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계2026.02] 한글이 가진 미학적 전통 계승해 미래 비전을 담아낼 수 있는 한글 디자인 만들 터 -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융합디자인학과 타이포디자인랩 박윤정 교수

박윤정 교수는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융합디자인학과 타이포디자인랩 교수로, 국내 타이포그래피와 폰트 디자인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이다.
윤디자인 설립 초기에 입사한 이후, 윤디자인그룹에서 오랜 기간 총괄 상무이사로 활동했으며, 2015년 박윤정앤타이포랩(현 ㈜티랩; Tlab)을 설립해서 다양한 폰트 개발과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21년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융합디자인학과 타이포디자인랩 교수로 부임한 이후에도, 2021년 3월 국내 최초의 글꼴디자인전문가 양성을 위한 석·박사 과정이자 문자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전문가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타이포디자인 Lab’을 설립해 후학을 양성하는 동시에, 서울서체2.0 서울알림체 프로젝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 제작을 총괄하는 등 학문적 연구와 산업 현장을 연결하며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타이포그래피와 서체 디자인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로, 학문적 연구와 산업 현장을 연결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박윤정 교수를 만나, 최근 진행한 프로젝트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회적 가치와 실용성을 구현하는 폰트, 피치마켓체
윤디자인연구소 이사로 있을 때 지속적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이후 사단법인 피치마켓에서 의뢰한 ‘피치마켓체’ 개발은 굉장히 의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피치마켓체는 느린학습자와 난독증 등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사회적 가치 기반의 기능성 폰트로, 폰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느린학습자 친구들이 직접 보고 판단해서 정말 일반 폰트보다 잘 읽힌다는 검증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느린 학습자용 도서는 다섯 단어 이하의 단문으로 구성해 느린학습자들의 이해를 도와야 하고, 느린학습자들은 활자의 형태적으로도 비읍과 피읖, 기역과 니은을 혼동할 수 있기 때문에, 피치마켓체는 일반적인 폰트 디자인 작업과 다르게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소속으로 소비자 성향을 분석하는 기관인 소비자행동연구소의 협조를 얻어서 두 차례의 아이 트래킹 테스트를 통해서 낱자와 단어, 문장에 대한 실제 느린학습자들의 시선 흐름을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개발을 마무리했습니다.

작업 과정은 녹록치 않았지만 공익 차원에서 굉장히 의미있는 작업이었던 피치마켓체의 개발 과정은 함께 작업을 진행했던 박사 과정 학생의 논문으로 정리되었고,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22와 iF 디자인 어워드 2023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에서 연이어 수상, 단순히 글꼴의 미적 가치뿐 아니라 정보 전달력과 사회적 가치까지 높게 평가받았습니다.
전문가들에게 ‘단순히 아름다운 글꼴을 넘어,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능성 서체라는 점에서 디자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평가받은 피치마켓체는 디자인이 단순한 미적 영역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포용성을 담아낼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있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학문과 실무를 연결하는 창의적 사례, 한글 글꼴 디자인 연구·제작 소모임 ‘자모자소’
‘자모자소’는 2021학번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한글 글꼴 디자인 연구·제작 소모임입니다. 글꼴 디자인에 있어서는 초보자라고 할 수 있지만, 방학 중에도 지속적인 작업을 진행해서 굉장히 독창적이고 재기발랄한 여러가지 서체들을 제작,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실제 상업용 폰트로 출시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자모자소 활동으로, 평소 학과 수업에서 영문 디자인을 더 많이 배우게 되는 학생들이 한글 글꼴의 다양성과 조형미 탐구를 통해서 한글 디자인과 레이아웃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자 했는데, 본인들이 수업에서 개발한 글꼴을 다듬어서 상업용 폰트로 완성하고 폰트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학문적 연구와 실용적 활용을 연결하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정보가 더욱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든 서울알림체
윤디자인연구소 이사로서 서울시 전용서체 프로젝트에 참여해 ‘서울남산체’와 ‘서울한강체’ 개발을 담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티랩(Tlab)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제작을 총괄한 ‘서울알림체’는 의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서울시의 정체성과 문화적 자긍심을 나타내는 전용서체로 한옥의 곡선미와 단아한 여백의 미를 반영했던 서울한강체, 서울남산체와 달리, 서울알림체는 공공 안내 최적화를 위해 개발한 기능 서체로 지난해 서울시 지하철 노선도 개편에 적용되면서 한눈에 읽히는 가독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동일한 폭과 네모꼴 구조로 안정적인 글자 형태를 만들고, 군더더기 없는 자소로 높은 가독성을 가진 서울알림체 제작을 위해서 실제 서울시 지하철 노선도와 공공 안내판에서 사용되고 있는 환경에 대한 상세한 분석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지하철 1호선부터 9호선까지의 노선 중에서 이동 인구 파악을 하고 가장 많은 접점이 있는 지하철과 버스 노선, 길거리에 있는 사이니지를 촬영한 후 분류하고, 종합적인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을 기반으로, 빠르고 정확한 정보 전달에 최적화된 서울알림체를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글꼴디자인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이자 크리에이티브의 원천, 나의 스승 김진평 선생님
1981년부터 1998년까지 서울여자대학교 시각디자인과에서 교육자로서 온화한 미소와 뜨거운 열정으로 제자들을 가르치시며, 삶의 모범이 되어 주셨던 김진평 선생님은 패키지 디자인 분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 대학생 시절, 당시에는 생소했던 폰트 디자인 분야로 이끌어주셨던 분입니다.

