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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계2023.03] 2023년에는 출판물 어떻게 제작할 것인가? - 제 1화 출판 편집 역사의 변화

_인쇄기술정보_/기술기고

by 월간인쇄계 2023. 6.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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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전자 출판이 시작된 지도 어언 35여년이나 되어간다.

전산 사식기로 본문을 출력하고 글씨가 큰 제목은 사진식자기로 찍어내서 라이트 테이블에서 풀로 따붙이기(대지바리)를 하던 시대로부터, 그 35년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그때는 사진식자기 식자공이 미혼 여성들에게 약사 다음으로 꼽힐 정도로 인기있는 직업이기도 했다. 

이후 매킨토시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전자출판 시대가 시작되었다. 약 5~6년 사이에 충무로의 3,000여개 제판업체들이 문을 닫고, 대신 300여개의 출력업체들이 새로 들어섰다. 이전에는 국내에서 수 백여 곳에 불과했던 출판물 제작 가능 업체들이 전자 출판이 도입되면서 몇 만개로 크게 증가했다. 벼룩시장, 각종 상품 카탈로그 등 이전에 없었던 무가지들이 쏟아 나오고 수많은 잡지사, 출판사들이 새로 생겨났다.

예전에는 일반적으로 광고 회사들이 하와이 배경의 수영복 모델 사진을 얻기 위해 하와이 출장을 가야 했지만, 앞서가는 광고 회사들은 시간당 백만원씩 주고 대형 컴퓨터(약 10~20억 이상의 컴퓨터)를 이용하여 하와이 배경 사진과 모델 사진을 합성 해주는 업체의 도움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포토샵이 등장하면서 이들 또한 충무로에서 사라지게 된다. 물론 사진 합성을 하려고 밤을 새우며 컴퓨터로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했지만…

‘누끼녀’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사진에서 인물이나 상품의 배경을 따내는 작업, 즉 아웃라인을 따내는 작업을 일본말로 누끼라고 하는데 이 작업만 전문적으로 하는 여자 직원들을 ‘누끼녀’라고 부르기도 했다. 수많은 작업자들이 수동으로 포토샵을 사용해서 상품 카타록에 사용될 수천 개의 제품 사진 배경을 분리하는 작업을 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의 사진앨범 앱에서도 1초 이내에 이런 작업들이 가능하지만 말이다.

그 당시 출판물 제작 방식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글의 입력은 워드 프로세서 즉, 아래한글이나 워드로, 사진 수정은 어도비 포토샵, 일러스트레이션은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 그리고 마지막 종합 편집은 쿽(QuarkXpress)으로 하는 방식이다. 이때 작가들이 워드로 입력하고 디자이너들은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로 편집을 하고 레이저 프린터로 초본을 제작하여 작가들과 교정·교열 작업을 반복하는 방식이었다.

35년이 지난 지금도 바뀐 부분은 별로 없다. 바뀐 점은 

  1. 맥에서만 작업하던 것이 윈도우 환경으로 바뀐 것
  2. 쿽(매킨토시용 편집 전용 프로그램)에서 인디자인으로
  3.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로 하는 그래픽 작업은 그대로
  4. 포스트스크립트에서 PDF로
  5. 레이저 프린터 출력물로 하는 교정·교열에서 PDF로 교정·교열 

 

그러나 주변 환경은 너무나도 많이 변했다. 어느 순간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서 인쇄업계는 커다란 쓰나미를 맞이하게 된다. 광고물이 인터넷 매체로 옮겨가면서 인쇄물의 물량자체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결합되면서 이에 대한 여파는 인쇄업계에 더욱 치명적인 악영향으로 다가왔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무가지를 들고 출퇴근 하던 시절에서 지금은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며 출근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35년 전에는 획기적이라고 여겨졌던 편집 기술들이 지금은 타 매체의 제작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대부분 35년 전 개발된 기술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지금의 편집공정은 너무 비효율적이다.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편집 방식이 인쇄물 증가를 막는 결정적인 병목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 난관을 어떻게 뚫고 나갈 것인가? 어쩌다 지난 35년 간 아무런 대책이 없었나? 왜 이런 상황이 발생 하게 되었나?

