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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계2023.04] 2023년에는 출판물 어떻게 제작할 것인가? - 제 2화 종이 인쇄 편집 과정에서도 표준 문서 형태가 필요한 이유

_인쇄기술정보_/기술기고

by 월간인쇄계 2023. 6.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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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5년간의 편집방식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WYSIWIG(위지위그)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What You See Is What You Get’이라는 문장의 앞 글자를 축약한 것으로, 즉 ‘컴퓨터 화면에서 보이는 대로 출력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당시에는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라이트 테이블에서 대지바리(따붙이기)하던 상황에서 컴퓨터 화면상에서 인쇄물의 서체, 크기, 색 등의 출력상태를 직접 보면서 편집하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컴퓨터 화면에서 보이는 대로 출력이 된다는 말은 디자이너가 마지막 책임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즉, 모든 내용물을 디자이너가 마무리해야 한다는 말이며 이는 디자이너가 최종 병목이 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일반인들은 이런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디자인 전문가 집단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이런 디자인 인력이 없이는 편집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고 디자이너들의 작업 내용이 새로운 디자인을 하는 창조적인 작업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경우 단순 반복 작업이다. 단순 반복 작업이지만 다른 사람은 건드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렇게 편집 작업이 편집 디자이너라는 특정 소수 인원들이 긴 작업 시간에 걸쳐 수행하게 되면서 편집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으며, 이러한 편집 구조는 35년 간 지속되어 오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동일한 내용을 종이 매체와 인터넷에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 나고 있으나, 인쇄용으로 제작된 내용물을 여러 매체에 재사용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인쇄물을 PDF 형태로 저장한 뒤에 텍스트 형태로 긁어서 다시 인터넷용으로 재편집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편집 프로그램들은 업체별로 자신들만의 고유 방식으로 내용물을 저장하고 있어 타 프로그램과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20년전 쿽(Quark)사는 절대 망하지 않을 회사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 쿽사가 망하고 출판사들마다 수 백장의 열어보지도 못하는 CD가 먼지만 쌓이고 있는 곳이 수두룩 하다. 

이제 위지위그(WYSIWYG) 방식의 편집 구조는 시간과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개선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어도비 세금(Adobe Tax) 

전 세계의 편집 디자이너들은 어도비사에게 매년 50만원 상당의 크리에이티브 스위트라는 세금을 꼬박 꼬박 지불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연간 약 3,000억 원 정도의 세금*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도비에게 지불하는 세금만이 문제가 아니라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편집물을 제작하고 있는 편집 디자이너 비용이 더 큰 제작 비용으로 지불되고 있다. 편집 디자이너의 평균 연봉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일은 많이 하는데 비해 연봉은 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집 프로그램의 백배 정도가 편집 디자이너에게 지급되고 있다고 추정된다. 이런 수치로 계산해보면 국내에서만 매년 약 5조 원이 편집 비용으로 사용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의 편집 방식은 비효율적, 고비용으로 종이 인쇄 경쟁력 저하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단지 국내만의 상황이 아니라 전 세계가 겪고 있다. 

어도비는 지난 20여년간 독점 상황을 유지해 왔고 이러한 상황을 바꾸려는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수입이 좋은 독점 상황인데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아래한글 

몇 년 전 경기도청에서는 아래한글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었다. 아래한글은 파일이 공개된 형태가 아니라서 내용물 검색, 타 프로그램들과의 호환 등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몇몇 다른 도청에서도 덩달아 이에 동조하는 운동이 시작되었다. 

한글과컴퓨터사에는 비상이 걸렸고 진화 작업에 나섰다. 마침내 한글과컴퓨터에서는 아래한글의 파일 저장 형식을 공개된 형식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아래한글의 저장 형식을 hwp 방식에서 hwpx 형식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즉, 한글과 컴퓨터 고유의 형태에서 XML 형태의 마크업 형식으로 내용을 공개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는 이미 MS 워드가 doc 형식에서 docx로 공개한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상황은 조금 나아지기는 했으나 아직도 편집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아래한글은 아주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지만 말이다. 자랑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 고유의 문제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아래한글에서 사용하는 수학 공식 표현 방식은 EQN이라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이를 지원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많은 참고서와 학교 교재 등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수학 공식은 원작자인 선생님들이 아래 한글로 작성한다. 그러나 편집 프로그램과는 호환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주 참담하다. 수학 공식을 편집해야 하는 책들은 그림 짜맞추기 방식의 편집을 하고 있다. 입력은 아래한글에서, 디자이너는 입력된 내용을 다시 인디자인에서 그림 맞추기를 하고 편집이 끝나면 교정교열을 몇 번씩 반복하는 고초를 치르고 있다. 