‘타이포그래피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하는 일은 교육적 측면에서 이론적 근거를 마련해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시키겠다는 학자로서의 욕구’라고 하시면서 다수의 논문을 남기셨고, 글자 생산의 문제에서 기계화에 유리한 세벌체와 탈네모틀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던 시절, 김진평 선생님은 한글디자인의 네모틀과 탈네모틀이라는 구조적 논쟁이나 조합형 벌수에 대한 편견 없이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하셨습니다. 목표는 늘 ‘아름다운 한글 조형’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글의 조형을 가장 효과적이고 발전적으로 이끌었던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에, 한글 조형에 대한 연구를 심도 깊게 할 수 있었고,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있어서도 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글에 대한 지극한 관심과 사랑, 열정으로 1970년대 한글 활자꼴의 황무지 시대부터 1998년 타계하기까지 한글의 가치와 위상을 시각적 차원에서 다루고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이론적 측면에서도 한글의 문화적 위상을 드높인 시각디자이너이자 교육자’라는 헌사를 받을 정도로, 김진평 선생님은 한글의 조형을 가장 효과적이고 발전적으로 이끌었고, 가장 수준 높게 한글을 활용하고 연구하셨습니다.
라틴 활자체의 줄기 특성과 한글이 완벽하게 균형과 조화를 이룬 작품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한국어판 <리더스다이제스트> 창간호의 제호를 시작으로 디자인하우스에서 발행한 월간지인 ‘월간디자인’, ‘월간공예’, ‘행복이가득한집’과 그리고 ‘하이틴’, ‘마드모아젤’, ‘워킹우먼’, ‘우먼센스’, ‘여성백과’ 등 선생님 레터링의 개성이 잘 집약된 다수의 잡지 제호 로고타이프작업들은 선생님의 특징인 현대적이면서도 우아하고 정교한 곡선 표현이 완벽한 조형성을 자랑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자로서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학자로서 정열적인 연구를 이어가면서, 산업 부분의 디자인 작업도 많이 하셨던 선생님의 모습은, ‘기본에 충실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원칙을 가지고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디자이너로서 산업 분야의 업무를 함께 해 나가는데 있어, 나태해지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원칙 하에 학생 지도와 폰트 디렉팅을 병행할 계획
2026년 제가 설립한 ㈜티랩(Tlab)이 설립 11년 차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티랩(Tlab)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회사가 내실을 다질 수 있도록 큰 방향성을 가지면서, 올해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김진평 선생님께서 작업하셨던 프로젝트들을 매월 하나씩 소개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있어서는 현 시대가 필요로 하고 미래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 글꼴 디자인을 만들어 갈 있도록 방향을 설정하고 지도할 생각입니다. 한글 디자인의 헤리티지도 중요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될 미래 비전에 대한 한글 디자인도 굉장히 중요한데 두 가지를 다 가져간다는 게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그 정점에서 잘 지도하면서 폰트 제작 디렉팅도 병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금 타이포디자인 Lab에서는 지도하고 있는 박사 과정 학생과 함께, 원도활자 시대에 돋움꼴과 현대 바탕꼴을 개발해서 오늘날 한글 디지털 폰트의 기본 구조를 마련하신 1세대 한글 글꼴 디자이너 최정순 선생님의 활자체를 복원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작업하셨던 신문 활자체 위주로 자료 수집과 연구 준비를 하고 있으며, 내년쯤에는 최정순 선생님의 활자가 폰트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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