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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계2026.01] AI 폰트 기술을 활용하면, 디자인 실험의 폭이 넓어지고 ‘사용자 맞춤 타이포그래피’가 본격적으로 가능해질 것 - 숭실대학교 컴퓨터학부 최재영 교수

_인터뷰_/Fonts & People

by 월간인쇄계 2026. 4.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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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학교 컴퓨터학부에서 30여년을 재직한 최재영 교수는 고성능컴퓨팅 분야의 전문가로, 고성능컴퓨팅연구회(SIGHPC) 위원장 및 한국계산과학공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기상청과 KISTI 슈퍼컴퓨터 도입에 깊이 관여하였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하였다. 또한 고성능컴퓨팅 외에 로봇 미들웨어 및 AI를 이용한 폰트 생성에 관한 연구를 통해 학문적·산업적 발전을 이끌면서 한국의 IT 기술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출판·디자인 분야에서 AI 폰트 기술을 활용하면, 프로젝트별로 콘셉트에 맞는 서체를 빠르게 제작하고 테스트할 수 있어, 디자인 실험의 폭이 넓어지고 브랜딩 작업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한 최재영 교수는, 지난해 7월 창업한 ‘내글네글(http://mywriting.kr)’이라는 기업을 통해서 43자를 입력해서 나만의 손글씨를 제작하는 AI 폰트 기술 기반의 ‘내손글’ 서비스를 1월 중에 크라우드 펀딩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교수님께서 AI 기반 폰트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한글은 우리나라의 가장 자랑스러운 발명품이고, 그 발명품으로 모든 국민들이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글 폰트에 대한 연구는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었으며, 한글 폰트를 제작하는 국내 도구들도 없는 형편입니다. 나중에 보니, 3~4곳의 대표적인 국내 폰트업체들을 빼고는 1~3명의 디자이너들이 운영하는 업체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막연히 한글 폰트를 연구해서 11,172자에 이르는 한글 폰트를 보다 쉽고 빠르게 제작할 수 있다면, 단순히 폰트 업계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작은 소망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2000년 초반부터 한글 폰트 압축에 관한 연구로 한글 폰트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많은 기업에서 PDA를 개발하고 있었으며, 제한된 크기의 메모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WinCE에서는 주로 굴림체 및 바탕체를 사용했었는데, 한글과 한자의 굴림체만 하더라도 10메가바이트를 차지하는 엄청난 크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300~600dpi로 제작된 고품질의 한글 완성형 폰트를 PDA에서 사용하기 위한 75 dpi의 저품질로 폰트를 압축하는 연구였습니다. WinCE에서 사용하기 위해 트루타입 폰트를 대상으로, 완성형 한글에서 중복되는 자음과 모음을 포인터로 대체해서 합성 글립으로 재생성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그 당시 산자부와 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았었고, 2년 동안 아주 열심히하여, 굴림체 및 바탕체의 크기를 1/4 정도로 줄였습니다. 그러나 PDA에서 사용하는 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2년 동안 거의 반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연구를 지속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부터 정보통신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윤디자인그룹과 젠솔소프트와 함께  ‘파라미터화된 글자 속성과 프로그래머블 폰트 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CJK 폰트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METAFONT 기반으로 UFO 형식의 한글 폰트에 속성을 추가하여 폰트 원형(저희는 ‘줄기폰트(STEMFONT)’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을 만든 후에, 속성 파라미터를 변형해서 원하는 스타일의 폰트를 생성하는 연구였습니다.

윤명조, 윤고딕, 율려체 등으로 스템폰드 원형을 만들었지만, 새로운 폰트에 대해서 스템폰트 원형을 만드는 것은 처음부터 거의 모든 작업을 다시 해야 했고, 폰트에 따른 새로운 속성을 추가하면 기존의 속성과 충돌이 일어나는 등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소문자 52자를 포함해서 100여자를 제작하는 로마자와 달리, 11,172자에 이르는 한글을 시스템적으로 접근하는 데는(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2010년대 후반에 AI 열풍이 불기 시작한 이후, 2020년부터 연구실의 대학원생들과 함께 AI를 이용해서 폰트를 생성하는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기존 폰트 제작 방식의 한계는 무엇이며, 이를 AI가 어떻게 보완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2,780자 혹은 11,172자의 한글 폰트를 제작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기존 방식은 전문 폰트 디자이너가 수천개 글리프를 직접 설계하고 그려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보통 11,172자의 한글 1벌을 만드는데 폰트 디자이너 1명이 거의 1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글 폰트를 제작하는 일도 음악과 미술처럼 창의적인 일이지만, 한글 폰트 디자이너들은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를 연구하면서 한글 폰트 디자이너를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폰트제작과정

