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자인의 활용이 인쇄 고부가가치 창출의 방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다양한 디자인 도구 중에서도 활용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캘리그래피(손멋글씨)에 초점을 맞추어, 국내 캘리그래피 제작 현황과 효과적인 활용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전문가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에 지난 호에 소개된 손글씨 전문회사 필묵 김종건 대표에 이어 이번 호에는 홍익대학교 광고홍보대학원 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해인기획(www.haingraph.com)류명식 대표이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먼저 두 전문가들은 “다양성을 요구하는 현 시대의 수요 트렌드에 맞추어 한글을 자유스럽게 표현하는 캘리그래피의 디자인 활용이 증가”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이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을 제작할 수 있도록 전문가의 육성을 비롯해 기반 확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더불어 류명식 대표이사는 창작자의 저작권 보호와 인쇄사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캘리그래피 폰트화 작업에 공개념을 적용시켜야 한다고 설명하며 “인쇄 산업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감성과 한국의 아름다움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디자인의 연구와 적용이 더욱 필요하다”고 밝혔다.
Q 최근 한글에 디자인적인 요소를 강화한 캘리그래피(손멋글씨)가 상업과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되고 있습니다.
A 기존에는 폰트를 주로 사용했는데, 아시다시피 영문 알파벳에 비해 한글 폰트의 수는 매우 부족합니다. 즉 다양성을 추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디자인을 강조하는 현 추세에 맞추어 손글씨에 멋을 더한 캘리그래피의 사용이 활발해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그 동안은 캘리그래피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약하기 때문에 대중스타의 이름을 빌려 캘리그래피를 많이 만들고 활용했는데 개인적으로 이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폰트 회사의 입장에서는 상업성을 생각해야 하니 이러한 방식을 채용했겠지만, 과연 완성도가 높은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시대에 맞추어 보다 완성도와 활용도를 높인 캘리그래피 작품이 많이 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 이와 더불어 인쇄 분야에서도 캘리그래피의 활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앞서 밝혔듯이 책 표지와 포장, 상품, 방송 프로그램 타이틀 등 다양한 분야에 캘리그래피가 적용 되며 저변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인쇄 분야 역시 마찬가지인데 한가지 생각해 보아야 하는 점이 현재 캘리그래피는 일러스트레이션처럼 이미지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인쇄 분야에 캘리그래피가 더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폰트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저희도 캘리그래피가 필요할 때에는 전문 작가에게 특정 단어와 문장을 의뢰해 그에 적합한 작품을 받고 제작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떠한 조합에도 활용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자유롭게 인쇄 작업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캘리그래피의 폰트화 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디자인과 서예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작가들이 좋은 글자꼴을 많이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는데, 앞으로도 더 개발해 나가 저변을 확대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캘리그래피의 폰트화 작업에 있어서 비용이 매우 많이 들어갈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A 이를 위해서 캘리그래피 폰트에 공개념을 도입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나열 방식의 영문 알파벳에 비해 한글은 모아쓰기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서체와 폰트 개발을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서체 창작자가 노력을 보상 받기 힘든 구조이며 현재 서체 가격 문제와 사용에 대한 제한, 저작권으로 인해 인쇄 업계와의 마찰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체는 저작권이 당연히 보호되어야 하는 문화상품입니다.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게 되면 사용자 입장에서 높은 비용이 부담될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공개념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국가나 지자체, 대기업, 신문사 같은 경우 저작권 제작 비용을 계산하고 글자 전용 서체를 일반에 공개해 손쉽게 사용을 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캘리그래피 폰트에도 공개념을 적용시켜 창작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 지고 사용자는 부담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한글날 행사에도 참여하시는 등 한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깊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세계적인 언어 학자들이 한글을 분석, 연구한 뒤 디지털 시대로의 빠른 적응과 간단한 조형요소를 통한 높은 활용성, 음성문자의 과학적 구조 등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동의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선조가 만든 위대한 유산인 한글을 후손이 잘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0월 9일 566돌을 맞이한 2012년 한글날 기념식 행사에 다녀왔는데 기술과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글이 활용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렇듯 인쇄에서도 디자인을 활용해서 한글을 문화상품으로 계승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은 이미지를 넘어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주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때문에 한글을 기반으로 우리나라의 디자인, 인쇄 산업도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보며 이를 적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KIPES 2012 국제컨퍼런스 ‘인쇄사업을 위한 성공전략 노하우’에서 디자인의 활용을 강조하셨습니다.
A 디자인은 인쇄물에 목적과 내용을 부여하고, 인쇄는 이를 다량으로 복제하기 때문에 절대 떨어질 수 없습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컴퓨터가 도입되면서 디자인 방법이 아날로그에서 DTP(Desktop Publishing)라고 하는 디지털로 바뀌며 인쇄의 프리프레스 분야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또 하나 눈 여겨 볼 점이 인쇄가 고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근 비용이 저렴한 e-book과 온라인 매체로 정보 위주의 인쇄물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와 차별화 되게 인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정보 전달이 아닌 감성을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을 보다 특화 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앞으로 디자인의 활용이 더욱 부각될 것입니다. 더불어 이러한 디자인 인쇄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도전 정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들은 혁신적인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인쇄사에서는 기술 쪽에서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까다롭고 어려운 작업이라고 기피할 것이라 아니라 도전해 자신의 노하우를 쌓으면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자신만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디자인 특화 제품을 기반으로 수출 활동을 전개하고 계심을 밝히셨습니다.
A 점차 국가와 민족이라는 경계의 의미가 약화되고 하나의 글로벌 시장이라는 개념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와 문화 영역에서 두드러지고 있는데 국내 인쇄산업도 글로벌 시장에 나아가기 위해 경쟁력을 제고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입니다. 이 때 우리만의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외국 스타일의 모방? 아닙니다.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 세계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한국인의 감성을 최대한 한국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제품을 제작하는 스타일이나 재료, 제책 방법에 있어 선조들의 문화 유산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Q 현재 대학원 강의와 해인기획, 해인인쇄기술연구소 운영 등 바쁜 일정을 보내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우리나라는 무구정광대다라니경으로 대표되는 목판인쇄물과 직지로 대표되는 금속활자인쇄술 등 우수한 인쇄와 활자 문화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조선시대에 이르러 꽃을 피웠는데 안타깝게 일본의 침략에 의해 단절되었습니다. 때문에 제가 현재 하고 있는 활동들은 우수한 우리 인쇄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를 계승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목표 아래 이루어 지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선조들이 시대의 혁신을 이루어 냈듯이 후손인 우리도 그것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앞으로도 인쇄문화의 꽃을 다시 한번 피우기 위해 노력을 다할 예정입니다. 이에 정년이 끝날 때까지는 후학 양성에, 정년 이후에는 해인인쇄기술연구소 활동에 매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취재_글_이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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