공무원들이 많은 관공서 밀집 지역에서도 한국만의 특이한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관공서가 위치한 곳곳마다 아래한글을 재편집 해주는 업체들이 존재한다. 아래 한글로 편집된 보고서를 인디자인으로 재편집해서 소량의 보고서를 만들어 주는 상황이 지금 편집 상황의 현실이다.

마크업 언어(Markup Language) 

미국 국방성(Dempartment of Defense)에서는 매년 수 억개의 물품을 다양한 업체들로부터 구매한다고 한다. 초콜릿부터 탄알, 소고기, 쌀, 군복, 자동차 비행기, 건축자재 등 군인들이 살아가기에 필요한 모든 제품들을 구매한다. 이 모든 제품들은 전산시스템으로 관리했으며, 그 과정에서 막대한 전산입력 인력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약 40년 전(이때는 퍼스널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I.B.M에 문제 해결 방법을 의뢰했다. I.B.M이 수년간 연구한 결과로 제시한 방식이 SGML이라는 형태의 문서작성 방법이었다. 미 국방성에 납품하는 모든 업체는 미 국방성에서 정해놓은 규격대로 문서를 작성해서 납품과 동시에 문서를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문서를 사용하면 납품 상품이 자동으로 전산 시스템에 입력되기 때문에 별도의 전산 입력 작업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러한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문서의 표준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업종별로 분류된 항목 이름을 문서로 작성하고, 이를 자동으로 테이터 베이스에 입력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예를 들어 음식물을 납품하는 업체는 정해진 항목에 수량을 입력해서 납품해야 했다. 

FoodML

<소고기>500마리</소고기>

<쌀>10,000가마</쌀>

<햄버거>10,000개</햄버거>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도 정해진 항목에 수량을 입력해서 납품해야 한다.

AutoML

<자동차>10,000대</자동차>

<트럭>10,000대</트럭>

<타이어>100,000,000개</타이어> 

이렇게 시작된 솔루션들이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마크업 언어이다. 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XML, HTML 형태로 발전되게 된다. 이러한 표준은 문서를 컴퓨터에서 여러 자료로 재가공할 수 있게 한다는 이점이 있다.

<h1>여기는 제목 입니다.</h1>

<h2>여기는 부제목 입니다.</h2>

<p>여기는 본문입니다. 여기도 본문입니다.</p>

구글 검색이나 chatGPT가 엄청난 양의 자료를 축척할 수 있는 이유도 전 세계의 모든 웹사이트들이 HTML이라는 표준 문서 형식으로 제작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목, 부제목, 그리고 본분 등등의 정해진 마크업들로 작성되어 있다. 

이제, 종이 인쇄 편집 과정에서도 표준 문서 형태가 필요한 시기이다. 

종이 매체와 인터넷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고 특정 업체에 종속되지 않는 표준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종이 인쇄는 타 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게 될 것이다. 지금의 편집 형태로는 누구도 인쇄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할 수 없다. 인쇄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제작 비용은 줄일 수 없으니, 가격 경쟁은 점점 더 심해지고 상황은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다. 

책의 저자는 약속된 방식으로 내용물을 입력하고 디자이너는 ‘단순 반복적’ 편집 작업이 아닌 정말로 ‘디자인’ 작업을 하고, 내용물과 디자인을 자동으로 컴퓨터가 합성하는 방식의 새로운 방식의 편집 도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특정 업체의 제품과 상관없이 모든 인쇄물을 제작 하는데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문서의 표준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시기가 왔다고 본다. 이러한 문서 표준이 정착된다면 인쇄물의 편집 자동화가 가능해 질 것이고 인쇄물 편집 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다. 그러면 개개인들이 저비용으로 손쉽게 책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인쇄 시장이 만들어져 발전될 것이고 이는 인쇄인들 모두에게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리라고 본다. 

이제 ChatGPT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는 기존 출판사만이 책을 발간하는 시대에서 개개인이 보다 쉽게 책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점이라고 생각되며, 이는 인쇄업계에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호에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다음 호에 계속]

글쓴이_김민수[전 소프트매직 대표 / MIT 공대 전자공학과 졸업 / 1988년 한국에 첫 매킨토시 컴퓨터 도입 / 한국형 편집 시스템 개발 / 첫 한글 포스트 스크립 서체 개발(신명서체) / MLayout 편집프로그램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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