특히 폰트 제작 도구 사용의 어려움과 한글의 복잡성 때문에 폰트를 제작하기가 어렵지만, AI를 활용하면 몇십 개 정도의 대표 글자로부터 나머지 글자를 생성하고, 폰트 파일까지 제작할 수 있으므로 쉽게 폰트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작업에서 더욱 진화된 AI 도구가 보다 쉽고 빠르게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손글씨와 같은 비정형 폰트는 AI가 더 빨리 생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품질의 독특한 스타일을 가진 인쇄용 폰트 생성은 여전히 전문 폰트 디자이너가 제작해야 하는 일입니다.

연구실에서 개발 중인 AI 폰트 생성 시스템의 핵심 기술은 무엇입니까?

저희의 전제 조건은 저희가 폰트 디자이너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컴퓨터로 폰트 생성을 지원하는 도구를 만들었으며, 이를 이용해서 폰트 디자이너들이 보다 쉽게 폰트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저희 연구실에서 B2C로 서비스하려고 하는 ‘내글네글’의 손글씨 생성 서비스는 고객이 적은 글씨에서 AI가 필체를 기억하고 온전히 1벌의 손글씨 폰트를 제작해주는 기술입니다. 글씨를 변형하지 않고 또렷하게 고객 손글씨의 개성을 담아내도록 도와줍니다. 고객이 홈페이지에서 템플릿을 내려받아 종이에 쓰고 스캔해서 파일을 올리거나, 혹은 태블릿으로 작성한 파일을 업로드합니다. 10분이면 1벌의 폰트를 완성할 수 있지만, 고객은 1시간 내에 자신만의 손글씨 폰트 파일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보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사용자가 47자의 글자(한글 43자, 영문 대소문자 2자, 숫자 1자, 특수기호 1자)를 입력하면, 먼저 자소를 추출하고 노이즈를 제거한 후, 이를 재조합해서 기본 글자를 제작합니다. 그리고 대표적인 이미지 생성 모델인 GAN과 DIFFUSION을 이용해서, 기본 글자에 스타일을 입히고, 생성된 글자를 검증합니다. 검증에서는 생성된 글자 내용은 물론 글자 스타일을 따로 검증하며,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글자들을 재생성합니다. 또한 영문, 숫자, 기호 등을 한글과 같은 스타일로 생성해서 폰트 파일을 제작합니다. 폰트 생성부터 검수, 재생성 등의 모든 과정을 End-to-End로 폰트 디자이너가 개입하지 않고 폰트 1벌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작업 과정을 거쳐서 사용자에게 완성된 폰트 파일을 발송하게 되는데, 넉넉잡아 최대 1시간 안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AI를 이용한 폰트 생성과 관련하여, 연구실에서 지난 4~5년 동안 10편 이상의 SCIE(Science Citation Index Expanded)급 국제논문을 발표했으며, 국제특허 8건 등록 및 2건이 출원 중이고, 국내특허 5건 등록 및 9건이 출원 중에 있습니다. 

AI가 생성한 폰트의 가독성·심미성 평가 기준은 어떻게 설정하고 있습니까?

말씀드렸지만 저희는 폰트 디자이너가 아닙니다. 그리고 저희의 역할과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AI가 생성한 폰트의 가독성·심미성을 전문적으로 다루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희 연구에서는 가독성은 글자 구분이 잘 되는지, 작은 크기나 다양한 해상도에서도 형태가 무너지지 않는지 등을 중심으로 정량적으로 그리고 정성적으로 평가를 병행합니다. 예를 들어 인쇄·모니터·모바일에서의 읽기 실험과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MSE, RMSE, SSIM 등의 평가지표를 이용해서 모델을 정량적으로 검증하고, 이미 존재하는 폰트를 다시 생성해서 원본 폰트와 시각적으로도 비교합니다. 또한 사람들에게 생성 결과를 보여주어 비슷한지를 설문 조사하기도 합니다.

