진과 에이스팩 및 퓨처팩, 절곡기 전문 제조사인 YWDS, 초정밀 절단 및 절곡기 전문 제조사인 서울디앤에스, 사무기기 제조사인 카피어랜드, 라미네이팅 필름 전문 제조사인 케이라미, 광고, 인테리어 및 특수 필름 생산 전문 제조사인 코인텍 등 여러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방문객들을 맞았다. 이들 기업들은 수 십년 간 쌓아온 기술력과 영업력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과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선전했다.
대한잉크는 라미네이팅을 대신할 수 있는 친환경 코팅제를 사용해 개발된 제품을 협력업체를 통해 소개했으며, 지속 가능한 인쇄 산업에 기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인쇄산업의 지속 가능성, 아직까지는 무늬만 보였다.
인쇄 산업의 글로벌 트렌드 가운데 하나는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지속 가능성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이 삶의 터전으로 삼는 환경과 생태계 또는 공공으로 이용하는 자원 따위를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적 또는 경제, 사회적 특성’이다. 기업이 경제적, 환경적, 그리고 사회적 과제에서 미래 세대의 요구를 저해하지 않고 현재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으로 지속 가능성을 정의한 존 엘킹톤(John Elkington)씨의 TBL(Triple Bottom Line-Profit, People, Planet) 경제 개념에서 온 것이다.
drupa 2024를 통해 수 많은 기업들은 지속 가능성에 부합하는 기자재를 개발, 제조, 공급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그 어느때 보다 강조했다. 그리고 현재 진행중인 개발과 앞으로 출시될 제품 또한 지속 가능성에 기여하고자 하는 기업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했다. 생분해 가능한 피인쇄체, 솔벤트 및 유해 화학 물질의 함유량을 낮추거나 제외한 잉크 및 용제, 그린이나 친환경이란 용어를 필두로 보다 슬림화 된 생산 공정, 인쇄 산업을 보다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요구되는 기술, 최소한의 탄소발자국으로 인쇄물 생산이 가능한 기기 등 정말 다양한 기술과 기자재들이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소개되었다. 기업이 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해 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하고 아끼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는 충분히 drupa 2024를 통해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위한 노력이 우리 인쇄 산업 내에서 얼마만큼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인쇄 산업에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노력을 논할 때마다 배출되는 탄소배출량으로 그 기준을 삼고 있지만, 아직 인쇄물의 전체 라이프 사이클에 걸친 세부적인 정량적인 계산은 요원하다. 국제표준화기구의 그래픽기술위원회의 노력이 뒷받침 되고 있으나 전문가들의 노력 만큼이나 산업계 각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의 노력이 함께 뒷받침 되어야 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복잡하게 얽힌 이익 관계나 기업으로서의 이윤 추구 등은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 할 수밖에 없는 현실로 비지속 가능한 상황을 용납할 수밖에 없다. 환경을 저해하고 파괴하는 제품과 공정을 이율배반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지속 가능성이 요구되는 만큼 지속 가능한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혁신적인 개발이나 제품, 우리 개개인을 포함한 소비자의 지속 가능한 소비가 함께 요구되는 까닭이다. AI가 가져다 주는 편리함과 미래의 발전상도 있지만 당장 그 데이터 센터를 짓고 가동하기 위해 소비되는 전력을 생각한다면 AI를 기반으로 하는 인쇄 산업의 자동화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무늬만 지속 가능한 산업 보다는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해 나가기 위한 고찰이 필요한 때이다.
모든 것은 인쇄로부터 시작된다.
drupa 2024는 우리 생활의 모든 것은 인쇄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우리 일상의 의식주 가운데 많은 부분이 다양한 인쇄술이 적용되어 제작된 인쇄물로 가득하며, 지구상에 인간이 존재하는 한 이러한 인쇄물의 소비는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안겨다 주였다. 인쇄물을 제작하는 방식이나 소재, 형태, 기능 등은 인쇄 산업의 트렌드가 변화와 같이 바뀌어 나갈 수 있으며, 이러한 인쇄물의 소비 패턴 또한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류의 역사가 다하는 날까지 인쇄 산업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인쇄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이들은 지금 현재 우리가 서 있는 이 시점이 인쇄 산업의 변환기이자 전환기라 말한다. 어떠한 변환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구상은 인쇄인들의 선택에 달렸다. 기술과 제품의 트렌드 메이커는 기자재를 공급하는 업체일지 몰라도 인쇄 산업의 전체적인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는 이는 바로 인쇄인들이다. 인쇄인들의 니즈가 이들 업체의 새로운 기술 및 제품 개발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drupa 2024는 막을 내렸지만 이제 인쇄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선택과 집중은 인쇄인들의 몫이다. 다음 drupa 2028까지 인쇄인들이 그려 재정립 해 나아갈 인쇄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가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