그동안의 대안과 한계점

20여년 전으로 돌아가 이런 환경이 발생하게 된 원인부터 따져보자. 쿽 전성기에 쿽은 ‘조폐 공장’이란 별명으로 불리웠다. 주주가 두 명인 개인 회사가 그 당시 10여 년간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냈다가 어도비사가 PDF라는 새로운 기술을 내놓으면서 한동안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현금이 두둑했던 쿽익스프레스사가 어도비사의 적대적 인수를 시도했다.

극적으로 적대적 인수를 막아낸 어도비사는 쿽익스프레스사의 경쟁제품 인디자인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복수극에 나선다.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끼워팔기, 윈도우 환경에서 작동되는 제품 출시, 무료 제공 등의 전략으로 시장 장악에 나섰다.

어도비사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PDF 기술이었다. 맥에서는 운영 체계상에서 PDF 기술을 기본 제공하여 주었지만 윈도우 환경에서는 이런 기능이 지원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도비는 윈도우 환경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도비는 맥 환경에서 윈도우 환경으로 옮기는 것에 총력을 쏟았던 것 같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임원을 사장으로 임명하고 마이크로소프트사와 밀회 관계를 유지하면서 말이다. 쿽사도 윈도우용 제품을 출시하기는 했으나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면서 결국은 시장 우월적 지위를 빼앗겼다.

이때 수많은 전자출판 프로그램 개발업체들이 대부분 포기하고 만다. I.B.M. 마이크로소프트, 코렐, 삼성, 휴먼 등등… 여러 회사가 시도했지만 아무도 어도비의 장벽을 넘을 수가 없었다.

인쇄물의 표준이 되어버린 PDF를 어도비만의 전유물로 그냥 두기에는 타회사들에게 너무도 큰 타격이 되었다. 이러한 어도비의 독주를 막기위해 여러 기업들이 연합하기 시작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여러 기업들이 어도비 고유 기술인 PDF에 대응하는 새로운 문서의 표준을 개발하기로 결의한다. 

이런 노력으로 첫 번째로 탄생된 제품이 TrueType이라는 서체 표준이다. 그리고 본적적으로 PDF 대안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하던 어도비에 비상이 걸린 것도 이때이다. 대세를 파악한 어도비는 연합군과 타협을 시작하고, 결국은 어도비의 PDF 기술을 공개하기로 합의하기에 이른다. 이를 통해 지금은 PDF를 누구나 쉽게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오래 흘렀고 그 누구도 편집 프로그램을 다시 개발하겠다고 하지않았다. 그 결과 어도비사의 독점 체제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예전부터 최근까지 여러 업체들이 편집 방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의 한 가지로 웹투프린트를 들 수 있다. 웹투프린트란 인터넷 브라우저를 사용해서 온라인 상에서 편집을 하는 방식을 말한다. 사전 제작된 디자인 템플릿에 내용물을 선택하고 내용만 바꾸어서 편집하는 방식이다.

국내 온라인 기반 합판업체나 디지털 인쇄 업체 등에서 사용하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미국의 VistaPrint, 호주의 Canva라는 회사가 이러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웹투프린트 솔루션들의 한계점은 비교적 단순한 명함, 현수막, 포토북 등의 편집물은 제작이 가능하지만 작고 복잡한 편집물을 제작하기에는 적합하지 못하다는 것이 한계점이다. 사전 제작된 템플릿의 수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복잡한 디자인을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한 페이지에 제목, 부제목, 설명박스 개, 그림 등 의 5개 요소로 구성된 광고물을 제작하려면 이들의 조합이 무수하게 많아진다. 1개의 요소에 변수가 5개라고 가정한다면 5×5×5×5×5 = 32,000개의 조합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많은 디자인 템플렛이 필요하기 때문에, 약 20~30개 템플릿 중 선택하라고 하면 비슷한 디자인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어 결국은 상품성이 떨어진다. 시간이 급하고 디자인이 별 문제가 되지 않은 개인용으로는 사용하겠지만 상용화를 하기 위한 디자인으로는 상품성이 떨어져 이런 방식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좀더 복잡한 형태의 출판물들을 생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출판사들은 여전히 인디자인과 편집 디자이너를 통한 기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다음 호에서는 새로운 기술들과 편집 자동화를 위한 솔루션들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자.[다음 호에 계속]

글쓴이_김민수[전 소프트매직 대표 / MIT 공대 전자공학과 졸업 / 1988년 한국에 첫 매킨토시 컴퓨터 도입 / 한국형 편집 시스템 개발 / 첫 한글 포스트 스크립 서체 개발(신명서체) / MLayout 편집프로그램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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