AI 폰트 기술이 출판·디자인·UI/UX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십니까?

이미 AI 폰트 기술은 출판·디자인·UI/UX 산업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출판·디자인 분야에서는 프로젝트별로 콘셉트에 맞는 서체를 빠르게 제작하고 테스트할 수 있어, 디자인 실험의 폭이 넓어지고 브랜딩 작업 속도도 빨라질 것입니다.

UI/UX 영역에서는 화면 크기, DPI, 접근성 요구(시력이 약한 사용자, 난독증 등)에 맞춰 실시간으로 최적화된 폰트를 생성하거나 선택할 수 있어, ‘사용자 맞춤 타이포그래피’가 본격적으로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I 폰트가 한글 문화 보존이나 글자 다양성 확대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요?

전통 서체나 개인 손글씨를 디지털 폰트로 복원하고 보존하는 과정에서 AI는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적은 샘플만 있어도 전체 글자를 복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양한 시대·지역·개인의 글씨 스타일을 학습한 AI가 새로운 조합과 변형을 제안함으로써, 한글 서체의 표현 영역을 넓히고, 기존에 없던 실험적인 스타일을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으므로, 글자 다양성 확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통 서체와 AI 생성 서체의 균형을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전통 서체는 문화적·역사적 맥락과 장인의 감각이 축적된 결과물이라서, AI가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존중해야 할 기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AI 생성 서체는 이 전통을 참고하면서도 새로운 표현을 탐색하는 도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가 전통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을 이해한 뒤 그 위에 어떤 새로운 목소리를 더하느냐의 균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향후 AI 폰트 연구의 로드맵은 어떻게 계획되어 있습니까?

지금까지 연구해 온 한글 폰트에 대한 결과물을 정리하기 위해서, 지난해 7월에 ‘내글네글(http://mywriting.kr)’이라는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내 손글씨를 43자를 입력해서 나만의 손글씨를 제작하는 ‘내손글’ 서비스를 1월 중에 크라우드 펀딩으로 오픈할 예정입니다. 다만 저희는 제작된 손글씨 폰트의 사용권을 판매하며, 폰트의 소유권은 회사가 가질 것입니다. 만들어진 손글씨를 ‘폰트마켓’에서 판매하고, 제작을 의뢰한 고객과 수익을 나눌 계획입니다.

 

내글네글

 

mywriting.kr

또한 단기적으로는 내 손글씨로 생성한 폰트에 고딕체/명조체/궁서체 스타일의 폰트와 합성하여 새로운 정제된 내손글을 생성하는 ‘내멋글’, 내 손글씨와 짝꿍(애인, 친구, 가족)의 글씨가 하나로 어우러진 두사람만의 새로운 글씨를 합성하는 ‘내짝글’, 그리고 소중한 사람이 써준 편지, 메모, 엽서에 있는 손글씨를 폰트로 만들어 주는 ‘내님글’ 서비스도 오픈할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어에서 중국어 및 일본어 등의 다국어 폰트로 생성모델을 확장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으며, 글로벌 타이포그래피 생성 플랫폼으로의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편 폰트 디자이너를 위한 B2B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저희 서비스를 이용해서 손글씨를 제작해도 폰트 저작권을 피해갈 수 있겠지만, 인쇄용 폰트는 아무래도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폰트 디자이너가 저희의 도구를 사용해서 보다 쉽고 빠르게 인쇄용 폰트를 제작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AI를 이용해서 제작된 인쇄용 폰트에서의 폰트 저작권 문제는 폰트 디자이너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한글은 우리의 대표적인 그리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입니다. 

단순히 말과 글로써만 사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글 폰트 자체를 문화적으로 풍성하게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되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마지막으로 제게 기회가 주어준다면, 한글 폰트를 체계적으로 정리했으면 합니다. 한글 폰트 자체에 대한 기술들이–예를 들어 한글 폰트 구조의 기본 속성, 속성들의 연관관계, 속성 DB 구축–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개발자 및 연구자들이 AI를 이용한 폰트 생성은 물론, 폰트 검색 및 활용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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